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폭풍에 맨몸 노출된 중소 제조업 노동자

 손정순 노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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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임금 삭감 국면에 고용 불안까지 덮쳐오고 있다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드디어 윤석열이 파면되었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에 시작된 윤석열의 친위쿠데타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전면 부정되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평범한 국민의 상식에 기반할 때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를 잘 드러낸 것이다. 4.3, 세월호, 4.19, 그리고 5.18까지 대한민국의 봄은 탄식과 눈물없이 보낼 수 없었지만 2025년 4월 4일 만큼은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지난 4개월 동안 ‘내란세력 청산’ 함성이 광장을 울리는 동안 한국 사회 노동계에도 많은 일이 벌어졌다. 2025년으로 접어들면서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2025년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1만 30원으로 2024년 9860원보다 170원, 1.7% 오른 것에 불과하다. 1.7% 인상률은 1988년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2024년 소비자 물가 인상률이 2.4%, 2025년 1월에서 3월까지 물가 인상률이 2.0%를 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저임금은 삭감된 셈이다. 2025년 월 최저임금인 209만 원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600만 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따져 보면 내란 사태의 와중에 최저임금을 받는 600만 명의 노동자는 임금이 깎인 것이다.

내란 사태에 가장 앞장서서 싸운 노동조합이었지만 내란 진압과 가시화한 조기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의 요구는 또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정치권의 노조법 2, 3조 개정 노력이 다시 안갯속에 빠진 것이 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한국도 트럼프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있다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사진은 3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2025.2.3. 연합뉴스

발주 물량 감소, 줄어드는 고용, 문 닫는 공단 식당, 줄어드는 식판

하지만 더 큰 파고가 남아 있다. 바로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전 세계 산업 생태계에는 커다란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이라는 정책 기조하에 출범하자마자 캐나다, 멕시코, 중국 제품에 대하여 10%~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세 개의 행정명령을 발표하였다. 이후 2월 18일에는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할 계획임을 밝혔다. 3월 4일부터는 중국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유예했던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도 다시 부과하고 있다. 4월 2일에는 한국 25%, 중국 34%, 베트남 46%, 일본 24%, 캄보디아 49% 등의 상호 관세를 부과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전면화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관세 전쟁이 한국 사회 노동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한국산 철강, 반도체,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은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시화공단 선전전을 위해 자주 방문했던 식당을 찾았다.

“식판이 계속 줄어요. 작년에도 어렵다, 어렵다 했는데 지금하고 비교해 보면 그때가 더 나았던 것 같아요. 보세요, 저기 건너편 식당도 문 닫았잖아요. 큰일이에요, 큰일…”

연구소가 만난 한 자동차 부품업체 사장은 암울한 표정으로 발주 물량이 줄었다는 걱정만 토로했다. 발주 물량이 감소하고 고용이 줄고 있으며 공동식당의 식판이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효과가 하청구조를 타고 시화공단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통계청의 월별 고용동향 자료로도 확인되고 있다. 2025년 1월 제조업에서만 전월 대비 5만 6000명의 취업자가, 2월에는 무려 7만 4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단지 품목별 관세만 적용하고 있는데도 제조업에서만 2개월 사이에 무려 13만여 명의 취업자가 감소한 것이다.

혼란에 빠진 전 세계 제조업 공급망 체인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4월 2일에 발표한 상호 관세 부과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관세 전쟁으로 세계 제조업 공급망(supply chain)에 일대 교란과 혼란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 낸 것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금융위기와 강(强)달러화만이 아니었다. 핸드폰 하나 만드는 데에도 전 세계 노동자와 산업이 모두 그물망처럼 엮인 ‘공급망’이 같이 만들어졌다. 세계화라는 구호를 배경으로 모든 나라가 관세장벽을 없애고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훨씬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거짓말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탄생시킨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그 세계화를 통해 미국 등 선진국 자본은 중국을 비롯한 저발전 국가들로 진출하며 저임금·무노조 혜택을 누렸고, 미국 자본주의는 싼값에 수입되는 상품 덕에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었다. 전 세계 공급망 덕분이었다.

한국의 제조 대기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제조 대기업, 특히 전자업종의 경우 생산공장은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등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소재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핸드폰의 절반 이상은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국과 유럽시장으로 수출한다. 문제는 한국 제조 대기업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중국, 동남아 지역이 이번 상호 관세에서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이 베트남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은 46%이다. 베트남에서 제조해 미국에 수출하는 갤럭시 핸드폰 가격이 절반 가까이 급상승하는 셈이다. 상호 관세를 발표하자마자 애플, 나이키사의 주가가 폭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의 아이폰 중 절반 이상은 중국에 있는 팍스콘사에서 생산하며 나이키 신발의 대부분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고율의 상호 관세를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1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천517만4천명으로, 전년도 같은 달보다 11만 5천명(0.8%)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둔화 추세로, 2003년 '카드대란'의 영향을 받은 2004년 1월 7만3천명 이후 21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다. 사진은 10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인정받기 위해 상담대기중인 시민들. 2025.2.10. 연합뉴스

하청구조 타고 국내 중소기업을 때릴 상호 관세 부과 효과

이제 갓 시작한 상호 관세 부과 효과는 곧바로 중국과 동남아에 소재한 한국 제조 대기업의 수출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그에 따라 하청구조로 연결된 국내 중소기업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품목별 관세 부과에 벌써 영향을 받고 있는데 한국 25%, 베트남 46%, 중국 34%라는 일괄 관세는 한국 중소 제조업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하청구조를 타고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퍼져 나갈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고용에 영향을 끼친다. 시화공단 같은 중소규모 제조업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인건비 감소, 즉 고용 조정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관세 부과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만을 고려한 것이다. 간접적인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첫 번째는 미국 가계의 실질 구매력 약화에 따른 수입 수요 감소이다. 고율의 관세 부과에 따라 세계의 시장 역할을 하는 미국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감소할 것이며 상품 가격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 자체가 교란되면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두 번째는 미-중 간 관세 전쟁 때문에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대(對)한국 수입 수요, 특히 중간재 수입 수요 또한 감소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자본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본격화할 우려도 있다. 수입차에 부과되는 25%의 관세를 견디지 못하고 GM이 한국 공장을 폐쇄하고 다시 본국으로 철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것이든 국내 중소 제조업 고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 경제는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무역의존도가 100%에 달할 정도로 대외의존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관세 전쟁의 직·간접적인 효과로 인해 성장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900만 비정규직 포함 2100만 노동자 일자리 지켜낼 대통령

중소규모 사업장 내 비정규직의 낮은 사회보험 가입률을 고려하면 중소 제조업 노동자는 관세 전쟁의 고용 충격을 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산업구조 전환을 고민해 온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관세 전쟁 대응이라는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하는 셈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삭감에 더해 고용까지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예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노동 감수성이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앞으로 두 달여 동안 대선 정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노동정책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관세 전쟁에 따른 노동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대한 논의도 치열하게 벌어졌으면 한다. 90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한국 사회 210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의 고용을 지켜낼 대통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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