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다쳐요” 비명에도 ‘홈플러스 농성장’ 강제 철거, 노동자들 병원 이송

 


마트노조 “종로구청·종로경찰서 노동자 생존권 짓밟아”, 진보당·정의당도 규탄 성명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한 명은 커터칼에 베어 피를 흘리며 병원에 이송됐다. ⓒ마트노조

24일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설치한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사람 다쳐요”라는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종로구청 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막을 무너트렸다. 현장에는 맨몸으로 천막 철거를 막아선 노동자들의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전후 종로구청은 천막농성장 철거에 나섰다. 이때 천막 구조물을 절단하던 커터 칼에 조합원 A씨가 손가락을 깊게 베이는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A씨는 한 손에는 마이크를, 다른 손으로는 천막을 붙잡고 있어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상처가 깊고 혈관과 인대, 신경까지 손상된 상태로 확인돼 봉합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재이송됐다.

또 다른 조합원 B씨 역시 종로구청 직원들의 압박에 호흡곤란과 흉통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의료진으로부터 갈비뼈 골절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한 명은 커터칼에 베어 피를 흘리며 병원에 이송됐다. ⓒ마트노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한 명은 커터칼에 베어 피를 흘리며 병원에 이송됐다. ⓒ마트노조

이 농성장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MBK)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 지난 14일 설치한 것이다. 그간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MBK를 향해 구조조정 없는 회생 계획서 등을 요구했지만, MBK는 면담 요청마저 거부했다. 이에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MBK 사무실 인근인 청진공원에 천막을 치고 농성 투쟁에 나선 것이다.

종로구청은 지난 18일에도 ‘공공장소 무단 점유’를 이유로 농성장 철거에 나섰지만,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다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갔다. 종로구청은 이번 철거 역시 “공원 점거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정당한 행정 집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마트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마트노조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종로구청은 천막은 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사정은 듣지도 않은 채 철거 시도를 계속해 왔고 오늘 오전 기습적으로 천막을 철거하고 말았다”며 “마트노조는 정당하게 집회신고를 내고 집회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로구청은 기습적으로 침탈해 집회를 방해했고, 이를 저지하는 노동자들에게 부상까지 입혔다”고 비판했다. 또한 “종로경찰은 종로구청의 불법적인 집회 방해 행위를 묵인하며 자신의 역할을 방기했다”고 질타했다.

마트노조는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의 만행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또한 MBK와의 투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종로구청의 폭력적인 철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보당 김재연 대선 후보는 “일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기습 테러를 당했다”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성토했다.

김 후보는 “악질 투기 자본 MBK는 매각 이익에 혈안이 되어, 홈플러스를 마구잡이로 폐점시키고 있다. 이들의 ‘먹튀 매각’으로 노동자들과 입점 상인 등 10만 명이 생존권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며 “그럼에도 대한민국 공권력은 악질 MBK 자본에는 굽신대고, 약자인 노동자만 가혹하게 탄압했다. 노동자를 두 번 죽인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현장을 찾아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의 책임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던 심각한 상황”이라며 “노동자들을 얼마나 함부로 대하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인가. 이미 신고까지 다 된 노동자들의 합법 집회를 보장하기는커녕 폭력 사태를 초래한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에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도 긴급 성명을 내고 “폭력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를 묵살한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오늘 있었던 기습 농성장 철거와 폭력 만행에 대해 종로구청은 즉각 사죄해야 할 것이며, 종로경찰서 역시 이를 방기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한 명은 커터칼에 베어 피를 흘리며 병원에 이송됐다. ⓒ마트노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마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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