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 특별부문 공로상 정수근
20.12.11 17:03
최종 업데이트 20.12.11 17:31묵묵히 힘든 길 가던 환경운동가를 위한 헌사낙동강 지킴이 정수근이 사단법인 세상과 함께가 제정한 제1회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 특별부문 공로상을 수상했습니다.
정수근은 지난 20여년 환경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뭇 생명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이번 수상은 현안에 매진하는 모든 활동가를 위한 헌사이기도 합니다.
정수근 개인의 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전국 각지 수 많은 환경쟁점의 한 가운데서 묵묵히 공익을 실천하고 있을 이름 모를 분들을 위해 쓴 이 글을 공개합니다. <필자 주>
▲ 낙동강의 강바닥은 시커먼 펄이다. 정수근 시민기자는 이 펄에서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를 찾아냈다. 시궁창이나 하수구에 사는 생명체다. | |
ⓒ 정대희 |
정수근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녹색평론사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며 대한민국 전역에 자연과 인간이 따로 있지 않음을 알리는 일에 일조했고, 대구의 대표적인 명산 앞산(정식명칭은 대덕산이지만 대구에서는 앞산으로 더 많이 불림)을 뚫고 터널 공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풍찬노숙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긴 시간 앞산터널반대를 위해 싸웠으나 결국 터널은 개통되었고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은 흩어졌습니다. 비록 터널을 막는데는 실패했지만 정수근의 활동은 앞산터널을 지키기 위해 모였던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정수근은 앞산꼭지 활동을 계기로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님이 그에게 유산 상속한 까닭
정수근은 대운하 사업의 또 다른 이름인 4대강 사업을 막아내기 위해 평일과 주말,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낙동강을 돌아보고 사진, 영상, 글로 기록을 했습니다. 힘과 권력을 앞세운 토건세력들은 전국의 강바닥을 파헤치고 모래와 자갈을 퍼내며 본인들의 욕심을 채웠습니다. 그 사이 한 분의 스님이 분신을 하셨고 공사 중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했습니다. 개발독재시대 이후 최대의 토목사업이었던 4대강 파괴현장을 다니며 그가 쓴 기록들은 469건의 오마이뉴스 기사로 남았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꾸준히 실린 정수근의 글은 한 스님은 유산기증으로 이어졌습니다. 2018년 입적하시면서 당신의 남은 재산을 강 운동을 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희사하라는 유언을 남기셨고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정수근의 활동에 힘입어 30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창립 이래 처음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다시 없을 너무도 소중한 기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수근은 밀양 송전탑과 청도 삼평리 송전탑 사건에도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주민들과 연대하고 거대자본과 공권력을 향해 몸을 던졌습니다. 연대과정에서 주민들과 함께 소송을 당하기도 했지만 밀양과 청도에서도 누구보다 먼저 가서 연대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 활동으로는 영풍제련소의 오염행위에 맞선 것입니다. 정수근이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봉화지역 주민들이 꾸린 대책위를 중심으로만 알음알음 알려졌던 이 문제는 정수근이 연대하면서 전국 사안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낙동강 최상류에서 중금속 물질을 배출하며 영남의 식수원을 오염시킨 영풍제련소의 행위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낙동강탐방을 진행하고 유관단체에 항의했습니다.
정수근의 이러한 노력은 MBC PD수첩과 KBS 추척 60분 등 지상파의 대표적인 탐사보도팀의 현장취재를 이끌어냈습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경북지부'는 정수근의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그가 속한 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민주시민상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운동에서, 특히 환경쟁점의 현장에서 승리한 역사는 동강댐 반대운동 백지화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개발사업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겁니다. 하지만 정수근은 묵묵히 그 길을 걸었습니다. 1998년 녹색평론사에서부터 2018년 영풍제련소까지 20여년간 숱한 좌절을 견디면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새로운 힘을 내던 사람이었습니다.
