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선이 열린다. 윤석열씨가 파면된 후 이뤄지는 조기 대선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유력 정치인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내란수괴'라는 별명이 붙은 윤석열씨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의 대선인 만큼 모두가 윤석열씨와 '다름'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장점, 강점을 말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전에도 투쟁했고, 윤석열 정권 후에도 투쟁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은 대선 출마자를 바라보며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이들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긴 시간 거리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울산, 부산의 해고자를 만나서 물었다.
[고진수] 새로운 대통령은 누구에게 충성할 것인가?
저는 서울 명동역 10번 출구 앞 철탑 위에 있습니다.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의 지부장, 고진수입니다. 2021년 12월, 세종호텔이 저와 저희 조합원들 12명을 해고해서 현재 복직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고공농성 59일 차(2025년 4월 12일 기준)입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한 복직 투쟁이 윤석열 정권을 넘어, 새로운 정권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재명 예비후보님,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많은 사람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 박근혜씨 탄핵 때, 여러 투쟁 사업장이 모여서 공동투쟁을 했는데 세종호텔지부도 함께였습니다. 그 당시에 이재명 예비후보(당시 '성남시장')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후보가 정부청사 앞 천막에 찾아왔습니다. 당시에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은 했지만, 비정규직 제도와 정리해고에 대해선 꽤 생각이 달랐습니다.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이 후보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만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만나면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후보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재명 예비후보님,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서민에게 충성하실 겁니까? 기업에게 충성하실 겁니까? 명확히 입장을 정해주십시오.
이재명 예비후보는 윤석열 정권과 검찰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과 검찰로부터 탄압을 더 많이 받은 건 노동자이고, 기업한테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게 노동자의 일상인 걸 이 후보가 알면 좋겠습니다. 이 후보가 '깊고 깊었던 겨울을 국민이 깨고 나오는 중으로, 따뜻한 봄날을 꼭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면서 출마 선언했는데, 장기 투쟁 노동자는 여전히 겨울의 한복판에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투쟁 사업장 해결해야 합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투쟁 사업장을 꼭 해결해야 합니다. 투쟁 사업장은 그저 하나의 사업장이 아닙니다. 투쟁 사업장에서 겪는 부당해고, 부당징계 등이 얼마나 많은 사업장에서 일어납니까. 그런데 대부분 억울하다고, 아프다고 말 한 번 못 하고 포기합니다. 투쟁 사업장은 아프단 말도 못 하고 떠난 사람들을 대리하는 곳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새로운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투쟁 사업장으로 대표되는 모든 노동자에게 미래가 달라질 거라는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고통을 겪는 노동자가 더 확산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은 노동자한테 매우 박합니다. 비정규직 제도 때문에 직장에서 불안정하게 다니다가 쫓겨나고,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돈을 많이 벌려고 자영업을 한다는 것도 예전 이야기입니다. 직장에서 밀려나서 자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사람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든, 노동 개선 정책을 강하게 밀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몇 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몇십 배를 넘어서는 노동 개선 정책이 필요합니다.
▲행진 중 발언하는 안미숙안미숙 대표가 행진 중 발언하고 있다. ⓒ 정남준
[안미숙] 노동자를 존중하는 대통령
저는 울산에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해고 투쟁하는 안미숙입니다. 2024년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선고 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중 '이수기업'은 폐업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이수기업 소속 노동자들은 모두 해고됐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불법파견 투쟁을 했고, 지금은 해고 투쟁까지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사퇴를 권합니다
12.3 계엄 직후 울산에서도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습니다. 저희 이수기업 해고자들도 집회가 열린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매일 집회에 참여하며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습니다. 그 덕에 울산 시민들에게 저희 투쟁도 꽤 알렸습니다.
계엄을 빼고 말해도, 윤석열씨는 대통령을 할 자격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없이 기업은 없습니다. 노동자 없이 국가도 없습니다. 그런데 윤씨는 기업과 국가를 굴리는 노동자는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이번 대선 출마를 결심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같습니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사퇴를 권합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노동자를 존중해야 합니다.
부당함을 겪고, 목격하는 게 일상
얼마 전에 조카가 황당한 이야길 들려줬어요. 제 조카가 이번에 6개월짜리 인턴을 지원해서 마지막 면접만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축하한다고, 인턴이면 월급을 얼마나 주냐고 물으니까, 안 준대요. 대신 6개월간 일하면서 스펙을 쌓는 거래요. 듣고 있는데 '한국... 기가 막힌다' 싶더라고요. 스펙을 미끼로 '공짜 노동'을 시키는 거잖아요. 누군가는 '그런 데는 가지마'라고 하지만, 안 갈 수도 없어요. 청년 세대 사람들이 몰라서 그런 곳에 가는 거 아니잖아요.
