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시면..." 세월호 아빠가 건넨 쪽지에 이재명의 답은

 '지성이 아빠'가 못한 질문들 대신 묻자 "내년 기억식 참석 노력, 정부 세월호 기록물 공개가 원칙" 화답

지난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 참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가 직접 작성한 쪽지를 건네고 있다. ⓒ 미디어몽구

"지성이 아빠입니다, 기억식 끝나고 잠깐..."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추모곡이 흘러나올 때였다. 기억식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에게 노란 점퍼를 입은 이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세월호 참사로 딸 문지성양을 잃은 아버지 문종택씨였다.

문씨는 세월호 관련 현장들을 영상으로 남기는 유튜브 채널 '세월호 유가족방송 4·16TV'를 운영하고 있다. 참사 이후 11년째 세월호 현장을 기록해 온 문씨는 이날도 기억식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왼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이 후보 쪽으로 한 발씩 거리를 좁히던 문씨는, 오른손에 든 꼬깃한 쪽지를 이 후보에게 건네고 다시 뒤쪽으로 물러섰다.

건네받은 쪽지를 읽어본 이 후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주위를 바라본 뒤 오른쪽 겉옷 안주머니에 쪽지를 접어 넣었다. 문씨는 쪽지를 읽는 이 후보를 멀찍이 지켜보며 통제선 인근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당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이 장면은 기억식 다음 날인 17일 유튜브 채널 <미디어몽구> 영상(관련 영상: [포착] 지성아빠가 이재명 후보에게 건넨 쪽지엔...)으로 공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19일 자정 기준 조회수 65만 회).

18일 <오마이뉴스>는 문씨가 당시 이 후보에게 쪽지를 건네기까지의 상황과 어떤 말을 전하려고 했는지 얘기를 들었다. 문씨와 통화로 나눈 대화가 40분 가까이 이어졌다. 문씨가 쪽지를 건넨 이유는 이재명 후보에게 꼭 건네고 싶은 '두 가지 질문'이 있어서였다.

지난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 참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로부터 받은 쪽지를 읽고 있다. ⓒ 미디어몽구

- 기억식 당일 이 후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시던데요.

"이재명 후보님도 후보님이지만 저희 세월호가 잘못 비춰지면 또 세월호가 가라앉는 여파가 생기거든요. 무례함이랄까, 경호에 대한 안일함이랄까, 이런 것들이 합쳐져 버리면요. 그래서 더더욱 고민을 많이 했죠. 4·16TV와 잠깐 인터뷰가 가능하실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틈이 안 나다 보니까 저로선 쪽지를 전달하는 게 마지막 기회였죠.

이 후보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어요. '저를 좀 보십시오', '접니다', '(쪽지를 흔들어 보이면서) 메모지입니다', 그렇게 전해드렸더니 이 후보가 받으시더라고요."

- 쪽지엔 어떤 내용을 적으셨어요?

"이 후보가 저를 아시니까 '세월호 유가족 방송 4·16TV 지성이 아빠입니다', 그리고 '외람되지만'이라고 썼나 '죄송하지만'이라고 썼나, '4·16TV 카메라가 중앙에 있습니다. 기억식이 끝나고 잠깐 와주시면 좋고', 그런 이야기를 적고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썼던 것 같아요. 혹시 나중에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물어볼 두 가지 질문을 갖고 있었어요. 전혀 어렵지 않은 질문들을 준비했죠."

- 어떤 질문들을 하고 싶으셨어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의 7시간 행적에 대한) 대통령기록물은 잠겨져 있지만 정부 부처 기록물들은 다 있잖아요. 국방부든 합참이든 그 기록물들이 어떻게 정리돼 있는지 볼 수 있는 권리가 피해자들에게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안전에 관한 가장 큰 사건은 누가 뭐래도 세월호입니다. 안전에 많은 변화를 이뤄낸 것도 세월호예요. 이건 부정할 수 없어요. 그 상징적인 곳이 세월호 참사 기억식 아닙니까. 매해 오시라는 얘기가 아니고 한 번쯤은, 더군다나 내년이 12주기인데 처음 대통령이 되고 오시면 더 상징적이고, 안전에 대해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잖아요."

그러면서 문씨는 기회가 된다면 이 후보에게 유가족들의 세월호 관련 문건 열람 가능성과 대통령이 된다면 내년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할 수 있는지, 두 가지 질문을 대신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18일 저녁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의 첫 TV 경선 토론회가 열렸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토론회가 끝난 오후 9시 50분께 MBC 1층 로비에서 이 예비후보를 만나 문씨가 하고 싶었던 질문들을 던졌다. 이 후보는 두 질문에 모두 답을 내놨다.

- 후보님,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방부 등 정부부처의 세월호 관련 문건을 유가족들 입회 하에 열람하게 해주실 수 있나요? 대통령에 당선되면 내년도 세월호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해주실 수 있나요? 두 가지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가급적 참석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행정 정보들은 가급적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다 공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률적 장애가 있는지, 안보상 문제나 여러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 보고 그런 문제들이 없다면 원칙에 따라 공개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오른쪽부터)·김경수·김동연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첫 TV토론회를 시작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세월호 참사에 관한 언급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나왔다. 이 후보는 "그저께가 세월호 참사 11주기였다"라며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장면이었는데 여전히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 이후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오송 지하차도에 물이 차 열 몇 명이 사망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도 자연재해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며 "법률적 책임 말고 사실은 관리를 못한 행정 책임도 있다. 또 약간 넓힌다면 정치적 책임도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아무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책임이 주어져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시행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이재명#문종택#토론회#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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