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제정 탄력받나…‘원청 처벌’ 집중 제기된 국회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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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 중대재해법 필요성 ‘공감’…국민의힘은 보이콧
중대재해법은 원청을 비롯한 기업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과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과잉 처벌'이라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지만, 공청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선 원청의 책임도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이날 공청회 진술인으로는 김재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정학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안전보건본부장 등이 나섰다. 각 진술인들은 노동계, 재계 등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추천받은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교수와 최 교수는 중대재해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고, 정 교수는 원청의 사업주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한계를 해결한 뒤 중대재해법을 보충적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경영계 대표로 참석한 임 본부장은 ▲원청에 책임을 묻는 건 지나치다는 점 ▲모든 사고의 원인을 기업 경영진에게 돌리는 건 과도하다는 점 ▲경영 책임자 등에 부여된 안전 의무가 모호하다는 점 등을 들어 중대재해법을 전면 반대했다.
'노동자 안전' 외면했던 재계 향한 쓴소리도
"기업 책임 상향시키는 법안 통과해도
우회하는 방향만 연구해"
진술인들의 발표 후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우선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대형재해를 노동자 개인의 위법 행위로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그동안 산안법에 따라 일부 (중간) 관리자, 심지어 노동자의 단순 과실로 평가해버리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며 "산업안전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자들의 책임을 제대로 물을 때 산업안전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김남국 의원은 "중대재해법이 이번에 처리됐는데 산업 현장에서 변화하는 게 없다면 또 한 번 많은 국민의 생명이 훼손될 수 있다"며 현재 나온 중대재해법으로 충분한지, 더 필요한 내용은 없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답변에 나선 김 교수는 "법 조문의 개별적인 내용을 보면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문제는 이런 법조차 없는 나라라는 것"이라며 "2013년부터 (법안이 발의되는 등) 수없이 노력했지만 번번이 재계 쪽에서 반대해 무산됐다. 그 사이 시민들의 생명은 매일매일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다소 아쉬운 내용이 있을지라도 하루라도 빨리 중대재해법을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각종 재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안전 조치를 외면해 왔던 재계를 향한 질타도 이어졌다.
송기헌 의원은 중대재해법을 반대한 임 본부장을 향해 "실제로 기업들 행태를 보면 선제적으로, 전체적으로, 포괄적으로 산업안전을 예방하는 조치로 나아가지 않았다"며 "(기존 법안을 강화해 기업의) 책임을 상향해 놓으면, 그 방향을 우회하는 방향만 연구해 온 게 현실이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논의가 진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중대재해법을 통해 아무리 벌금이 많이 부과하더라도 국민 뜻에는 호응하지 못할 것 같다. 경영자에게 아무리 많은 벌금을 부과하더라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징역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청에서 중대재해 발생하면 무조건 원청 책임일까
전문가 "기업에서 선제적으로 안전조치를 취하면 돼"
최기상 의원은 산재 사망사고의 원인이 떨어짐과 끼임, 부딪힘과 같은 단순 사고가 절반이 넘는다는 점을 지적한 뒤 "(이러한 사고들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사고 발생을) 예상하면서도 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은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최 교수는 "기업이 위험한 일들도 하게 된다. 위험한 물질도 다루게 된다. 그러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되는데 지금까지는 사고로 보고,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기업을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시각이 너무나 강했다"며 "이제는 우리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해 과실 정도가 아니라 고의에 의한 범죄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민 의원은 법안의 핵심인 원청에 안전 의무를 부여한 내용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하청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무조건 원청도 처벌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법안을 살펴보면 원청 등 기업이 안전 의무 조치를 다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별도로 명시돼 있다.
김 의원은 "도급을 하는 대기업도 처벌될 수 있는가"라고 물었고, 김 교수는 "기업에서 선제적으로 안전 조치를 하면 법인이나 경영 책임자들은 이 조항을 통해 면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원청인) 대기업도 (의무를 다하지 않을 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지 않기 위해 (하청인) 중소기업이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충분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원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 교수도 "그렇다. 그걸 요구하는 게 가장 핵심적인 의미"라고 호응했다.
마지막 질의에 나선 신동근 의원은 "법이 과도한 과잉처벌,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모호하다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법률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보완하고 명확하게 하더라도 중대재해법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중대재해법 제정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공청회 마무리 후 상임위 논의 본격 시작
중대재해법 제정연대 "신속히 논의해 정기국회 내 처리해야"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중대재해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는 이날 공청회 논의를 바탕으로 법안 심사에 나서게 된다.
법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정기국회 내 처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지만, 연내 처리를 위해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이낙연 대표가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미래입법 과제' 명단에도 포함된 핵심 입법 과제다.
현재 국회에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민주당 박주민, 이탄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올린 입법 청원 등이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도 뒤늦게 중대재해법을 내놨지만, 전날 오후 늦게 발의되면서 공청회 안건으로는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법사위를 보이콧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공청회 역시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해당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방청했다. 강 의원을 비롯해 배진교, 이은주 의원 등 정의당 의원들은 공청회 시작 전 회의실 앞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그동안 중대재해법 제정을 강하게 요구해 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국회를 향해 조속히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전날 공청회 관련 입장문을 내고 "공청회가 마무리 되면 21대 국회는 신속한 법안심의로 정기국회 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일하는 국회이며, 개혁입법이자 민생입법이다. 국회는 노동자, 시민의 반복되는 죽음의 행진을 멈추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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