쉽고 빠른 길보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던 사람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정수근의 방식은 옛날 방식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거버넌스로 가야한다고, 이제는 투쟁이 아니라 교육이라고, 반대만 해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거버넌스도 중요하고 교육도 중요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소모적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정수근의 활동은 환경부를 움직이고 수자원공사를 움직여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각종 협의체를 발족시켰습니다. 거버넌스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시민교육에 쓸 수 있는 지원을 이끌어냈습니다. 수자원공사 대구경북 지역본부가 운영하는 보현산댐협의회가 그렇고 낙동강사람들이 그렇고 낙동강 상류(영풍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 협의회가 그렇습니다. 그의 활동으로 많은 이들이 거버넌스 테이블에 초대되었고 부족하나마 민관 협의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정수근은 우리 곁에 없습니다. 아!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닙니다. 심신이 피로해서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50년 평생의 절반 가까이를 환경운동가로 살아온 사람이 활동을 접고 2년째 칩거에 들어간 것은 어쩌면 사망선고에 가깝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여전히 정수근을 아끼는 이들은 그를 세상밖으로 끌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이 추천서도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사단법인 세상과 함께가 제정한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은 정수근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고, 양쪽 무릎과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대며 절하는 것은 보통의 마음으로는 행하기가 어렵고 지속하기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며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고소고발의 위험이 상존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 번듯한 직위 한번 탐내지 않고 폼도 안 나는 현장에서 약자들과 연대하며 개인에게 돌아오는 직간접적 불이익을 감내하는 일은 어쩌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행하는 길과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이해관계가 복잡한 환경쟁점의 한 가운데에서 늘 묵묵히 약자들과 뭇 생명들과 함께 했던 사람입니다. 현실은 팍팍하더라도 더 큰 것을 보고 가다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 믿으며 꿋꿋하던 사람입니다. 쉽고 빠른 길보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던 사람입니다. 그가 지난 20년 간 환경파괴와 오염의 현장을 꾸준히 기록하였듯이 이제는 우리가 그를 삼보일배 오체투지의 이름으로 기록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걸어온 길이 실패의 역사로 남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수상 이력 >
2015년 제3회 임길진환경상 수상
2019년 환경부장관상 수상
<출간저작물>
2016년 녹조라떼 드실래요? 주목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공저 (필진 참여)
2018년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 도서출판참 정수근 저
<기사 및 블로그 기록>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정수근 페이지
http://www.ohmynews.com/NWS_Web/iRoom/index.aspx?MEM_CD=00536714
앞산꼭지의 초록희망
https://apsan.tistory.com/
긴 시간 앞산터널반대를 위해 싸웠으나 결국 터널은 개통되었고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은 흩어졌습니다. 비록 터널을 막는데는 실패했지만 정수근의 활동은 앞산터널을 지키기 위해 모였던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정수근은 앞산꼭지 활동을 계기로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님이 그에게 유산 상속한 까닭
▲ 전교조 선생님들과 함께 앞산터널건설에 반대하며 지은 나무위의 집을 방문한 전교조 선생님들과 함께 | |
ⓒ 정수근 |
정수근은 대운하 사업의 또 다른 이름인 4대강 사업을 막아내기 위해 평일과 주말,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낙동강을 돌아보고 사진, 영상, 글로 기록을 했습니다. 힘과 권력을 앞세운 토건세력들은 전국의 강바닥을 파헤치고 모래와 자갈을 퍼내며 본인들의 욕심을 채웠습니다. 그 사이 한 분의 스님이 분신을 하셨고 공사 중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했습니다. 개발독재시대 이후 최대의 토목사업이었던 4대강 파괴현장을 다니며 그가 쓴 기록들은 469건의 오마이뉴스 기사로 남았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꾸준히 실린 정수근의 글은 한 스님은 유산기증으로 이어졌습니다. 2018년 입적하시면서 당신의 남은 재산을 강 운동을 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희사하라는 유언을 남기셨고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정수근의 활동에 힘입어 30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창립 이래 처음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다시 없을 너무도 소중한 기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수근은 밀양 송전탑과 청도 삼평리 송전탑 사건에도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주민들과 연대하고 거대자본과 공권력을 향해 몸을 던졌습니다. 연대과정에서 주민들과 함께 소송을 당하기도 했지만 밀양과 청도에서도 누구보다 먼저 가서 연대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 송전탑 활동 당시 전 국민의 안정적 전기사용을 위해 희생당하는 지역주민을 위한 송전탑 투쟁 | |
ⓒ 정수근 |
가장 최근 활동으로는 영풍제련소의 오염행위에 맞선 것입니다. 정수근이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봉화지역 주민들이 꾸린 대책위를 중심으로만 알음알음 알려졌던 이 문제는 정수근이 연대하면서 전국 사안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낙동강 최상류에서 중금속 물질을 배출하며 영남의 식수원을 오염시킨 영풍제련소의 행위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낙동강탐방을 진행하고 유관단체에 항의했습니다.
