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전북, '특이점 도시'로 세계와 만나자

 황광선 시민기자

kwangseonhwang@gmail.com

황광선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정책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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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올림픽의 성공 조건 핵심은 '협업 행정'

문체부-체육회-전북 삼각축이 결정적 요소

한국의 다양성과 전북의 비전 증명할 기회

12일 전북특별자치도청에서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기원 도민 한마음 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5.3.12. 연합뉴스

대한체육회는 지난 2월 28일 대의원 총회를 열어 전라북도를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지로 공식 선정했다. 이후 전북은 도지사와 대한체육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유치 추진팀 인력을 대폭 보강했으며,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공고를 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만약 전북이 유치에 성공한다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무려 48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다시 열리는 하계올림픽이다.

올림픽은 단순한 국가 행사 그 이상이다. 도시의 정체성, 삶의 방식, 사회적 의제가 교차하고 재편되는 무대다. 특히 서로 다른 이해 관계자들이 하나의 지역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고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주변화된 공동체의 목소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반영되는지가 대회의 성공을 좌우한다.

역사적으로 ‘검소한 올림픽’은 존재했다. 1900년 파리와 1908년 런던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도시 부담을 최소화했고, 1924년과 1948년 두 차례의 전후 올림픽 역시 재정 절감과 효율을 우선했다. 그러나 1992년 바르셀로나 이후 대규모 도시 재생 중심의 올림픽은 규모 확장과 함께 재정 부담, 사회적 갈등, 환경 문제 등 비판의 중심에 섰다. 이에 따라 IOC는 ‘올림픽 아젠다 2020’과 ‘뉴 노름(New Norm)’을 통해 도시 재생과 대회를 분리하고,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런던 2012는 쇠락한 산업지대를 ‘올림픽 파크’로 탈바꿈시키며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실제론 젠트리피케이션과 지역 주민 소외라는 문제를 낳았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국가 주도의 민영화(regulatory capitalism)’라고 비판하며,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한 리스크 완화 전략으로 해석한다. 반면 파리 2024는 경기장의 95%를 기존 혹은 임시 시설로 구성하고, 신규 시설 역시 도시 장기 계획 안에 설계해 보다 내재화된 지속가능성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2036 하계 올림픽 유치 후보 국가. 2025. 3. 22. 연합뉴스

이제 세계의 시선은 전북으로 향하고 있다. 전주는 이미 한옥마을을 통해 글로벌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새만금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 산과 평야가 공존하는 지형은 스포츠, 생태,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어우러지는 융합 공간을 가능케 한다. 여기에 전통 음식까지 더해지면, 전북은 세계인의 감각과 취향을 사로잡을 수 있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의 ‘규격화’를 상징한다면, 전북은 기술 시대 속 자연과 농업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특이점 도시(Singularity City)’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간 협업이다. 전북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지방자치단체, 민간 전문가 집단,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올림픽 유치는 물론이고 그 이후까지 이어질 유산이 만들어진다. 특히 문체부-체육회-전북으로 구성되는 삼각축의 협업은 결정적이다.

성공적인 스포츠 협업 행정을 위해 다음의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1. 공통 목표에 대한 명확한 합의

“올림픽 유치”라는 구호는 누구나 외칠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비전과 가치, 방향은 다를 수 있다. 협업의 범위, 참여 주체,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야 진짜 목표가 설정된다. 모든 기관이 ‘왜 전북인가’라는 질문에 한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2. 신뢰에 기반한 네트워크 구축

임시조직은 위계보다 신뢰가 실행력을 좌우한다. 정기적인 교차회의, 공동 워크숍, 비공식 소통 채널은 신뢰를 쌓는 토대가 된다. 자원과 권력을 앞세우기보다 상호 존중과 연대를 우선시해야 한다.

3. 역할 분담과 경계 조정

부처 간, 중앙-지방 간, 공공-민간 간 역할이 겹치기 쉬운 만큼, 누가 무엇을 맡고, 누가 중재자인지 명확히 해야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중간에서 조율하는 ‘경계 관리자(boundary spanner)’의 역할이 핵심이며, 총리실의 지원 또한 필요하다.

4. 공유 플랫폼과 통합 소통 체계 마련

예산, 일정, 설계, 커뮤니케이션이 단일한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디지털 협업 플랫폼과 표준화된 의사결정 절차가 필수적이다.

5. 주민 참여와 투명성 확보

지속가능한 올림픽의 주체는 기술이 아니라 시민이다. 파리 2024는 시민 참여 협약을 통해 지역사회 목소리를 제도화했다. 전북 역시 시민 중심의 올림픽 모델을 세계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협업 과정에서는 일의 속도, 양과 질의 차이로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선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상비약’이 필요하다. 공직자의 최우선 가치는 ‘청지기 정신(stewardship)’이다. 올림픽의 진짜 주인이 시민과 선수들임을 잊지 않는다면, 공직자는 절제력과 화합력으로 회복력을 발휘해야 한다. 내부 갈등으로 행정력을 소모하는 일은 직무 유기에 가깝다. 특히 문체부 공직자들은 국민 앞에 리더십, 전문성, 외교 역량을 보여야 한다. 올림픽 행정은 단지 평상시의 일이 아니라, 위기(emergency)를 준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 특수 임무다.

2036 전북 올림픽은 단순한 국제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한국의 다양성과 전북의 미래 비전을 세계에 증명할 기회다. 그러나 이 꿈은 혼자 꾸는 것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다양한 조직이 함께 설계하고, 함께 결정하며, 함께 실현할 때—전북은 진정한 ‘대한민국 두 번째 올림픽의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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