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불과 8개월만의 핵실험 군사기술적으로 심각한 상황"
▲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
ⓒ 이종호 |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올해 1월 4차 핵실험까지, 대략 3년 주기로 핵실험을 해왔다. 그런데 5차 핵실험은 불과 8개월 만에 실시했다. 그럼에도 폭발력이 역대 최대인 것을 비롯해 기술적으로 가장 진전된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9일 오전 북한의 5차 핵실험 관련 긴급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과 관련해 '8개월 만의 핵실험'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올라간 상황일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이 대략 3년 주기로 핵실험을 한 것은 핵실험 이후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3년 정도 시간이 걸렸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면서 "그런데 이번에 불과 8개월 만에 핵실험을 한 것은 군사기술적 측면에서 북한이 추구해온 소형화·경량화 부분에서 굉장한 진전을 이뤄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4차까지의 핵실험은 폭발위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실험은 그 수준이 달라진 것 같다"라면서 "고농축 우라늄 생산 등을 통한 핵물질 양산, 폭발기술의 향상, 무수단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핵무기 운반 수단의 다종화 등을 종합해보면 북한이 핵무기에 대해 군사기술적으로 매우 심각한(높은) 수준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부 대응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정상적 정부라면,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해 국민의 불안이 커지는 이런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라면서 "정부가 북한을 규탄하고 있는데, 정부는 보수단체가 아니다, 규탄이 아니라 해결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규탄해서 해결된다면 나도 서명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유엔 대북제재, 사드 때문에 4차 핵실험때와는 다를 것"
김 교수는 정부 대응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정상적 정부라면,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해 국민의 불안이 커지는 이런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라면서 "정부가 북한을 규탄하고 있는데, 정부는 보수단체가 아니다, 규탄이 아니라 해결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규탄해서 해결된다면 나도 서명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유엔 대북제재, 사드 때문에 4차 핵실험때와는 다를 것"
▲ 북한은 9일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핵시험에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장비한 전략탄도로켓들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 특성, 성능과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토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리춘히 아나운서가 9일 오후 1시 30분(평양시간 오후 1시)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
ⓒ 연합뉴스 |
그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대응에 대해서는 "이전 대북제재안의 트리거 조항(trigger·안보리의 자동 개입)에 따라 새로운 제재안을 만들겠지만, 사드 때문에 이전 4차 핵실험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면서 "4차 핵실험에 대한 2270 제재안보다는 센 것이 나오겠지만, 그 강도가 아주 세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문답 전문.
- 북한의 5차 핵실험을 했다. 이 뉴스 듣고 어떤 생각이 처음 들었나.
"예고된 결과다.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이다.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도입 등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그에 대한 북한의 대응속도도 빨라지는 거다. 군비경쟁의 역설, 전형적인 안보딜레마 상황이다. 이런 경쟁을 계속해야 하느냐에 대해 착잡한 마음이 든다. 이 길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이렇게 가면 다 죽는다."
- 이번 5차 핵실험 과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무엇인가.
"4차까지 북한의 핵실험 주기는 대체적으로 3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은 불과 8개월 만에 5차 핵실험을 했다. 이에 대해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우선 무기실험은 기본적으로 무기성능 개선을 위한 것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실험 이후 그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3년 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북한은 핵실험에 성공한 이후 소형화·경량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적은 양의 핵물질로 강한 폭발력을 얻고, 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안정적으로 탑재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에 불과 8개월 만에 핵실험을 한 것은 군사기술적측면에서 이 소형화·경량화에 있어서 굉장한 진전을 이뤄냈을 가능성이 높다. 4차까지의 핵실험은 폭발위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실험은 그 수준이 달라진 것 같다.
핵물질 측면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플루토늄 보유량이 적었기 때문에 약 3년 주기로 핵실험을 해왔다. 그런데 6, 7년 정도 전부터 농축우라늄 방식으로 바꾸면서 핵물질에도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으로 국내정치적 목적이 있다. 핵개발은 김정은의 리더십을 북한 주민들에게 과시하는 중요한 명분이다. 북한 정권 수립 68주년인 오늘(9일)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국제사회 움직임도 중요하게 고려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사드 도입 결정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자신들에 대한 국제공조가 약해졌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환경이 핵실험 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
- 이번 5차 핵실험은 북한이 굉장히 높은 수준의 핵개발 단계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는 것인가.
"그렇다. 군사기술적으로 굉장히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 흔히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고 표현하는데, 일정 수준에 올라가면 그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는 노력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핵개발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고농축 우라늄 생산 등을 통한 핵물질 양산, 폭발기술의 향상, 무수단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핵무기 운반 수단의 다종화 등을 종합해보면 매우 심각하다.
북한이 5차 이후로는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올라간 것일 수 있다. 북한이 지난 4월에 '미국과 한국이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북한은 핵실험을 중지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는 이제 더 이상 핵실험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술 향상이 돼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먼저 핵실험 중단 선언을 하진 않겠지만, 미국 등이 협상조건으로 핵실험 중단을 요구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박근혜 정부, 지금까지 실패로 판명된 대책 또 내놓을 것"
▲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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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의 단합된 북핵불용 의지를 철저히 무시하고 핵개발에 매달리는 김정은 정권의 광적인 무모함을 증명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조 하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양자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가 정상적 정부라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해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근본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규탄성명을 냈다. 그런데 정부는 보수단체가 아니다. 규탄이 아니라 해결을 해야 한다. 규탄해서 해결된다면 나도 서명하겠다.
정부가 북한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을 텐데, 지금까지 실패로 판명된 대책을 또 내놓을 거다. 유엔에서도 규탄결의안이 나오고 새로운 제재안이 나올 텐데 이전 4차까지와는 상황이 다를 거다. 사드 때문이다. 4차 핵실험에 대한 2270 제재안보다 강한 것이 나오겠지만, 그 강도가 훨씬 세지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군비증강을 계속할 테고, 북한은 핵개발에 더 박차를 가할 거다.
국내에서 핵무장 주장이 강화되겠지만, 지난 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확장억제' (extended deterrence)를 재강조한 뜻을 짚어봐야 한다. 핵우산 제공할 테니 핵무장은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입장이 굉장히 중요하다. 북한을 비판해야 한다. 또 정부의 정책실패를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야당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 무엇이 야당의 대안이 돼야 한다고 보나.
"한반도 냉전 구조 극복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6자회담 재개와 평화체제 등의 내용이 될 것이다."
"미국은 대선 앞두고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황... 북한, 이 시기 노렸을 것"
▲ 북한이 정권수립일을 맞아 9일 오전 핵실험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소식통이 밝혔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공개한 장면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앞에서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지도하는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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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주도로 유엔 역사 70년간 비군사적 조치로는 최강이라는 2270호 대북제재안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또 핵실험을 했다. 이후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나.
"미국은 대선국면이다. 불과 두 달 뒤인 11월 8일에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상황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 '상황 관리'가 아닌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은 사실상 공백 상황이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서 대북정책을 정립하는 것은 내년 6월쯤이 될 것이다. 북한도 이런 시기를 노렸을 것이다."
- 북한에게 추가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요구해온 중국도 굉장히 분개할 것 같다.
"깊은 딜레마 상황이다. 중국은 사드 도입 같은 한미일 3각 협력이 강화되는 것도 바라지 않지만 북한의 핵능력 강화도 원하지 않는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참여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지금은 미국 대선과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 정책 수립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의 상황관리 책임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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