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세력이 활용하는 '청년' 정치의 실체, 이게 현실이다
[넥스트 대한민국] 향후 60년 위한 변화의 첫걸음, 사회부양비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책임 강화
사회 제갈현숙
25.04.25 06:58ㅣ최종 업데이트 25.04.25 06:58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국가원수가 주도했던 내란은, 어쩌면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부터 그 징후가 있었지만, 내란 협조 세력들로 인해 덮였는지 모른다.
지난 21대 국회의 제3기 연금특위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했다. 공론화를 위해 2월 14일부터 4월 21일까지 시민대표단 5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하고 약 한 달간 학습 및 숙의 과정을 거친 후, 시민 스스로가 미래를 위한 연금 개혁 방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가입자인 시민이지만, 연금 개혁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대상화되었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해지면서, 역사상 최초로 가입자와 청년을 개혁 과정에 초대했다. 그전까지 연금 개혁은 행정부가 주도하며 전문가와 정치인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연금 개혁의 민주주의는 어느 때보다 강화되었다. 정부와 국민의 힘은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계획대로 공론화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500인의 시민대표단은 '더 내고(보험료율 9→13%), 더 받는(소득대체율 40→50%)' 소득보장안과 '더 내지만(보험료율 12%), 그대로 받는(소득대체율 40% 유지)' 재정안정안을 두고 학습 및 숙의 과정을 거쳤다. 소득보장안은 학습이 시작되기 전 36.9% 지지로 출발했지만, 56%까지 올랐고, 재정안정안은 44.8% 지지로 출발했지만, 42.6%로 떨어지면서, 최종적으로 소득보장안이 결정됐다.
국민연금을 사보험처럼 취급해 온 그간의 풍토를 고려하면, 시민대표단의 소득 보장 강화를 위한 결정은 대단한 성과였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한다면, 공적연금에 대한 이해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그러나 시민대표단의 결정을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광석화처럼 뒤집었다.
공론화위원회 주호영 위원장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협상은 끝내 무산됐고, 소득대체율 40% 유지와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완전한 개혁'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석열의 '완전한 개혁'은 더 많은 보험료를 국민에게 부담시키지만, 급여는 깎겠다는 것이다.
윤석열의 완전한 개혁은 재정안정안으로 시민대표단에 제안됐지만, 선택되지 못하면서 시민의 민주적 결정을 무효화시켰다. 내란의 시작이었지만,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은 시민의 결정에 대해 '망국의 길로 가는 것'이라며 깎아내리기 바빴다. 계엄령이 '계몽령'으로 둔갑했듯, 내란을 감싸는 세력은 계엄령 이전부터 존재했고 민주주의를 절벽으로 내몰았다.
세대 전쟁의 서막 열어젖힌 윤석열 정부
정부는 3개월 후, 9월 4일 단독의 개혁안을 내놓았다. 만약 정부안으로 개혁을 돌파하고자 했다면, 1년 전 시도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보험료는 올리되 급여를 깎는 개혁안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시민을 설득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시민대표단의 결정 중 보험료 13%만을 수용했고, 한 번도 공론화하지 않았던 자동안정화장치와 세대별 차등보험료를 개혁안으로 들고나왔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은 세대 간 연대이지만, 급여를 깎기 위한 전술로 세대 간 갈등을 선택하면서, 세대 전쟁의 서막을 열어젖혔다.
윤석열 탄핵이 인용되기 전인 지난 3월 20일, 22대 국회는 정부안을 수정해서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3%로 '표면상'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을 통과시켰지만, 시민대표단의 성과는 담지 못했다. 또한 자동안정화장치는 배제했지만, 복지부는 향후 구조개혁에서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연금 개혁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시민의 결정을 무시하며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았고, 윤석열의 직무 정지 기간에도 정부는 내란 세력의 뜻대로 개혁 절차를 밟았다. 계엄령으로 한국 사회를 도탄에 빠뜨린 윤석열은 단 한 번도 대국민 사과 없이, 관저를 떠나며 대학 점퍼를 입고 나온 청년과 포옹했다. 우리는 내란 세력이 계속해서 활용하는 '청년' 정치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공직자는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하지만, 윤석열과 내란 세력은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를, 사회적 연대와 통합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통해, 그들은 아직도 집권을 꿈꾸고 있다.