정수근의 이러한 노력은 MBC PD수첩과 KBS 추척 60분 등 지상파의 대표적인 탐사보도팀의 현장취재를 이끌어냈습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경북지부'는 정수근의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그가 속한 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민주시민상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운동에서, 특히 환경쟁점의 현장에서 승리한 역사는 동강댐 반대운동 백지화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개발사업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겁니다. 하지만 정수근은 묵묵히 그 길을 걸었습니다. 1998년 녹색평론사에서부터 2018년 영풍제련소까지 20여년간 숱한 좌절을 견디면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새로운 힘을 내던 사람이었습니다.
쉽고 빠른 길보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던 사람
▲ 환경운동연합 대의원대회 환경운동연합 전국대의원 100여 명이 영풍제련소 제1공장 앞 낙동강변에서 영풍제련소 폐쇄촉구 현장 액션을 벌이고 있다. | |
ⓒ 정수근 |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정수근의 방식은 옛날 방식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거버넌스로 가야한다고, 이제는 투쟁이 아니라 교육이라고, 반대만 해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거버넌스도 중요하고 교육도 중요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소모적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정수근의 활동은 환경부를 움직이고 수자원공사를 움직여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각종 협의체를 발족시켰습니다. 거버넌스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시민교육에 쓸 수 있는 지원을 이끌어냈습니다. 수자원공사 대구경북 지역본부가 운영하는 보현산댐협의회가 그렇고 낙동강사람들이 그렇고 낙동강 상류(영풍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 협의회가 그렇습니다. 그의 활동으로 많은 이들이 거버넌스 테이블에 초대되었고 부족하나마 민관 협의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정수근은 우리 곁에 없습니다. 아!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닙니다. 심신이 피로해서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50년 평생의 절반 가까이를 환경운동가로 살아온 사람이 활동을 접고 2년째 칩거에 들어간 것은 어쩌면 사망선고에 가깝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여전히 정수근을 아끼는 이들은 그를 세상밖으로 끌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이 추천서도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사단법인 세상과 함께가 제정한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은 정수근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고, 양쪽 무릎과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대며 절하는 것은 보통의 마음으로는 행하기가 어렵고 지속하기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며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고소고발의 위험이 상존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 번듯한 직위 한번 탐내지 않고 폼도 안 나는 현장에서 약자들과 연대하며 개인에게 돌아오는 직간접적 불이익을 감내하는 일은 어쩌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행하는 길과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이해관계가 복잡한 환경쟁점의 한 가운데에서 늘 묵묵히 약자들과 뭇 생명들과 함께 했던 사람입니다. 현실은 팍팍하더라도 더 큰 것을 보고 가다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 믿으며 꿋꿋하던 사람입니다. 쉽고 빠른 길보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던 사람입니다. 그가 지난 20년 간 환경파괴와 오염의 현장을 꾸준히 기록하였듯이 이제는 우리가 그를 삼보일배 오체투지의 이름으로 기록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걸어온 길이 실패의 역사로 남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 낙동강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 2017년 6월 2일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 속에서 삽으로 떠낸 시커먼 뻘과 붉은 깔따구를 들고 있다. | |
ⓒ 권우성 |
▲ 11일 열린 제1회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 공로상 시상식 | |
ⓒ 오마이TV |
<수상 이력 >
2015년 제3회 임길진환경상 수상
2019년 환경부장관상 수상
<출간저작물>
2016년 녹조라떼 드실래요? 주목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공저 (필진 참여)
2018년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 도서출판참 정수근 저
<기사 및 블로그 기록>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정수근 페이지
http://www.ohmynews.com/NWS_Web/iRoom/index.aspx?MEM_CD=00536714
앞산꼭지의 초록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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