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경축사에 ‘남북 특사교환’ 제안하라

<좌담>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박창일 정창현 조성렬 홍익표
김치관/조정훈 기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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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0  02: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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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뉴스>는 5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박창일 평화3000 운영위원장과 정창현 전 민족21 대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자로 참여했고,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가 배석했다.[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6.29~30)을 가진 나흘 후,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촛불 민심을 업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적폐청산은 물론 꽉 막힌 남북관계도 잘 풀어나가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통일뉴스>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5월 26일 진행한 ‘대북정책 토론회 - 문재인 정부의 대북 독트린은 무엇?’의 후속편으로 긴급 전문가 좌담회를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개최했다.
박창일(신부) 평화3000 운영위원장과 정창현 전 민족21 대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자로 참여했고,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가 배석했다.
토론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인선과 정책 등에 우려를 표하고 남북 특사교환 등 대담한 접근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다.
박창일 신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북 전문가가 없다”며 공무원들도 “2007년 이전에 했던 것에 맞춰서 변화된 상황을 캐치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짚고 “지난 9년 동안 남북관계의 진행 과정과 여론 동향, 북한의 핵무장 수준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현 전 대표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해 “단둥은행과 한.미 정상회담을 보면서 준비해놨다가 최종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사인하면서 쏜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 결의가 나오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단계로 가면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진단해 주목된다.
그는 북한이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핵무력 강화 부문, 관료주의 부정부패 청산, 경제 발전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하기 전에 남쪽보다 미국과 협상하기 위해서 여러 경로로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조성렬 책임연구위원은 “본격적인 남북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정치적 합의나 군사적 긴장완화 등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군사회담과 스포츠, 종교, 인도적 사안 등 두 개를 과감하게 병행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남북 공동의 집’ 구상이라는 이름을 제안하고 싶다”며 “남북기본협정을 토대로 공동안보 개념으로 해서 문재인 정부 5년 내에 실현할 것을 최종 목표로 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대북정책 독트린으로 ‘핵.미사일 문제와 별도로 민족의 문제는 북한과 협의해서 해결한다’는 ‘핵.미사일과 남북관계 분리론’을 제시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총리급 인사가 참가해 “기존 남북합의를 존중하고 변화된 현실에 맞게 내용을 재조정한 새로운 포괄합의서를 만든다”는 것을 포인트로 삼는 일련의 남북관계 개선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홍익표 의원은 “통일외교안보 분야 인선이 지연되면서, 또 6.15공동행사가 원활히 소통할 채널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무산되면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구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쉽다”며 “북한도 좀 문재인 정부에 시간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8.15광복절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현재 교착국면을 타개하는 구체적인 제안을 해서 그걸 실제 북한이 받을 수 있을만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대북특사 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창현 전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특사교환을 하려면 우선 남북이 단절된 상황이니 공개 또는 비공개 실무접촉을 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북한에게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들은 대체로 현 정부가 기존 참여정부 시기의 ‘기능주의적 접근법’에 머물러 있고 통일외교안보 라인의 인적구성도 미흡하다고 진단했으며, 특히 미국의 ‘용인’을 받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 핵동결을 설득하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북측과의 대담한 접근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중.일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
홍익표 의원은 “현재 교착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결국 관료들에게 맡기기 보다 대통령 스스로 결단하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 커진 것”이라며 “북한 최고지도자를 직접 겨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5일 오후 4시 국회의원회관 2층 제1간담회의실에서 진행한 좌담회 내용이다.

북 ICBM 시험발사, ‘단둥은행 제재 탓?’
정창현 “추가제재 실행시 핵실험 할 수 있다”

