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왜 시진핑에 ‘사드’ 언급을 회피했을까?
[분석] 백악관의 미중 정상회담 발표문에 ‘사드’는 없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여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시간 이상 마라톤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 정상회담에 관해 한국 언론들은 ‘미·중 정상, 사드·남중국해·인권 놓고 정면충돌’ 등을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그리고 해당 기사에서는 마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관해서도 양 정상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짓말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면전에서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며 “미국 측에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직격탄을 날린 것은 사실이다. 왜 사실일까? 중국 외교부가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관해 무엇이라고 했을까? 정답은 ‘답변 회피’ 등 무반응이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미국 백악관이 이에 관해서는 하나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 외교관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정상회담에서 주먹만 날아가지 않을 뿐, 얼굴을 붉히고 서로 싸우는 것은 다반사다. 가정을 하자면, 시 주석이 비밀리에 확보한 사드 레이더 규격표를 꺼내 놓고 “이래도 당신(오바마)이 중국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인가”하고 화를 냈을 수도 있다. 물론 이에 관해 오바마 대통령은 또 다른 자료를 내놓으며, “그쪽(중국)도 남중국해를 그냥 먹으려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하고 설전을 벌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다. 회담 과정이 소용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외교 관계이기에 공식 발표를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양국이 합의했으면, 이를 공동 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으로 발표하고 또 한 쪽이 어떤 주장을 했으면, 이를 발표해야 외교 관계에서는 그 효력이 발생한다. 자, 그렇다면 이날 미중 정상회담에 관해 미 백악관은 무엇이라고 발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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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3일 미·중 정상회담에 열렸다. 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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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국의 인권문제에 관해 오바마는 “중국이 모든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의 종교 및 인권 탄압 문제도 정면으로 거론한 사실은 맞다. 미 백악관이 그렇게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 측에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른 의무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국제중재 판결 수용을 강하게 촉구한 사실도 맞다. 백악관은 “양 지도자는 최근 필리핀과 중국 사이의 중재재판소 결정에 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오바마가 ‘국제법’과 ‘항해의 자유’ 등을 내세우며 시 주석을 압박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렇다면, 오바마의 ‘사드’ 언급은 어디에 있을까? 이미 말했지만 ‘없다.’그런데 한국 언론들은 용케도(?) 찾아낸다. 백악관이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은 또한, 미국이 이 지역의 동맹국 안보를 흔들림 없이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The President also underscored the United States' unwavering commitment to the security of its treaty allies,)”라고 한 부분이 사드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들이 “ ‘동맹국 안보’란 표현에는 북핵 위협으로 인해 사드 배치 논의가 진행 중인 한국의 안보 수호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함께 담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자의적 분석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오바마, 필리핀 남중국해 문제는 구체적으로 중국 압박… 사드는 꿀 먹은 벙어리
“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데…”라는 표현까지는 하지 않겠다. 필리핀이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다투고 있지만, 필리핀 내부에서 국민들의 여론이 심각하게 분열되어 엄청난 문제가 되고 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오바마는 필리핀을 내세우며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을 구체적으로 압박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며, ‘한미 동맹’ 결정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 사드를 도입하겠다고 한미 당국이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국회의장도 이견을 제시할 정도로 여론 분열이 심각하다.
누가 나서야 할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관되게 사드가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해 긴장을 초래하며,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친다”고 오바마 면전에서 반박했다. 당연히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사드는 통제 안 되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배치하는 것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동북아 안정을 바란다면, 북한을 더 이상 핵개발이나 도발을 못 하게 제어하라”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해야 그나마 ‘한미 동맹’의 모양새가 서지 않았을까? 하지만 백악관 발표에는 아무 내용도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사적으로는 무엇이라고 했던, 백악관은 외교적으로든 공식적으로든 사드에 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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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백악관이 발표한 미중 정상회담 보도자료 중 관련 부분ⓒ백악관 보도자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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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미 백악관이 왜 사드 문제에 관해 미중 정상회담 발표문에서 발을 뺐는지는 여러 분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사드 문제가 중요하지만,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사드는 공식 발표문에 언급할 정도의 이슈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오바마가 강력하게 사드 배치를 주장하면 그야말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정책을 확대하려는 의중을 내보이게 돼 언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상상의 나래를 더 편다면, 한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에 관해서는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 공식 발표문에 언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사드에 관해 백악관이 한 마디 발표하지 않아도 한국 언론들은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문구를 확대하여 해석하는 실력(?)을 발휘한다. 시쳇말로 미국을 안 믿으면 누구를 믿겠냐는 식이다. 물론 오바마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확고한 한미 동맹을 언급하며 사드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다. 사드가 한국 국내용인가? 동맹이 무엇인가? 동맹이 공격을 받을 때는 나서서 함께 그것을 막아주겠다는 것이 동맹이 아닌가? 미국 무기인 사드 도입으로 한국은 국론이 분열되며 러시아, 특히 중국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대놓고 오바마 대통령 면전에서 “사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사드 찬성론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에 대한 공격이 아닌가? 그런데, 오바마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거기서는 한마디도 못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어깨만 두드릴 심산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에 “북핵 위협이 없어지면, 사드를 철회하겠다”고 이른바 ‘조건부 철회론’이라는 철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혹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푸틴: 조건부요? 미국이 동유럽 미사일방어(MD)도 이란 위협을 핑계로 시작했죠. 그런데 미국은 이란과 핵 합의를 하고 난 다음에도 MD를 더 추진해요. ‘조건부’라는 말을 믿으라고요?
시진핑: 방어용이요? 미국이 한반도에 자꾸 핵항모를 갖다 밀어서 우리야말로 자위적으로 미사일 설치하니, 이제 그거 무력화하려고 레이더 설치한다는데, 우린 손발 다 묶이고 가만히 있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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