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의 극복 이제부터다

 

윤석열 시대의 극복 이제부터다

[김민하[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이 파면되었다. 윤석열의 시대는 끝났다. 여러 낭설이 있었으나, 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헌법재판소가 정리한 5개 쟁점 가운데 단 하나라도 헌법 위반임이 확인되면, 탄핵은 인용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보면 ‘단 하나’ 정도가 아니라, 5개 쟁점 모두에서 위헌성을 확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정도로 윤석열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적 행위임이 명백한 것이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은 선고가 다소 늦어진 경위에 대해 그 이유를 일부 짐작케 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두 차례에 걸쳐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사실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윤석열 측 주장을 일축했다. 국회법은 부결된 안건을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도록 규정할 뿐인데 1차 탄핵소추안은 제418회 정기국회에서 투표불성립 됐고, 이 사건 탄핵소추안은 419회 임시국회에 발의됐으므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거다.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 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 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정형식 재판관은 다른 회기에도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보충 의견 전체를 살펴 봐야겠지만 공개된 결정문의 대목으로만 보면 회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차원의 입법 의도를 넘는, 행정부의 권한을 더 강력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으로 보이는데, 이는 일견 윤석열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비친다.

비슷한 느낌이 드는 대목이 더 있는데, 탄핵심판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그렇다. 이 역시 보충의견의 전문을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결정문에 공개된 요지만 놓고 보면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석열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것은 이미선, 김형두 재판관의 경우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적용할 수 있다는 보충의견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특히 재판관들이 치열하게 대립할 만한 쟁점이 형성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

윤석열 탄핵심판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이 논란이 된 대목은 내란죄 핵심 가담자인 군 관계자들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 담겨 있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한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윤석열 측 주장이었으나, 당시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라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평의를 거쳐 전문법칙을 완화 적용하기로 했음을 설명하며 이는 문제가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재판관들은 이 대목에 대해 윤석열 측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 추측하기로 이런 기류는 윤석열 구속 취소 이후 더 강화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사실상 내란죄 유죄 가능성을 예단하게 하는 내용을 포함한 상태에서 형사 재판에서 내란죄가 무죄가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쟁점을 놓고 장시간 논쟁한 결과가 선고 지연이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위야 어찌됐든 윤석열의 행태를 놓고 파면 여부를 판단하자고 한다면 탄핵 인용은 거부할 수 없는 결론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전원일치의 탄핵 인용은 이를 보여주는 것이며, 여러 논란 속에서도 헌법재판소가 헌정을 수호한다는 스스로의 존재 의의를 확인하는 데 성공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연합뉴스]

이제 윤석열의 시대를 끝냈으니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는 제2의 윤석열이 다시 권좌에 오르지 않는 시대다. 이를 위해서는 윤석열과 같은 자가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지에 대해 되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석열은 1987년 구도를 해킹해서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1987년 체제는 직선제를 기반으로 하여 ‘독재의 후신’과 ‘반독재 동맹’이라는 양대 세력이 서로를 반대하기 위해 지지층을 최대 동원하는 체제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독재의 후신’은 경향적으로 소수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뒤집기 위해 윤석열은 ‘반독재 동맹’의 결정체인 문재인 정권을 오히려 ‘독재’로 지목하고 스스로 ‘반독재’를 자칭하는 구도의 해킹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며 권력을 손에 쥐는 데 성공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문재인 정권을 ‘독재’라고 믿게 되었으며 어떻게 윤석열을 자유민주주의자로 여기가 되었는가? 제2의 윤석열이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규명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대안을 논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대안을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거듭나야 한다. 둘째, 분절된 자기만의 현실 속에 고립되어 확증편향과 반향실 효과에 갇혀 있는 개인을 사회 공동체 속으로 복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래로 확산되는 민주주의, 더 많은 영역에서의 민주주의, 영구히 지속 달성되는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불화를 전제하는 강한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1987년 체제의 극복을 그야말로 아무나 말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진정한 1987년 체제 극복은 대통령제를 분권형 혹은 중임제로 하거나 내각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1987년 체제의 극복은 직선제 이후의 민주주의를 우리가 상상할 수 있을 때만 시작될 수 있다. 수많은 함정들을 피해 이제는 올바른 정답을 찾아갈 때이다. 윤석열 시대는 끝났지만, 윤석열 시대의 극복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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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김민하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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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4 14:18
  •  
  • 수정 2025.04.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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