비슷한 일 하나 더 말할게요. 어제 은행 가서 업무를 보고 왔어요. 직원이 친절하고 좋았어요. 어제 깜박한 게 있어서, 오늘도 같은 은행을 갔어요. 기왕이면 같은 직원한테 받으려고 찾으니까, 계약 기간이 어제까지라서 오늘 '계약 해지'됐다는 거예요. 황당하더라고요.
꼭 저처럼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불법파견'처럼 무거운 말이 아니어도, 투쟁 사업장이 아니어도 노동자가 겪는 부당함이 온갖 곳에 있어요. 아주 많은 직장에 '계약직', '비정규직', '기간제'라는 말이 붙은 노동자가 있어요. 대통령이 노동자를 존중한다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거예요. 존중하질 않으니까 이런 상황이죠. 윤석열씨 다음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이 정도 제도 개선은 마음먹어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행진하는 서면시장번영회지회서면시장번영회지회가 행진을 하는 중 허진희 조합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정남준
[허진희]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라요
저는 부산에서 부당해고 철회, 체불임금 지급, 노동조합 인정,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로 투쟁하고 있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조합원 허진희입니다. 2021년 4월 29일, 9명 조합원이 힘을 합쳐 투쟁을 시작했어요. 투쟁 시작 이틀 후, 저희 지회장님이 해고됐어요. 1400일이 넘게 싸우면서 조합원은 두 명으로 줄었지만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저희는 투쟁 중에 사측한테 맞은 적도 있고 여러 법적 소송도 진행했습니다.
폭군이 되지 마세요
계엄 이후 서면시장 건너편에서 탄핵 광장이 열렸어요. 지회 집중 선전전이 수요일이라서, 저희도 매주 수요일 함께 했어요. 구호도 외치고, 발언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니까 좋았어요.
저는 정치를 잘 몰라요. 하지만 대선 출마를 결심한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있어요. '폭군은 되지 말아주세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폭군이었다고 생각해요. 노동자를 무시하고, 노동조합 차별을 강화했고, 계엄을 선포했어요.
대통령이 노동자를 무시하면, 회사는 노동자를 더 무시해요. 대통령이 노동조합을 탄압하면, 회사는 노동조합을 더 탄압해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지켜본 바로는 대통령이 제일 먼저 탄압하는 게 노동자더라고요. 그래도 이번 탄핵 광장이 알려준 게 있어요. '노동자가 앞장서서 싸우고, 시민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함께 싸운다.' 만약 새롭게 당선되는 대통령이 노동자를 탄압한다면, 노동자와 시민은 분명 다시 싸울 거란 걸 말하고 싶어요.
노동자가 원하는 세상
저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라요. 사람은 사람답게 사는 게 상식이잖아요.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또 다른 당이든, 기업가든, 노동자든 다 사람이잖아요.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쓰지 않아야 하고, 부당해고 당했다면 복직해야 하고, 임금이 체불됐다면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법으로 노조를 보장받고 있으니까 노동조합 활동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세상. 상식이라고 생각해요.
▲손잡고 행진 중인 허진희 조합원과 안미숙 대표서면시장번영회지회 행진에서 안미숙 대표와 허진희 조합원이 손을 잡고 있다. ⓒ 정남준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우드사이드 사업 철수 과정 해명 석연치 않아, 경쟁입찰 했다는데 공개된 기록 없어…검증 과정도 불투명 홍민철·조한무 기자 발행 2024-06-07 15:16:28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07. ⓒ뉴시스 동해 영일만 석유·가스 탐사 사업과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사업성 분석업체 액트지오가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 대형 석유회사가 사업성 없다고 판단한 사업을 재추진한 이유, △ 사업성 분석 주체로 영세 업체인 액트지오를 선정한 이유, △ 매장량 및 성공 가능성을 추산한 근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그 흔한 그래프, 도표 한장 제시하지 않았다. 원론적 설명에 그쳤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15년 탐사한 대형 업체 우드사이드와 액트지오 판단, 왜 달랐나? 이번 사업은 당초 석유공사와 함께 탐사를 진행했던 호주 대형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뒤 사실상 재추진됐다. 때문에 ‘경제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우드사이드는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동해에서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탐사를 진행했다. 2D 광역 탐사를 시작으로 시추공 2개를 뚫고, 3D 탐사로 자료를 구체화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7월, 돌연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 수석위원은 “배경을 보면 우드사이드가 다른 회사와 합병 후 글로벌 탐사 전략 변경 과정에서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사업 중단이 동해 영일만 탐사의 사업성이나 경제성 문제라기 보다는 우드사이드 자체 사정이라는 취지다. 추가 설명도 내놨다. 우드사이드가 실시한 대규모 3D 탐사 결과를 충분히 평가하지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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