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전쟁에 이낙연이 보이지 않는다”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진 이낙연 당대표, 대세론 흔들리나
“추·윤 전쟁에서 민주당 당대표가 보이지 않는다.” 기자를 만난 정치평론가·정치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어차피 내년 3월에는 내려와야 하는 시한부 당대표를 맡지 말았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회의를 드러내는 이도 있다.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코로나19 자가격리 때문? 12월 3일,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이낙연 당대표는 국회로 출근했다. 그러나 이후 정국 전개에서 ‘당대표 이낙연’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검찰개혁 국면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았거나 액션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법무부가 발표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혐의에 충격과 실망을 누르기 어렵다. 법무부는 향후 절차를 법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하기 바란다.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시기를 권고한다.” 11월 24일,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분명한 입장표명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편에 선 것이다. 12월 1일 올린 민주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도 마찬가지다. 글에서 그는 국정원법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과한 것을 언급하며 “더 나은 미래를 열기 위한 다른 입법과제들도 이번 주부터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하나씩 통과시키겠다. 새로 제정해야 하는 법은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등 검찰개혁 입법과제의 연내처리 의사를 밝힌 것이다.
추미애 손 들어준 이낙연의 선택
정치 리더십은 지지세력만 이끄는 능력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중도층을 끌어들여 정국전환을 만들어낼 때 리더십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 대표의 선택은 정면돌파다. 여권과 검찰개혁 적극지지층의 힘으로 정국의 난관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다른 길의 선택 여지는 없었던 걸까. “문제는 그가 대권주자라는 것이다. 이낙연은 결국 ‘친문’에게 손을 내미는 선택을 했다. 문제는 추 장관을 옹호하는 강도가 세지면 세질수록 대권주자로서는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대표 선거 이후 그렇지 않아도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레임덕의 문턱에 있는 대통령의 계승자 콘셉트로 갔을 때 상승의 여지가 있을지 회의적이다. 오히려 지지율 정체상태가 계속될수록 ‘친문’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낙연은 명분도, 실리도 다 잃는 실패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기자는 이낙연 당대표 당선 직후인 9월 초 “이낙연 딜레마: 아직 ‘NY의 시간’은 오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당대표로 선출되었지만,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는 왜 나타나지 않았는지를 짚는 기사다. 코로나 정국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자기세력이 없는 이 대표로서는 당 주류인 ‘친문’의 지지를 바탕으로 가야 하는데, 국정이나 당의 ‘쇄신’은 당의 주류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역설’을 거론했다. 3개월이 지났다. ‘당대표 이낙연’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운신의 폭은 넓어지지 않았다.
인사는 메시지다. 당시 이낙연표 인사로 주목한 것은 20대 청년 박성민 최고위원의 임명이다. 청년과 공정, 세대불평등 문제를 이 대표체제에서 깊게 들여다보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청년주거문제를 다루었던 지난번 간담회처럼 오늘도 무겁고 우울했습니다. 늦은 시각까지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11월 26일 이 대표가 박성민 최고위원이 단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청년TF’ 화상간담회에 참석한 뒤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긴 소감이다. 공정이나 세대불평등 문제는 쉽게 해법이 나올 사안이 아니다.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과제다.
당대표 임기 ‘사실상 중반’
“이건 우리 진영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언론도 지적하는 문제 아니냐.” 12월 2일 접촉한 민주당 측 인사에게 ‘이낙연 리더십의 위기’를 물으니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첫째, 정무적 판단과 메시지 문제다. 이걸 내는 사람들이 온통 친문색깔이다. 당의 전략기획실장과 정무실장,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친문’의 핵심에 해당하는 사람들 아니냐. 총리 시절에는 일정 정도 대통령의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국정 운영철학이랄지, 공무원들을 압박하면서 국민을 위한 태도가 일관되게 보였다. 그런데 당에 들어와서는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잘 못 느끼는지, 당내 친문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언론이 평가하던데, 실제 그런 것이 아니었나.” 이 대표가 밝힌 차질 없는 검찰개혁 추진 방침에 대해서도 그는 이렇게 쓴소리를 했다. “설혹 공수처를 설치하고 검찰개혁의 단초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민심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성취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개혁의 성취가 실제 민생에 영향을 안 미칠 가능성이 많다. 문제는 당내에 그런 위기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렵지만 우리가 똘똘 뭉쳐 돌파해낸다면 떠난 마음도 돌아올 것이라는 나이브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다. 당대표가 된 지 벌써 3개월이 흘렀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의 대선주자는 내년 3월 9일 이전에 자리를 놔야 한다. 사실상 당대표 임기의 절반을 뚜렷한 성과 없이 흘려보낸 셈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이 대표 주위에서 당대표를 굳이 맡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많이 개진되었는데 일부 측근 그룹을 중심으로 그간 ‘당대표를 맡지 않고 대선에 간 사람은 없었다’는 선례를 언급하며 밀어붙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대표 선거과정에서 이 대표는 코로나 정국이라는 특수한 국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총리와 당대표가 처한 상황이나 권한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추·윤 전쟁’ 국면에서 득을 본 것은 정세균 총리다. 결국 불발되었지만 ‘동반사퇴’라는 해법을 제시하며 ‘여차하면 출격 가능한 대권주자’로 주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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