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로 남고 싶은 수방사령관, "책임지겠다"는 특전사령관
[여인형·이진우·문상호 내란 공판] '증인' 곽종근, 이진우에게 묻다 "질서유지 임무 받았나? 저는 없다"
'피해자'로 남고 싶다. 30일 법정에 나온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쪽 전략은 단순명료했다. 하지만 '증인 곽종근' 생각은 달랐다. 그는 여전히 "책임은 분명히 질 것"이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 전 사령관 쪽은 이날 서울시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인신문 초반부터 '방향'을 공개했다. 그의 변호인은 "(이 전 사령관은) 피고인이 아니라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증언하는 곽종근 특전사령관도 피해자이고, 여기 앉은 다른 장군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공소장을 보면 같이 밥 먹어도 모의가 되고, 전화 한 통만 해도 모의가 되고, 말 한마디 해도 모의가 된다"며 '내란 중요임무종사'란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로 남고 싶은 이진우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징후'를 얘기했다. 예를 들어 6월 17일 삼청동 안가에서 대통령과 만났던 자리에선 "시국 관련 얘기는 분명히 있었다"라며 "당시에는 (대통령 발언이) '비상계엄을 선포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반국가세력, 특별한 방법, 비상대권, 이런 용어를 계속 들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또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 후 저녁 자리에선 "(대통령이) 정치권 얘기를 하면서 한동훈 얘기부터 해서 노동계, 반국가세력, 이런 얘기가 다 있었다"라고 했다.
이 전 사령관 쪽은 그럼에도 '피해자' 전략을 버리지 않았다. '추측성 발언을 하지 말아달라'던 변호인은 자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이진우 사령관에게 12월 2일 오전경 특전사 헬기 12대가 국회로 갈 예정이니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는 공소장 내용을 물었다. 곽 전 사령관은 "제가 단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수방사령관한테 지시한 건 제가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 전 사령관 변호인의 질문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진우 전 사령관 변호인= "이진우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김용현으로부터 국회에 병력을 출동시키란 명령을 받았는데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파악하기 위해 국회로 직접 갔다. 만약 비상계엄, (국회) 출동 목적 등을 알았다면, 부하들 출동에 앞서 혼자 먼저 간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지휘관으로서 이 행동에 관해서 어떻게 판단하나."
곽종근 전 사령관= "수방사령관이 작전조치를 한 것을 제가 뭐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이진우 전 사령관 변호인= "지휘관으로서, 계엄군이 총을 놓고…."
곽종근 전 사령관= "재판관님, 다른 거는 좋은데 수방사령관이 조치한 내용을 저한테 자꾸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수방사령관 판단의 영역을 제가 침입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재판장= "증인, 발언하지 않으셔도 된다."
곽 전 사령관은 또 "결과론적으로 보면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조용히 작전하다 빠졌다. 이 결과는 대통령으로부터 사령관 지침이 잘돼서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현장에 있던 지휘관과 팀원들이 정말 현명하게 판단하고, 절제하고, 인내한 결과였다"라며 부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리고 "김용현 장관 말씀에 제가 한 이틀 정도 잠을 못 잤다"라며 속내를 토로했다.
"제가 들어갈 때 비상계엄의 목적, 왜 했는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첫번째, '경고용'이라고 말씀했다. 비상계엄을 경고용으로 했다. 그러면 특전사, 수방사나 방첩사는 왜 들어갔나? 뭘 경고하려고 들어갔나? 군이 한 번 써먹고 마는 수단인가? 이건 아닌 것 같다. 두번째, 우리가 다 들어가서 행동한 결과, 시민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해서 들어갔다고 말했다. 언제 (우리한테) 그 말씀을 했나? 그러면 왜 군을 넣었나? 그 목적이었다면 경비대응을 하든, 경찰 병력 증원을 하든 해야지 왜 군을 넣나? 제가 그 세 마디 말을 듣고 이틀 밤을 못 잤다.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정말 저는, 군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책임은 분명히 질 것"이라는 곽종근
말없이 듣고 있던 이진우 전 사령관은 곽 전 사령관의 발언 말미에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변호인은 "국방부 장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출동해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데, 제가 보기엔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는 걸로 보인다"라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그 부분은 제가 답변드릴 수 없다"라면서도 이 전 사령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진우 사령관도 (국회에) 들어갈 때 '시민 보호, 질서 유지'라고 임무를 받았나? 저는 그런 임무를 받은 적이 없다. 끝나고 나서 우리 임무가 '시민 보호, 질서 유지'라고 들었다."
그러자 이 전 사령관 변호인은 "(증인은) 3성 장군에 이를 때까지 하루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생각을 안 한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런데 두 시간 만에 만고의 역적인 내란 중요임무종사자가 됐다. 그걸 인정하냐고 묻는 거다"라고 했다. 장성급 피고인 가운데 유일하게 곽 전 사령관이 혐의를 전부 인정했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 됐음을 감추지 않으며 "군의 자존심이 있다면서 단 두 시간만에 인정해 버리면 다른 장군들은 어떻게 되냐"고 따졌다.
곽 전 사령관은 짧게 답변했다.
"저는 솔직하게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과 제 생각을 말씀드렸다. 그 부분은 말씀드리지 않겠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제가 분명히 질 것이다."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