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이 낳은 코미디, 세계 최초 '모래 썰매장'

4대강은 흘러야 한다


모래 팔아 공사비 충당하겠다더니... 산더미처럼 쌓인 모래성 어찌할꼬
17.07.07 07:16 | 글:최병성쪽지보내기|편집:김도균쪽지보내기
▲ 꼬리를 물고 서 있는 덤프트럭들. 무슨 일일까? ⓒ 최병성

대형 덤프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 서 있다. 중장비들이 강강술래 놀이라도 하는 것일까? 건설 현장으로 운반할 한강의 모래를 담기 위해 대기 중이다. 

2012년 12월,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강에서 얼마나 많은 모래를 퍼냈기에 2017년 7월 현재도 덤프트럭들이 꼬리를 물며 4대강 모래를 팔고 있을까? 

4대강에서 퍼 올린 모래가 언제 다 팔릴지 아무도 모른다. 변종 운하를 만들기 위해 강물 속의 모래까지 깊이 파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모래를 파냈는지 4대강 현장으로 가보자. 한강이 흐르는 경기도 여주시 곳곳에서 쌓여 있는 모래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치 경주 왕릉에 온 듯하다. 그러나 경주의 봉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모래성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작은 먼지처럼 보일 만큼 모래성의 규모가 엄청나다.  

▲ 2017년 7월 현재 가득 쌓여 있는 4대강 준설토의 위용. 준설토에 비하면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주변 마을은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 이 모래들은 언제 다 팔릴까? ⓒ 정성헌

언뜻 보면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있던 동산처럼 보인다. 모래성에 나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도 않았는데, 바람에 실려 온 씨앗들이 이렇게 자랐다. 모래성을 덮은 그물들도 찢겨 누더기가 되었다. 4대강 사업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보여준다.  

▲ 4대강 준설토 동산에 나무가 자라고, 그물막은 찢겨 누더기가 되었다. ⓒ 최병성

국민 세금 한 푼도 안 든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약속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이 염려되었다. 그래서 한가지 꼼수를 생각해냈다. 모래를 팔아 한반도 대운하 공사비의 60%를 충당하고, 나머지는 민자를 유치하여 국민 세금은 한 푼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정말이었을까?  

▲ 4대강에서 파낸 모래로 공사비의 60%를 충당한다고 호언장담했는데... ⓒ 이명박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벌써 5년의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모래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인 모래성은 무엇일까? 4대강 공사비를 다 지불하고도 남은 모래일까?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한반도 대운하보다 규모가 작은 4대강 변종 운하에 22조 원이 넘는 혈세가 들어갔다. 22조 원 중 8조 원을 수자원공사가 부담했다. 그리고 수공 8조 원에 대한 이자 3400억 원을 매년 국민 혈세로 지불하고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녹조로 뒤덮인 4대강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수천억의 혈세를 매년 쏟아붓고 있다. 4대강 공사 시작 이후 지금까지 약 30조 원을 퍼부었다. 4대강 준설토를 팔아 국민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 공사한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장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세계 최초의 모래 썰매장

한강에서 퍼낸 모래와 자갈을 수십m 높이로 쌓아놓은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바람에 날아온 풀과 나무가 자라며 자연스러운 동산이 되었다. 한강에서 퍼 올린 모래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15t 덤프트럭 233만대 분량이다. 서울 남산의 크기와 비교하면 남산의 절반 정도인 3천500만㎥ 규모다. 

▲ 태초부터 있던 동산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강을 살린다며 강에서 파낸 모래로 쌓아올린 모래성이다. 2017년7월 현재 한강변에 쌓여 있는 모래성의 모습이다. ⓒ 정성헌

산처럼 높은 4대강 모래성 곁에 살아가는 주민들은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겨울과 봄엔 모래 폭풍으로 창을 열 수도 없고, 여름에는 쓸려온 토사가 배수로를 막아 마을과 농경지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그런데 여주시는 왜 4대강 사업에 찬성했을까? 

여주시는 한강 모래를 2012∼2017년 6년 동안 매년 580만㎥를 판매하여 모두 1천899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여주시의 꿈은 망상에 불과했다. 준설토 판매량은 연간 겨우 평균 100㎥에 불과했다. 경기도 감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쌓인 준설토를 다 처리하려면 앞으로도 16년이 지난 2031년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강에서 퍼 올린 모래와 자갈을 쌓아놓은 곳은 농민들의 농경지였다. 모래를 쌓아두기 위해 농경지를 빌린 임차료와 영농 보상비로 지금까지 지급된 비용이 약 400억 원이 넘는다. 저 많은 모래를 다 팔아도 남는 이익이 없다.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아 있다. 준설토를 다 팔면 농지를 원상복구 해줘야 한다. 그런데 그 비용이 무려 150~2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만약 농지 주인이 농지 전용허가가 종료되는 2017년 후 모래를 이전해 달라 요구할 경우, 운반비로 1560억 원이 추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여주시는 돈이 될 줄 알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찬성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돈이 아니라 재앙이었다. 

