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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제정까지…” 아들 2주기 다음 날 ‘단식농성’ 시작한 김용균 어머니

 민주당, 중대재해법 또 미루나 “임시국회 내 ‘상임위’서 통과”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2-11 14:00:24
수정 2020-12-11 1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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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가 1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가 1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하고 있다.ⓒ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매일같이 용균이처럼 끼어서 죽고, 태규처럼 떨어져서 죽고, 불에 타서 수십 명이 죽고, 질식해서 죽고, 감전돼서 죽고, 과로로 죽고,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화학약품에 중독돼서 죽습니다. 너무나 많이 죽고 있습니다. 제발 그만 좀 죽었으

면 좋겠습니다."


2년 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11일 국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아들의 참혹한 죽음 이후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전면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많다며 "세상은 변한 게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서 반드시 중대재해법이 필요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절실한 요구다.

김 이사장을 비롯해 일터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이날 정의당과 함께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단식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법 촉구를 위한 국회 농성을 이어가기 위해 전날 태안에서 열린 2주기 추모제에도 함께 하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법을 좀 만들어 달라고, 정부와 국회가 안전을 책임져서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국회에서 7일부터 노숙 농성을 했다. 국회의원들에게 법 좀 만들어달라고 허리 숙여 얘기도 했다. 그러다가 때로는 들리지 않을 것 같아 소리 높여 답답한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아직 논의도 안 되고 있다고 하니 너무도 애가 타고 답답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그래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마지막 선택을 했다"며 "저는 평생 밥을 굶어본 적이 없어 무섭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자신을 갉아먹는 투쟁 방식인 단식을 다른 사람이 하는 것도 뜯어말리고 싶었는데 이제 저 스스로 택한다"고 단식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김 이사장은 "나의 절박함으로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법이 제대로 만들어질 때까지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단식을 할 것이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때까지 잘 버텨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열악한 방송제작 환경을 고발하며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과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도 김 이사장과 함께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

이 이사장도 지지부진한 중대재해법 논의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차오르는 눈물을 꾹 삼켜가며 준비해 온 발언문을 읽어나갔다.

이 이사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저희 가족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저 모든 삶이 부서져 버린 저희와 같은 가족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나라, 일하러 갔다가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를 위해, 계속되는 죽음을 보며 계속 고통받지 않기 위해 그래서 저희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한다"며 "오늘부터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 투쟁을 할 것이다. 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살아서 제 발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국회는 조속히 중대재해법을 제정해달라"며 "제발 저희가 살아갈 수 있는 작은 희망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전날 단식농성 시작을 알렸던 강은미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 제정을 약속했던 거대 양당 지도부를 향해 "더는 미루지 말자"며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강 원내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뒤로 밀려나는 동안 지난 정기국회 막바지의 모습은 어떠했나. 174석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았나"라며 "중대재해법보다 12일 늦게 발의된 공정거래법은 절차와 논의를 무시하고 사활을 걸면서 왜 국민들 생명 지키고 안전 지키는 일에는 사활을 안 거는지 엄중히 따져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표는 "말뿐인 중대재해법으로는 노동자들을 살릴 수 없다"며 "중대재해법의 제정으로 안전한 일터, 생명존중 대한민국이라는 결과로 보여달라. 반드시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중대재해법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중대재해법의 운명은 사실상 거대여당인 민주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 정의당과 시민사회계에서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중대재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제정이 원칙이라는 말만 할 뿐 정확한 입법 시간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이번 임시국회 내 상임위에서 통과시킨다는 목적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정책 의원총회가 소집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본회의 처리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이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번 임시국회 때 통과 가능성은 상임위 정도인가'라는 질문에는 "중대재해법은 제정법이라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 많다"며 "법과 관련된 범위가 워낙 넓고 관계되는 법률이 이미 있고, 법안끼리의 충돌이나 여러 부분에 있어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은 법"이라고만 답했다.

이번 임시국회는 해를 넘겨 오는 1월 8일까지 이어진다. 물론 임시국회를 추가로 소집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제대로 법안을 논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정의당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현관 앞에서 열린 가운데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앞줄 왼쪽 세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2020.12.11. (공동취재사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정의당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현관 앞에서 열린 가운데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앞줄 왼쪽 세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2020.12.11. (공동취재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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