  
▲ 좌담회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와 한.미 정상회담, 김정은 정권, 대북 독트린 등 폭넓은 주제로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통일뉴스 : 원래는 좌담회 주제를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인선 평가, 한.미 정상회담 평가, 김정은 정권 진단, 대북 독트린 모색, 네 가지로 제시했다. 그런데 어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 따라서 현안부터 다뤄보겠다.
어제 북한이 ICBM을 전격 발사하고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예상했나? 의미와 파장을 어떻게 보나?
■ 조성렬 : 그동안 미국이나 우리 국방 당국자들은 북한이 ICBM을 실제 발사하려면 2~3년 걸릴 것이라고 평가해 왔다. 그런데 7월 4일 아침 우리 시각으로 9시반에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했을 때도 사거리가 930km 정도라고 발표해서 그것이 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실제 높이가 2,300km가 넘게 나오고 북한 방송에서 특별중대발표한다고 하면서부터 ICBM일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미국과 국방부 평가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ICBM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 홍익표 : 북한의 도발이나 핵실험을 예상했느냐에 대해서는 딱히 ‘이것이다’는 몰라도, 통상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있거나 한.중, 미.중 정상회담 같은 북한과 관련한 중요한 논의가 있으면 북한은 반드시 거기에 대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북한이 나름대로의 화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ICBM일 것이라고 예측하지는 못했다.
7월 4일도, 이미 북한이 2006년과 2009년에도 미국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새삼스럽지 않다. 북한이 기존에 했던 패턴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ICBM 여부는 논란이 되어 왔는데, 기술적 축적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오늘 확인된 북측 발표자료를 꼼꼼하게 확인해보니까 기술적인 내용까지도 어느 정도는 구체적으로 진보가 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탄소복합재료라는 것은 대부분의 무기강국들이 사용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소재라고 한다. 북한 발표가 탄소복합재료를 써서 첨두, 미사일 앞부분의 열견딤 특성과 구조적 안정성, 재진입 등을 봤다는 거다. 보통 어느 나라든 실험하는 것이다.
대개는 떨어진 탄피를 확보해서 결과를 봐야하는데, 바다에 떨어진 걸 회수하기도 어려워 최종적으로 실험결과를 확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육상에 떨어뜨릴 수도 없고.
하지만 대체로 자기들이 생각한 높이, 비행거리, 시간, 탄착점까지는 어느 정도 설정했던 값의 근사치까지 간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자기들은 성공했다고 한 것 같다.
  
▲ 북민협 부회장이자 평화3000 운영위원장인 박창일 신부.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박창일 : 민간인들의 방북을 거부했을 때 뭔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으로 민간인 방북을 진행하다가 쏘면 복잡해진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도 이야기했고, 몇 번에 걸쳐서 ‘임의의 시간,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한다고 했다. 과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아직은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이거 뭐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 대단한 기술발전이 아닌가 싶다.
□ 통일뉴스 : 정확하게 예상했던 발사는 아니었지만 흐름은 있었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수준이 기존의 관측에 비해 앞선 것 같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 조성렬 : 작년에 이미 탄도미사일 첨단부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실험을 했다. 여기서 핵심은 삭마기술인데, 고열을 받을 경우 탄두첨단부의 외부가 조금씩 껍데기가 벗겨지듯이 볏겨지면서 탄두첨단부 안쪽의 열을 차단하는 것이다.
북한당국이 국방과학원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도 보면 탄두첨단부의 내부온도가 25~45도를 유지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핵탄두에 영향을 안 미친다는 것이다. 삭마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거리는 별개의 문제이다.
마지막 남은 작업은 통상적으로는 모의방사물질을 탄두에 넣고 쏴서 실제로 터트리는 것이다. 함정을 출동시켜 핵탄두가 터질 때 방사능이 나오는 걸 확인하면 100%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재진입과 단분리 실험만 실시한 것으로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까지만 했다.
□ 왜 우리 정부는 ICBM이라고 안하고 ‘ICBM 급’이라고 하나?
■ 홍익표 : 미국도 클라스(class)라고 썼다. 82도 고각으로 쐈기 때문에, 실제 표준각도로 쏠 때 얼마나 날아갈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추정컨대 8천km 가까이는 비행이 가능하라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 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ICBM 급이라고 하는 것 같다. 대개 6천km 이상 날아갈 때 ICBM이라고 간주한다.
  
▲ 북한은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출처 - 로동신문]
□ 통일뉴스 : 북한의 ICBM 발사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나?
■ 정창현 : 10월 정도까지는 북한이 저강도로, 미사일을 쏘더라도 고체연료를 활용한 미사일 실험을 하겠다 생각했는데, 그 예상을 깬 것은 단둥은행에 대한 제재 때문이라고 본다.
대북 압박이나, 제재를 추상적으로 이야기할 때는 북한이 그냥 넘어가는데,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시되면 그것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센 강도로 가야 한다’는 그런 기본 흐름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작년 1월 핵실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둥은행과 한.미 정상회담을 보면서 준비해놨다가 최종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사인하면서 쏜 것 같고, 앞으로 최소 6개월 정세 흐름에 대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
지금 구도로 가게 되면 결국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 결의가 나오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단계로 가면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할 수 있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추가제재에 나서면 중국도 이에 반발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북한이 핵실험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에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뤄져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어떤 일을 하다가 중간에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대립국면을 거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핵실험까지 북한이 하게 되면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아 있다. 국내 정치의 압력을 견뎌내면서 우리 정부가 지금 기조, ‘그래도 민간교류는 간다’는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일지 주목된다.
다만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하기 전에 남쪽보다 미국과 협상하기 위해서 여러 경로로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압박’ 한국은 ‘미국 용인 하에 대화’
홍익표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시간 줘야 한다”

□ 통일뉴스 :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우리가 운전석에 앉겠다고 했는데, 이번 ICBM 발사는 미국을 겨낭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우리 정부의 구상이 어그러지는 것 아닌가?
  
