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 넘긴 중대재해법, 김용균 어머니·이한빛 아버지 단식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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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의는 닷새 뒤 1월 5일에야 열려…‘후퇴 논란’ 정부안 나오며 꼬이고, 논의 속도도 더뎌
중대재해법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는 지난 29일과 30일 잇달아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총 19개의 조항 중 겨우 4조까지 논의하는 데 그쳤다. "매일 회의를 열어서라도" 논의하겠다더니 다음 회의 일정은 올해의 마지막 날인 31일로부터 닷새 뒤인 1월 5일에나 열기로 했다. 이대로라면 해를 넘긴 1월 8일 종료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법을 처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후퇴 논란' 중대재해법 정부안
법안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조정됐나
지난 28일 원안보다 후퇴한 정부안이 나오면서 논의의 실타래가 더욱 꼬였다. 정부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에 관계 부처 의견을 반영한 것인데 책임 범위와 적용 대상을 지나치게 축소해 생색내기에 그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중대재해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온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김미숙·이용관 이사장은 정부안에 반대하며 입법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중대재해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정부안에 대해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을 만들었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 "정부 부처의 고민과 협의, 검토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결국 29일부터 30일까지 양일간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는 정부안에서 논란이 됐던 일부 내용이 재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대산업재해'의 적용 기준은 당초 법안대로 '사망자 1명 이상인 경우'로 규정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1안으로, '동일한 원인으로 또는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한 재해가 발생한 경우'를 2안으로 각각 제시했으나 2안의 경우에는 중대산업재해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동시에 고용노동부가 "(기준을) 사망자 1명으로 유지할 시 처벌 수위를 낮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이 분분했던 '경영책임자'의 범위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서는 '법인의 대표이사 및 이사'나 '법인의 대표이사나 이사가 아닌 자로서 해당 법인의 사업상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그러한 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지위에 있는 자' 등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여야 논의 결과 "사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대표이사'는 주로 영리법인에서만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영리 법인이나 사회법인 등에서 발생하는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이자 법안심사1소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지난 30일 소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 위주로 규정됐던 것을 사업 위주로 해서,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총괄하는 사람과 그에 준해서 안전보건의무를 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했다"며 "범위는 더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책임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권고했던 지방자치단체장과 행정기관장도 다시 포함하기로 했다.
1월 5일 소위 논의 마무리하겠다지만
남은 쟁점 많아 난항 예상
새해에도 단식 이어가게 된 유족들
몇 가지 쟁점이 해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특히 앞으로 논의해야 할 내용은 노동계와 정부여당, 국민의힘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이라 법안 심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표적인 게 법 적용 유예 조항이다. 정부안의 바탕이 된 '박주민안'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4년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의당과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의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유예 기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예 기간을 단축시키는 쪽으로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듯했으나 이후 나온 정부안에서는 오히려 유예 대상이 확대됐다. 50인 이하 사업장은 4년의 유예 기간을 주는 것에 더해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2년의 유예 기간을 둘 수 있도록 추가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한술 더 떠 대기업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안에서 아예 삭제된 '발주' 관련 내용과 원청의 안전보건 의무를 어느 수준까지 부여하느냐도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손해액의 '최소 5배' 이상으로 설정했던 징벌적 손해배상의 한도가 정부안에서는 난데없이 '5배 이하'로 대폭 완화된 내용 역시 남은 쟁점이다.
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이 포함되는 점도 국민의힘이 걸고 넘어지면서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부안만 보더라도 이들에게 부여된 안전조치 의무는 기본적인 수준의 조치들이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과 훈련을 하고, 안전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결함이 발생한 경우 출입을 제한하거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또,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게 아니라 이런 안전조치들을 다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중대재해법의 취지이기도 하다.
더욱이 정부안에서는 모든 공중이용시설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아니다. 시설의 규모나 면적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왜곡하며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1월 5일 재개되는 소위 회의에서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단식 농성의 기간도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1월 5일이면 단식농성 26일 차로 접어들게 되고, 김미숙·이용관 이사장의 건강 상태에도 이미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전해진다.
강은미 원내대표와 김미숙·이용관 이사장 등 중대재해법 촉구 단식농성단은 31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의 연내 입법이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결국 연내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그 책임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있음을 밝힌다"며 "추위와 배고픔과 사투하며 기약 없는 시간만이 처참히 흘러갈 것이다. 국회는 더 이상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주당, 국민의힘은 서로를 핑계로 더 이상 시간 끌기를 중단하라. 밤을 새워서라도 이 법 통과를 위한 모든 논의를 진행하라"며 "국회는 8일 예정된 임시국회 종료일 전에 반드시 이 법 통과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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