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근본적 목적은 대선이다. 내년에 본인이 나가든 과거 소속된 정당이 집권을 하게 하든, 순전히 대권병, 완전히 이것은 대권병 외에 다른 것으로 해석이 안 되는 중증의 대권병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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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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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이 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수사의 편파를 들어 공수처 설치를 언급하고, 사드배치 결정을 한 정부의 졸속 결정을 비판하자 국회 전체를 보이콧하면서 한 비판이다.
이정현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자타가 공인하는 대통령의 호위무사다. 따라서 그는 누구라도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좌충우돌 부딪친다.
이에 지금 여당의 대표임에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즉 누구라도 자신이 호위하는 대통령의 정책을 비난하면 그것을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투철하여 좌충우돌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 의장의 발언에도 앞장서서 몸빵, 여당 대표의 지위로 해서는 안 될 말도 거리낌 없이 한다.
하지만, 이정현은 현재 원내 1당이자 여당의 대표라는 지위에 있다. 그가 대표하는 정당은 개개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무려 129명이나 있다. 법적으론 국회의장이 국가서열 2위이지만 실질 국가서열 2위는 여당이 총재체제를 버린 뒤 대표 체제가 되면서 여당 대표라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정현은 실질적 국가서열 2위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권위도 지위의 무게감도 그에겐 필요 없다. 오로지 대통령만 방어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성한다고 믿고 있다. 세간에서 당무수석이란 별칭을 붙였던데 딱이다.
대권병… 이정현이 이렇게 말한 것은 ‘병(病)’이란 글자를 붙여서 대권욕을 비난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이 이런 병이 없으면 그것은 자격 자체가 없다.
대통령은 유권자의 표로 결정된다. 유권자에게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유권자의 표를 많이 얻으려면 유권자 눈치도 보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좋은 정책도 개발하여 발표하고 주변에 좋은 사람도 둔다. 따라서 대통령 직을 노리는 것이 이정현 식으로 말해 ‘대권병’이라면 이 병은 걸려서 나쁜 것은 없다. 또 실제 정치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 병에 걸려 있다.
유권자의 표로 직위를 얻는 선출직 공직자는 그 직위의 높낮음에 관계없이 ‘당선병’에 걸려있다. 이정현도 순천에서 출마했을 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예산폭탄 운운하며 이 병의 중증 환자임을 고백했다. 따라서 이 병을 나쁜 병이라고 말하려면 이정현 스스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반면 나쁜 대권病은 따로 있다. 그 病菌이 다르다. 나쁜 대권병균(大權病菌)에 걸린 이승만은 저승사자가 코앞에 와 있는 나이임에도 연임을 위해 강제개헌도 모자라 부정선거를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민중혁명으로 쫓겨났다. 더 나쁜 중증 대권병에 걸린 박정희는 군인들을 동원한 쿠데타로 집권한 뒤, 3선 개헌도 부족하여 영구집권을 목표로 유신 쿠데타를 했다가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다.
비슷하게 나쁜 대권병에 걸린 전두환은 정상적 헌정질서를 깨부수고 12.12쿠데타를 통해 강제집권에 성공한 뒤 마음대로 철권을 휘두렀다. 그 끝은 백담사에 유배되었다가 감옥에 갇혀 사형선고를 받고 사면되었다. 다음 대권병자인 노태우는 보통사람도 아니면서 ‘보통사람’ 운운하는 거짓으로 집권했다가 끝내 감옥에 갇혀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뒤 사면되었다.
유사한 대권병자였던 김영삼은 30년 자기 정치를 부정하고 부도덕한 쿠데타 세력과의 결탁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대권은 나라를 IMF라는 금융마파아의 손아귀에 넘기고 불명예 퇴진했다. 이명박은 대권병으로 한반도 대운하라는 사기성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뒤 4대강 사업이란 것을 해서 온 나라의 강을 녹조라떼 공장으로 만들었다. 이정현이 호위하는 박근혜의 대권병은 오로지 아버지 명예회복 하나에 천작,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간다.
이정현이 지지하는 대통령 중 대권병자 아닌 사람이 있는가? 대권병도 중증에 골골하다 나라를 망친 결과만 낳았다는 것을 이정현은 알고나 그런 소리를 하는가?
반대로 이정현이 정세균 의장에게 “과거 소속된 정당이 집권을 하든…”이라고 말한 세력의 집권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가?
‘대권병’에 걸렸다고 비난 받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3전4기 끝에 치유의 기회를 얻어, IMF로 넘어간 국가경제권을 2년 만에 되찾았다. 그리고 이렇게 국가의 권위와 민족의 권위를 찾은 뒤 ‘한반도 하나 되기’라는 원대한 프로젝트의 다리를 놓은 경세가로 활약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권병’이라고 말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보통사람이었다. 보통사람의 시대를 열려다가 진짜 대권병에 걸린 야당 지도자였던 박근혜에게 고난을 당하며 임기 내내 대통령의 권위를 제대로 구가하지도 못했다. 따라서 노무현에게 ‘대권병’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이정현의 대권병 운운은 누워서 침을 뱉은 것이다. 중증 대권병 환자인 박근혜 호위무사를 하면서 모든 정치인이 박근혜와 이 부류인 것으로 착각한 혼돈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세균 의장은 대권병도 아니다. 대통령 선거는 2017년 12월이며 정세균 의장의 국회의장 임기는 2018년 6월까지다. 즉 새 대통령이 당선되어 신 정부가 들어선 뒤까지 정 의장은 국회의장이다. 그럼에도 이정현이 정 의장에게 대권병이라고 말하고 그게 엉뚱하다는 것은 아니까 “내년에 본인이 나가든 과거 소속된 정당이 집권을 하게 하든…”이라고 슬쩍 붙였다.
이정현 대표, 충성심에 쏟아내는 말도 해야 할 말 안 해야 할 말이 있다. 당신이 말한 ‘대권病者’는 역사적으로 살펴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다. 따라서 당신의 발언은 당신이 추종하는 전임자들을 부관참시하고 당신이 호위하는 현 대통령을 욕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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