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식 회담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습니다.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아베 총리는 라오스에서 열린 ASEAN 회의가 끝난 뒤 가진 한-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10억 엔을 지급했으니 한국정부도 소녀상 문제를 포함해 합의를 지켜라’고 요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녀상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는 인식만 나타냈습니다. (관련기사:日韓首脳会談 北朝鮮対応で緊密に連携)
대다수의 일본 언론이 ‘소녀상 철거 요구’를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고, 외신들의 보도가 나오자 그제서야 ‘아베 총리 소녀상 철거요구’ 뉴스가 나왔습니다.
‘아베 소녀상 철거요구 사실과 다르다?’
일본 언론이 아베 총리가 소녀상 철거를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한국 정부는 그저 박근혜 대통령이 소녀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입장만 표명했습니다. 정부의 모습은 마치 2015년과 비슷합니다.
▲2015년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언론이 보도한 아베 소녀상 철거 요구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TV 캡처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앞두고 일본 언론에서는 아베 총리가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외교부 대변인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면서도 ‘양국 정상 간 협의 내용 상세를 밝히는 것은 자제한다’라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주장과 다르게 ‘12.1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문’을 보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이라는 문구가 들어갑니다.
소녀상 철거 요구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일본의 요구대로 소녀상 철거를 위해 한국 정부가 노력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 셈입니다.
‘일본이 반성했으니 돈을 받으라는 여가부 장관’
지난 9월 8일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계신 ‘나눔의 집’을 찾아 “일본 정부가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사과하고 빌었다. 얼마 전에 재단에 돈을 보내왔고 할머니들께 나눠 드릴 것이다. 마음 편하게 계시라”라고 말했습니다.
라오스에서는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었는데, 강 장관은 일본이 반성했다며 돈을 받으라고 강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학생들은 영하의 날씨와 35도가 넘는 폭염에도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 ⓒ소녀상지킴이대학생행동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대학생들은 255일이 넘게 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벌벌 떨며 비닐 한 장으로 버티고, 폭염의 날씨에 모기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젊은이들은 왜 소녀상을 지키고 있을까요?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강제로 끌려가 모진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독립이 됐으니 사과를 하고 반성할 줄 알았던 일본은 여전히 돈 10억 엔 적선하듯 던져주고,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일본 지진피해 성금 560억 VS 일본군 ‘위안부’ 10억엔)
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일본의 ‘소녀상 철거요구’에 당당하게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할까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소녀상’을 지키는 이들은 정부도 대통령도 아닌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소녀상 곁에서 노숙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입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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