▲ 북한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창현 <민족21> 전 대표.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정창현 : 한국의 주도성, 주도적 역할이라는 게 3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대단히 원칙적으로 의미로 한반도문제의 주도권을 우리 정부가 갖는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조정해 나간다는 의미로, 이러한 측면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이때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남북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한미관계나 북미관계에서 우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둘째는 한미합의에 따라 그 틀안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을 설득해 대화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합의해준 테두리 안에서 우리가 북한을 설득한다는 것이다. 설득의 내용이 동결하라든지, 동결 조건 하에서 남북관계 풀고, 어떤 부분에 투자한다든지 이런 의미의 주도적 역할이다.
셋째는 우리가 주도적 역할이 미국을 설득해서 1999년 ‘페리 프로세스’ 같은 미국의 대북정책의 전반적 로드맵을 만드는 데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남북관계가 풀려나가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는 데서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도적 역할’을 이러한 3가지로 측면에서 보면 이번 한.미 공동성명은 표면상으로 두 번째 역할론에 가깝다. 그래서 우려스러운 내용이다. 과거의 사례를 통해 볼 때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 통일뉴스 : 한.미 정상회담으로 주제가 흐르고 있다. 홍익표 의원은 어떻게 평가하나?
■ 홍익표 :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는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높이는 것이었다.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인정받는다면, 비핵화를 위한 제재 국면이라 하더라도 인도적 지원이나 사회문화 교류를 통해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대한 압박하면서도 대화도 병행하자고 한 차원에서, 제재국면과 어긋나는 게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대화의 물꼬도 주도적으로 틀 계획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쉬운 것은 표현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대통령의 의도는 있었다고 본다.
  
▲ 문재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달 30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출처 - 청와대]
■ 정창현 : 북한에서는 공동성명만 보고 판단을 할 텐데, 공동성명 문안만 보면 결국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미국에게 동의를 받아서, 북한식으로 ‘미국 가서 승인받고 와서, 미국이 승인해 준 울타리 안에서 관리한다’는 것이다. 인도지원하고 이산상봉하고 체육교류하고 그런 틀에서 한다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미정상회담이나 국제사회와의 논의에서 나온 우리의 입장을 6개월이면 6개월, 1년이면 1년, 아니면 문재인 정부 5년 기간에 기본 목표가 뭐고, 그걸 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미국에 가서 우리의 목소리를 찾아오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성명이 나온 것이라는 전반적인 설명과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내부구조로 볼 때, “이게 뭐냐?” 당연히 원칙적인 문제로 ‘사대외교, 굴종’ 등의 원색적인 비난성명이 나올 수밖에 없다.
■ 홍익표 : 통일외교안보 분야 인선이 지연되면서, 또 6.15공동행사가 원활히 소통할 채널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무산되면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구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쉽다. 사실 한.미 정상회담 전에 그런 게 필요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도 좀 문재인 정부에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도 취임식 즈음해서 시간을 좀 달라는 이야기를 진보 쪽에서도 여러 차례 했는데,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다.
이번에도 핵실험까지 하면 대화 재개가 많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북도 새로운 정부에 대해 조금 여지나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
■ 정창현 : 북한에서 뭔가 판단할 때, 결국 둘 중 하나의 명분을 저쪽에 줘야한다. 하나는 6.15라는 명분을 줘서 대남 관계자들이 회의 결정과정에서 힘을 갖게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북미관계 진전이 이뤄져서 외무성 라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야 한다.
일단 이번 ICBM 발사는 우리를 겨낭한 게 아니라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판단한다. 우리로 보면 짜증나고 답답하긴 한데, 현재 북한은 미국과의 유리한 협상을 염두에 두고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
□ 통일뉴스 : 한.미 정상회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자국방어, 시민보호’ 등을 언급했는데, 이례적이지 않나?
■ 홍익표 : 그건 너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ICBM과 핵이라는 북한의 무기체계 진전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웜비어 사건이 그런 내용을 포함시키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미국 사회에서 핵문제보다 그 사안이 훨씬 더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하거나 분노시킨 측면이 있다. 미국 시민을 지키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 통일뉴스 : 정서적으로는 그렇게 이해되지만 ‘자국 방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주목해 봤다.
■ 조성렬 :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것은 사실상 최대 압박과 관여인데, 두 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기보다 미국은 계속 압박한다는 거고 한국은 미국의 용인 하에 대화를 통해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은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ICBM 발사를 굳이 한국을 배려해서 늦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 측을 만나 봐야 미국이 용인한 범위 안에서 북한을 설득하고 (북핵을) 동결시키는 역할이 주어졌을 것이라고 본 거다.
미국이 6월 29일 단둥은행 제재를 발표하였고 그에 앞서 6월 1일에는 러시아 기업 세 군데와 개인에 대한 제재가 있었다. 일련의 제재들이 6월 들어서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한국과의 대화를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본다.
아쉽다고 한다면, ‘최대 압박.관여’에서 우리가 미국의 압박에 대해 어느 정도 완화하도록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드러난 것은 미국의 최대압박 뿐이다. 북한이 우리를 무시했다기 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
■ 홍익표 : 우리 정부도 장관 인선이 늦어지고 인수위 기간이 없다는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하우투(how to)가 잘 안 보인다 게 문제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고 했는데, 국제적 연대를 통한 제재는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만 대화국면을 어떻게 풀겠다든지 관여를 어떻게 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것들은 현재로서 보이지 않는다. 원칙적 이야기만 하고 있다.
사실 과거 박근혜 정부도 제제와 대화를 병행하겠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결국 대화는 없고 제재만 있었다.
한 가지 걱정은 자칫하면 문재인 정부도 의지는 있었는데 “어어~” 하다가 북한의 계속되는 추가적 도발에 제재 악순환에 빠지면서 결국 변변한 대화조차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 시도의 기회조차 상실하는 게 그게 제일 우려스럽다.
정치군사회담과 적십자.체육회담 병행해야
홍익표 “대담한 접근 필요.. 대북특사 방식 제안”