여주시는 준설토가 팔리지 않자, 모래를 이용하여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세계 최초의 모래 썰매장이라는 관광 상품을 만든 것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추가 예산이 필요했다. '준설토 적치장을 이용한 관광자원 조성사업' 명목으로 2억5천만 원의 예산을 승인받았다. 길이 55m, 폭 15m의 모래 슬로프를 만들었다. 이동식 화장실과 몽골 텐트 등 부대시설을 설치했다. 모래 썰매장에 총 1억7천3백여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다. 

▲ 개장도 하지 못하고 폐장된 모래썰매장. ⓒ 최병성

세계 최초의 모래 썰매장은 여주시에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 주었을까? 모래썰매장을 직접 올라가 보았다. 수십m로 쌓인 거대한 모래성이니 경사는 높았다. 작은 모래주머니 계단을 밟고 모래성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연 모래 썰매장은 얼마나 신나는 놀이가 될까? 겨울눈처럼 미끄러지지 않으니 속도감이 전혀 없다. 입안에 씹히는 모래는 기본이요, 신발과 온몸에 모래 먼지를 뒤집어 써야 했다. 모래 썰매장에 찾아올 손님이 없었다. 결국, 아까운 예산만 날린 채 모래 썰매장은 폐장되었다. 

여주시는 5천만 년 만에 찾아온 발전의 기회라며 4대강 사업을 적극 찬양했다. 여주시의 관변단체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환경 파괴와 혈세 낭비의 재앙뿐이었다. 

모래를 강으로 돌려보내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의 모래를 왜 끔찍하게 파냈을까? 운하를 만들어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모래를 파내고 물길을 만들 명분이 필요했다. 이 대통령은 강을 살리기 위해 모래가 쌓여 죽은 강의 모래를 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을 살린다는 미명 아래 수많은 굴착기들이 강을 휘저었고, 생명의 강은 피 흘리며 죽어갔다. 

▲ 모래가 쌓인 죽은 강을 살린다며 강을 직선화하여 거대한 수로로 만들었다. 4대강이 굴착기 삽질 아래 붉은 피 흘리며 죽어갔다. ⓒ 습지와새들의 친구

정말 모래가 죽은 강의 증거일까? 아니다. 물만 가득한 곳을 강이라 하지 않는다. 강은 물과 모래, 자갈과 습지 등의 다양한 환경과 그곳에 깃드는 수많은 생명들로 이뤄진 곳이기 때문이다.  

모래가 강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있다. 모래는 수많은 생명이 깃드는 곳일 뿐만 아니라, 물을 맑게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EBS 하나뿐인 지구에서 모래의 수질 정화 기능을 보도한 적이 있다. 작은 유리그릇 3곳에 모래를 담고 물을 흘려보냈다. 3단계 모래를 거치며 물이 맑아졌다. 

▲ 3단계 모래 비이커를 거치며 오염수가 맑게 정화되었다. 단지 모래만 통과했을뿐인데. ⓒ 하나뿐인 지구

실험을 담당한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서동일 교수는 "실험실에서 작은 장치로 실험했을 때, 40~50% 정도의 오염물질 제거 효과가 있는데, 실제 현장에선 더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래가 오염된 물을 정화시켜준다는 것이 정말일까? 우리가 매일 마시는 수돗물은 정수장에서 모래 여과 장치를 통과한 물이다. 정수장의 수돗물 생산 과정에서 물속 부유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응집침전을 시킨 다음 반드시 모래 여과장치를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모래 덕을 보고 있다는 기초적인 상식을 잊고 살아온 것이다. 모래에 있는 미생물이 세균을 처리하고, 암모니아 냄새를 제거하며, 합성세제 역시 모래를 거치며 제거된다. 

수돗물 생산과정에 모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모래가 죽은 강의 상징이라며 모래를 다 파냈다. 강은 직선화되었고, 물만 가득한 수로가 되었다. 이 전 대통령의 변종 운하 소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많은 물이 물을 맑게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리 물이 많아도 모래 사라진 변종 운하의 결론은 '녹조 라떼'였다. 

4대강 사업은 생명의 강을 파괴하여 식수를 오염시킴으로써 국민의 생명을 위험으로 몰아간 범죄다. 국토를 파괴하고 국고를 거덜 내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4대강 청문회를 반드시 해야 한다.  

녹조 라떼가 된 4대강을 다시 살리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고, 강에서 퍼낸 모래를 다시 강으로 돌려보내 주는 것이다. 그러면 여울과 소와 습지 등의 다양한 환경이 생겨 강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 2017년 6월말 현재, 낙동강 달성보 부근에서 만난 낙동강 오늘의 모습. 강물이 흐르지 않고, 모래가 사라지니 녹조가 죽어 오색찬란한 수채화가 되었다. 신음하는 4대강을 살리는 길은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고, 모래를 다시 강에 돌려주는 것뿐이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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