반헌법 세력들이 그들의 사회적 생명 연장을 위해 '청년'이란 이름을 참칭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심화되면서 '청년'이란 용어는 사방에서 도깨비방망이처럼 사용해 왔다. 청년을 호명함으로써 자본과 노동의 계급 문제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세대 문제로 치환되었고, 일자리 문제는 갑자기 기성세대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인 양 변질시킬 수 있었다.
사회적 부양비 위해 더 많은 재정 투자해야
1997년 경제위기는 한국 사회를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정도의 구조개혁을 국가 차원에서 단행하게 했다. 현재 4050 연령층이 당시 20대 전후로 노동시장 유연화에 전면적으로 노출되었고, 노동 차별과 노동권 박탈을 감내하게 되었다. 4050 연령층은 그들이 청년이었던 이유로 보호받았거나, 복지제도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여전히 작동했던 가부장 체제에서 공적·사적 위계에 짓눌렸고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했어야 했다. 이들은 지난 약 사반세기 동안 국가의 사회복지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1997년) 수준에서 약 15%(2021년)로 11%p 증가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기반을 제공했던 한 주체이기도 하다. 특정 정치세력은 이들을 두고 꿀 빠는 세대로 묘사하지만, 꿀 빠는 주체를 세대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재용이 50대라고, 모든 50대를 이재용처럼 취급할 수 없듯이, 문제의 본질은 세대가 아닌 계급에 있다. 그러므로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착취하는 양 세대 전쟁을 부추기는 정치세력의 목표는 결코 청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부양에 대한 국가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교묘한 술책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태어나지 않은 한국의 미래: 저출생 추세 이해하기>를 올해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60년 동안 한국 인구는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고, 2082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5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므로 이 기간 노령 부양비(65세 이상 인구를 20~64세 인구로 나눈 비율)는 현재 28%에서 155%로 급증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급변하는 인구구조 변화는 저출생에서 비롯됐다. 1960년 여성 1인당 평균 6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약 60년 뒤인 2018년에 이르러 여성 1인당 1명 미만으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0.72명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초저출생 국가로 전락했다.
지난 60년간 한국 사회의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해 왔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가장 힘든 국가가 되고 말았다. 과거 60년간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었듯이, 향후 60년의 변화 역시 추계가 존재할 뿐, 어떻게 변화할지는 현재에 달려있다.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로 향할 것인지 아니면, 추계처럼 아이를 낳기 어려운 사회를 유지할 것인지, 그 분기점에 우리는 서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사회부양비의 근간을 제공하는 사회 보험 제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65세 이상 시민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노동력은 이전보다 감소하는 반면 의료, 장기 요양, 연금에 대한 재정 지출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60년까지 GDP의 17.4%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을 예상하면서, 기재부를 중심으로 긴축재정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을 포함한 유럽연합 국가와 OECD 회원국에서 공적연금에서만 평균 지출 규모가 GDP의 12~14%에 이른다. 즉 우리는 여전히 다른 국가의 평균 수준만큼도 국가가 사회부양비용을 위해 투자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대한 분기점에서 우리 사회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출산, 돌봄, 질병, 실업, 노령 등에 직면한 누구든 개인의 능력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제도로 해결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국가와 자본은 더 많은 재정을 사회적 부양비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자본주의 국가일지라도, 20세기 중반 이후 많은 국가에서 사회부양비는 증가해 왔다. 우리의 향후 60년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번 조기 대선이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제갈현숙 한신대 비정규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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