단죄에 가차없어야 진정한 '통합' 할 수 있다

 유상규 에디터

skrhe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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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진행 중인 내란 공범들의 만행

섣부른 사면 때마다 나라의 위기 불러

정치보복 안되지만,내란 엄벌 불가피

'법대로'는 '법대 가자' 구호가 아니다

주범, 공범 모두 법이 정한 벌 받아야

4월 27일 그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 여기서 '그'에 해당하는 인물은 노무현과 이재명이다. 굳이 다른 점이라면 새천년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당명뿐이다. 2002년과 2025년, 23년 만에 같은 날 대통령 후보가 확정됐다는 사실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저 우연일 수도 있으니. 그보다는 이 두 사람이 모두 화합을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더 의미 있다. 이재명은 이를 '통합'이라고 하고, 노무현은 '연합'이라고 했지만, 당 이름 앞에 붙인 수식어가 다를 뿐 하나의 민주당인 것처럼 같은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연합뉴스 사진 편집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통합'을 열네 차례나 말했다. 그는 이념과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목표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정파를 초월한 연합 정부 구성하자고 제안한 '대연정'을 떠올리게 한다. 영남 출신인 두 사람이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민주당의 후보여서 지역 화합을 지향하기에 적합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이재명은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유력한 후보다. 민주당 경선에서 89.77%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단연 선두자리를 지키며,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합친 것보다 높다. 일부 조사에서는 아예 50%를 넘는다. 여전히 민주당이 아직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23년 전 '4.27 후보' 노무현도 후보 확정 직후 60%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전례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긴 하다. 노무현을 괴롭혔던 민주당 내 후보교체론도, 이회창 같은 강력한 경쟁 후보도 없다. 무엇보다도 이재명에게 '다행스러운' 일은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한 달여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후보와 캠프가 지지율을 까먹을 수 있는 실수를 할 시간조차 없다. 반면 국힘에게는 서사를 갖춘 후보를 내세워 반전의 기회를 만들 시간도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무명 용사 묘지를 방문해 헌화했다. 2023.7.13. EPA=연합뉴스

이런 여러 상황과 여건에 비춰 현재로서는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이재명 후보이기에 꼭 명토박아 둘 일이 있다. 통합을 한다는 미명 아래 12.3 내란의 종식을 흐지부지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혹여라도 선거 국면에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또는 당선 이후 어설픈 '큰 정치' 신드롬에 빠져 내란범들에 대한 범위나 처벌 수위를 느슨하게 하면 안된다.

가차없는 내란 종식을 요구하는 것은 12.3 불법 비상계엄을 일으켜 나라를 도탄에 빠뜨린 자들이 미워서만이 아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하면 세상을 주무를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살아남을 길이 얼마든지 있다면 모험을 자행할 자들을 막을 수 없다.

실제 1980년 5.18 광주학살을 자행한 전두환은 1995년 반란죄, 내란죄 등의 죄목으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1997년 전두환을 사면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협의를 거쳤다. 국민 대화합과 사회적 갈등 해소를 명분으로 삼았다지만. 권력 찬탈을 위해 수많은 국민을 희생시킨 반란·내란범을 2년 만에 사면한 데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2021.11.23.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탄핵 위기에 처하자 군부 일각에서는 쿠데타를 모의했다. 민주당 등의 기민한 대처로 2016년 무렵의 쿠데타 모의는 실행되지 못했지만, 2024년 윤석열은 끝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전두환 일당에 대한 섣부른 사면이 쿠데타를 획책하는 자들에게 '아니면 말고' 식의 만용을 부리게 한 것은 아닐까.

2017년 3월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징역 22년형을 받은 박근혜에 대한 사면도 이해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2021년 12월 박근혜를 특별사면했다. 수감 4년 9개월 만이다. 국정농단뿐만 아니라 뇌물, 직권남용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박근혜를 사면한 것은 임기 내내 약속했던 '중대 부패범죄 사면권 제한' 원칙을 스스로 깨뜨린 것이다.

이재명 후보 스스로 내란 세력에 대한 확실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유시민 작가 등과의 대담에서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에게는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면 향후 쿠데타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는 이 후보의 인식을 아주 정확하고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이주호 부총리, 외교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들은 다시는 윤석열 세력 같은 무도한 집단에 의해 나라가 망가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무리하게 정치보복을 하자는 게 아니다. 법이 정한 만큼, 죄를 지은 대로 벌을 주자는 말이다. 이 당연한 명제를 놓고 의구심을 품게 하는 일은 진정 없어야 한다.

내란 종식을 위한 처벌이 엄격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합'은 거짓 구호다. 이재명 후보가 수락 연설에서 '타도' '윤석열' 등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과도한 유추는 하지 않아야 한다. 내란 우두머리와 핵심 참모들은 물론 직간접적으로 거든 공범들은 모두 엄격한 형사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 용기있게 실상을 증언한 이들에 대한 선처를 청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단 처벌은 처벌대로 해야 한다. 이후 진상 파악과 규명, 수습에 기여한 정도를 감안해 처벌을 감면하는 게 순서다.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내란의 중요 임무를 맡은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위 관료들이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심지어 다음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관리한다. 그 정점에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아예 자신이 후보로 나설 모양이다.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자들이 "법대로"를 외친다. 동의한다. 법대로 하자. 하지만 다시 한번 명토박아 둔다. '법대로'는 "법과대학에 가자"는 구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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