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과 2016년 국회파행의 기억
수세에 몰린 수구정당의 반복되는 노림수?…야당의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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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파행을 맞고 있다. 새누리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문제 삼아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보이콧에 들어갔고 이정현 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까지 선언했다.
관련 사태를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바로 2004년 17대 국회 초반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의 ‘차떼기’ 발언으로 촉발된 14일간의 국회파행 사태이다. 이 총리가 2004년 10월28일 국회 대정부질의 중에 한나라당의 2002년 대선 차떼기 사례를 거론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한 뒤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결국 이 총리가 11월9일 ‘사의’를 표명하고 한나라당은 다시 국회로 복귀했다. 그렇다면 2004년과 2016년 두 국회파행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더이상 밀리면 끝이다?” 새누리(한나라) 과반 의석 잃고 첫 정기국회
두 국회파행의 공통점은 새누리당과 전신인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참패하고 과반의석이 붕괴된 이후 벌어진 첫 정기국회 회기 중에 벌어진 사태라는 점이다. 즉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는 위기의식이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국회파행으로 인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감수하더라도 아예 국회 자체를 공전시켜 양비론과 정치혐오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2004년 당시엔 한나라당은 야당이었고 현재 새누리당은 여당이라는 점이다. 2004년 정기국회 당시엔 과반여당인 열린우리당이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을 추진하고 있었다. 2016년에는 백남기농민 사망과 세월호 진상규명,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사태, 최경환·안종범 등 친박계 정치인들의 잇따른 비위의혹 폭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등 정권의 각종 실정과 비리의혹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야당이 뚝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17대 국회 초반 열린우리당의 당당했던 기세와는 달리 툭하면 국회를 파행시키는 한나라당의 전략이 먹힌 탓인지 4대 개혁입법은 모두 ‘누더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현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 시킬 수도 있는 이번 국정감사가 자칫 유야무야될 수도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과연 원내야당들이 어떻게 대처할 지가 주목된다.
지난 9월1일 정 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와 사드배치 문제를 언급한 이후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며 이미 한 차례 ‘국회의장 사퇴’ 소동을 벌인바 있다. 당시에는 정 의장이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기면서 단기간에 사태가 수습 됐지만, 새누리당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사퇴요구를 한 셈이고 당 대표가 단식농성까지 벌이는 참이다. 정 의장의 사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면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번에도 더민주당 등 야당이 무언가 양보를 한다면 새누리당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조그마한 명분만 생기면 국회파행을 반복하던 지난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수 있다.
사실 20대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이러한 행보는 그들이 과반이 무너졌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고 이는 2004년 17대 국회 초반의 모습과 지나칠 만큼 흡사하게 겹쳐진다.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모두 현직의원 상당수가 열린우리당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다. 정권재창출에 실패하고 18대 총선에서 의석수가 반토막 났던 열린우리당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지 않고 내년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지금 이 시점에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들의 17대 국회 경험을 잘 반추해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다만 야당이 그들이 공언한 대로 여당 없는 국감을 밀어붙이는 뚝심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허수영 기자 heosw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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