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빠져 음식 못 먹네"...사실 말했다고 벌금형
['진실유포죄'를 고발합니다] 피해 사실 알렸다고 벌금 50만 원
기자는 피고인 이OO 씨(56년생)를 직접 만나러 지난 11월 20일 울산행 비행기를 탔다.
이 씨는 남편, 딸과 함께 울산 동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산다.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입 안부터 보여줬다.
부작용의 흔적은 그의 입 곳곳에 자리했다. 왼쪽 아래 어금니 세 개가 몽땅 없었다. 치아를 대체하는 보철물이 빠진 탓이다. 잇몸에는 임플란트 기둥만 남은 부분도 있다. 위, 아래 치열도 부정교합으로 제대로 맞닿지 않았다.
그는 안방에서 진료내역과 치아 X-레이 사진을 꺼내왔다. 수기로 작성한 진료내역지는 전문 의료 용어로 뒤덮여 있어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 기자는 사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리 준비해온 이 씨의 1심 판결문을 꺼내들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이 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자에게 본인의 1심 판결문을 받아갔다. 그러곤 판결문을 정독하다 말고 소리쳤다.
그가 겪은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 씨가 임플란트 치료를 고민하던 2016년 3월경.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울산 동구에 위치한 A 치과를 찾아갔다. 이 씨의 집에서 A 치과까지는 차로 약 15분.
A치과 B 원장은 총 12개의 임플란트 시술을 이 씨에게 추천했다.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인공치아를 심는 치료법이다. 치아 뿌리는 나사로 대체하고, 그 위에 보철물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발치부터 진행했다. 양쪽 윗어금니를 시작으로 아래 앞니-어금니를 순차적으로 뽑았다. 뽑은 이만 총 11개다. 이 씨는 한동안 임시 틀니로 생활했다.
발치 이후 첫 임플란트 기둥을 잇몸에 박았을 때였다. 오른쪽 윗어금니 시술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이 씨는 치통을 앓았다. 마치 사랑니를 뽑은 사람처럼 얼굴과 잇몸이 심하게 부었다.
밤잠을 못 이룬 이 씨는 늦은 오후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원인은 임플란트 기둥을 심은 잇몸에 생긴 염증 탓이었다.
발치까지 한 상황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엎을 수 없었다. 이 씨는 A치과 원장을 믿었다. 그는 2017년 5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애초 계획보다 하나 적은 총 11개의 임플란트 치료를 진행했다.
치료를 마치고 확인한 치아 상태는 심각했다. 위, 아래 치아가 정교하게 맞물리지 않았다. 임플란트 치료 후, 오히려 부정교합이 생겼다.
화가 난 이 씨는 임플란트 11개 비용 총 2000만 원 중 1800만 원만 지불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잇몸 염증부터 시작해 부정교합까지 생기자, 더 이상 치료비를 납부할 마음이 사라졌다.
납부한 치료비 중 수백 만 원도 지인과 자녀에게 겨우 빌려 지불한 돈이었다.
부작용은 상당했다. 이 씨는 평소 즐겨 먹던 오징어, 고기 등은 아예 입도 대지 못했다. 부정교합으로 면발도 끊을 수 없었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급체나 소화불량에 걸리기 일쑤였다. 잦은 구토와 응급실 방문은 거의 일상이 됐다.
직업 종교인 생활을 하는 이 씨에게 한 동료가 이런 말을 했다.
부작용으로 속앓이를 하던 이 씨는 충격을 받았다.
이 씨는 2019년 1월경 A치과를 찾아갔다. 임플란트 치료가 끝난 지 1년 8개월 만이었다. 그동안 이 씨는 "임플란트 괜찮냐"는 A치과의 연락 한 번 받지 못했다.
그는 사과와 임플란트 치료비 전액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A치과는 사과 대신 미납 진료비 200만 원 결제를 요구했다. 임플란트 부작용으로 2년 가까이 고생한 상황에서 이 씨는 진료비를 지불하고 싶지 않았다.
이후에는 밥을 먹다가 임플란트 '브릿지'(치아 대체 보철물)도 빠져버렸다.
치료차 다른 치과를 찾아갔지만, 소용없었다. 의사들은 에둘러 진료를 거부했다. 의료분쟁에 휘말리는 걸 꺼려하는 눈치였다. 이 씨는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 씨는 '1인 시위'에 나섰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정당한 방법을 통해 권리를 되찾고자 했다. 그는 A치과 건물 1층 앞 출입구에서 이런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시위 시간은 평일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씩. 이 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한겨울 내내 1인 시위를 했다.
A치과는 이 씨가 치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 거의 매번 경찰에 신고했다. 나중에는 자체 입장문을 만들어 병원 출입구 앞에 내걸었다.
동시에 명예훼손, 업무방해, 사기, 협박 혐의로 이 씨를 고소했다. 울산지방검찰청은 지난 4월 28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이 씨를 벌금 15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사기, 협박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공판 대신 서면심리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 7월 16일 피고인 이 씨에게 검찰 청구대로 벌금 150만 원에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 씨는 억울했다. 사실을 말했는데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았다.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경험도 괴로웠다. 이 씨는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진실을 알린 1인 시위에 벌금 150만 원은 과하다고 생각했다.
재판의 쟁점은 '임플란트가 빠졌는지'였다. 검찰은 임플란트가 아닌, 그 위에 씌우는 크라운(치아 대체 보철물)이 빠졌기에 이 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공소사실에 기재했다.
덧붙여, 검찰은 치아 교합 조정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인데도 이 씨가 1인 시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검찰의 기소가 이해되지 않았다.
재판을 통해 다툰 끝에, 울산지법은 이 씨가 크라운을 임플란트라고 지칭한 행위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는 유죄로 보고 피고인 이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올해 9월 23일에 선고했다. 이 씨와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은 확정됐다.
이 씨와 인터뷰를 끝낸 같은 날 오후, 기자는 A치과로 직접 찾았다. 기자는 간호사를 통해 인터뷰 의사를 전달했다. 고소인 B 원장은 "이 씨 사건에 대해 할 말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B 원장의 소식을 들은 이 씨는 "사과와 반성하지 않는 그의 태도가 가장 화가 난다"면서 병원 앞 1인 시위를 예고했다.
임플란트 부작용에 더불어 별금형까지 받은 이 씨 입장에선,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위헌 결정이 절실하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현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2011년에 권고했다.
실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다. 아프리카, 가나, 스리랑카, 뉴질랜드 등 다수의 국가들은 2013년 이전에 이미 명예훼손죄를 폐지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주에서 민사 손해배상으로 명예훼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지만,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개인의 명예훼손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닌 공론장에서의 토론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전 세계의 이런 흐름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근간과 고스란히 겹친다. 한국 역시 위헌 결정을 통해 세계 흐름에 발맞춰갈 수 있다.
이 씨는 요즘 선식 위주로 식사를 한다. 씹어 먹어야 하는 음식은 이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크라운이 깨져 군데군데 구멍도 생겼다. 이 씨는 치간 칫솔로 구멍난 크라운 안쪽 부분을 일일이 양치질하고 있다. 그의 수고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지금도 그를 괴롭게 하는 건 사법부의 유죄 판결이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281004552703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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