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사유] 전국에 드리운 땅 꺼짐 공포, 위험 정보 공개해야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도로에 발생한 대형 싱크홀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된 실종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5.03.24. ⓒ뉴시스
지난 3월 24일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에서 싱크홀 사고가 발생해 도로를 지나던 배달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국토부에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원인 규명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전국 곳곳에서 거의 매일 땅 꺼짐과 지반침하 사건이 이어지며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명일동 싱크홀 사고는 단순한 우발적 재난이 아닌 서울시의 체계적인 안전관리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서울시는 이미 2023년 ‘서울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건설공사 지하 안전 영향평가’를 진행해 해당 지역이 지반침하 취약구간이라는 것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지만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지반 침하 위험 지역을 대상은 월 1회 안전 점검(GPR 탐사)을 하기로 했지만 행정 절차 문제로 이행하지 않았고, 특히 지난 10월과 올해 2월, 사고지점 인근 지하철 연장 공사에 참여했던 노동자가 두 차례나 사고 발생 구역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형식적인 응답만 반복한 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았다. 서울시 행의정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서울와치’는 부실한 안전관리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청구를 진행한 상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서울시는 보유하고 있는 위험정보와 안전관리 보고서를 모두 비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를 예방하겠다며 지난해 구축한 ‘지반침하 안전지도’의 경우 “위험 지역을 공개해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뿐 이렇다 할 효과가 없고, 해당 지역 부동산에 악재가 되는 등 역효과가 우려되니 공개하지 않겠다”는 관계자의 전언이 전해지면서 빈축을 샀다. 정보공개센터는 안전지도를 비롯해, 의원실에 제출한 영향평가 용역 보고서, 그리고 지난 6개월간 해당 지역 지하철공사 착공후지하안전조사 월간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했지만 서울시는 모든 정보를 비공개 통지했다.
서울시는 안전지도가 내부용 ‘GPR 탐사의 효율 증진 등의 내부 행정 업무용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우선정비구역도를 구축한 것’이라며, 안전지도가 아닌 정비 우선순위 나타낸 지도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정비가 시급한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 역시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안전관리에서 우선순위의 기준이 무엇인지 시민들이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서울시는 비공개 근거로 국가공간정보기본법 35조의 보안관리 조항을 들었지만, 이는 "공개가 제한되는 공간정보"에 대한 "부당한 접근, 이용,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법률이다. 만약 해당 지도에 국가기간시설물(전력ㆍ통신ㆍ가스 등)의 위치가 포함된 부분이 있다면 그러한 시설물 정보에 한해서만 비공개하고, 그 외 정보는 적극 공개해야 한다.
이외 안전영향평가 및 월간안전보고서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에서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자료로 쓰인다는 이유를 들며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 하지만 이미 진행중인 공사에 대한 안전영향평가와 해당 공사 구역이 안전한지 확인한 정보는 애초에 시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할 정보이며, 국민의 생명 보호 및 안전을 위한 공익이 조사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공무원들의 추상적 우려보다 훨씬 크다. 게다가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음에도 전체 내용을 비공개할 경우 서울시의 안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은 더 커질 뿐이다.
반복되는 싱크홀 사고들이 말해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겪어온 수많은 재난이 말해주는 진실이 하나 있다면 ‘사고로 인한 피해’는 그냥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불의의 사고라도 재난에 대해 공동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커뮤니케이션과 대응체계를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피해의 규모는 천지 차이로 달라진다.
해외에선 싱크홀 위험성 및 사고 지도, 사고조사보고서도 체계적으로 공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위험도가 높을 수록, 사고예방 및 재난 대응을 위한 정보공개는 중요해진다. 이는 단순히 개개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그리고 시민들이 정보를 많이 알고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과 실천에 참여해야 사고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에서는 지하안전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서 공개하고 있는 ‘침하사고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점별 지질학적 위험 단계와 1980년대부터 사고가 있었던 장소 및 사고내용을 볼 수 있는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https://floridadep.gov/fgs/sinkholes/content/subsidence-incident-reports)
또 일본 도쿄의 경우, 건설공사국에서 도쿄 23구의 공공도로 하수도관 매설 상황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수도 대장을 공개하는 한편, 지반침하 사고조사보고서도 역사적으로 기록한 모든 자료를 체계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https://www.gesui.metro.tokyo.lg.jp/contractor/daicyo)
지난 2021년 발생한 구리 지반침하사고 조사 결과에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향후 예방을 위해 지반조사 정보 및 계측 정보를 관계자 및 시공자들이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하며, 지반 문제 발생 시 외부전문가의 자문을 실시 해 즉각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안전 문제에 있어 정보 공유는 이미 필수적, 기초적 해결방안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관계자에만 국한되어선 안 되며,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 열려있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싱크홀 사고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우리에게 알려진 정보는 너무나 적다. 지반침하 사고가 공포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도로 위를 지나는 우리는 지하의 위험징후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하 안전을 제대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여러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위험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체계를 만드는 것만이 시민들의 불안을 덜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이다.
“ 김조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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