□ 통일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독일 방문에서 뭔가 대북 정책이나 제안을 내놓으려 한다고 들었다.
■ 홍익표 : 있을 것이다. 기조가 완전히 바뀌지 않겠지만, 이번 ICBM도 있었고 해서 약간의 보충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 조성렬 : 우리가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남북관계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때는 ‘드레스덴 선언’ 이후에 ‘4대 소통로’를 이야기하면서,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큰 것을 한다고 했는데, 북한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도 스포츠나 종교 교류, 인도적 지원 등을 마중물 삼아서 남북대화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남북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정치적 합의나 군사적 긴장완화 등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와는 다른 방식의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 박창일 : 북의 입장은 확실하다. 정치군사적 문제의 해결을 먼저 하고 가자는 것인데, 우리는 반대하지 않나. 방법론의 차이인데, 그럼 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북에서 요구하는 것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정치군사적 대화를 먼저 하자고 했을 때, 정치적인 것은 크게 논의될 것은 없어 보이지만, 군사적인 게 항상 문제다.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부터 시작해서 주한미군까지 다 끌어낼 건데 해결이 되겠나.
  
▲ 안보 전문가로 손꼽히는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조성렬 : 지난 6월 23일 북한 민화협에서 9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는데, 물론 우리가 그걸 다 들어줄 것은 아니지만, 내용들을 보면 북한이 원하는 정치회담이나 군사회담의 기본적 윤곽은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 입장과 북한 입장을 절충한다면, 북한은 어쨌든 정치회담, 군사회담 성과를 확대하는 데 스포츠나 종교, 인도적 문제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가 선이후난(先易後難)보다 정치·군사회담과 스포츠, 종교, 인도적 사안 등 두 개를 과감하게 병행하는 방향으로 치고 나갈 수 있지 않나 싶다.
특히 북한이 ICBM을 발사했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기 때문에 군사문제에 대한 제안 같은 것도 우리가 과감하게 제기할 수 있다. 실무회담은 의제를 정하기 위한 회담이니까 아무런 조건 없이 먼저 만날 수는 있다고 본다.
■ 박창일 : 우리가 군사회담을 할 때 손해되는 게 뭐가 있을까. 그렇지만 군사회담 해서 우리가 미사일 문제라든지 핵문제를 거론할 수 없지 않나. 북한은 “너희와 관계없이 우리는 미국과 하니까 빠지라”고 하는 건가?
■ 홍익표 : 그런 측면에서 과거와 같은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 대담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북특사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사회문화, 인도적 사안들이 특사회담에서의 결과물로서 하나둘씩 실현된다면 특사회담의 모멘텀을 이어가면서 정상회담에서부터 군사훈련, 긴장완화, NLL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고 본다.
의제에 제한 없는 특사 간 회담을 통해서 의제를 조율해야만 최소한 북한이 추가도발하는 것을 제어하는 명분이 될 것 같다. 누군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추가적 도발을 막자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도 그 이야기를 못할 것 같다.
■ 박창일 : 군사회담을 한다면 북한은 첫 번째로 내세울 것이 군사훈련 중단이고, 주한미군 철수도 거론할 텐데, 이걸 우리 정부가 받을 수 있겠나.
■ 홍익표 : 군사회담을 하지 말고, 좀더 정치회담을 해야 한다고 본다. 군인들이 만나는 회담은 하위구조로 가야 하고 정치회담을 해야 한다.
정치회담을 시작한다면 당장 군사훈련 중단까지는 몰라도 축소나 문정인 특보가 이야기한 전략자산이 참여하지 않는 방식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면 최소한 특사나 대표가 남과 북을 왔다갔다 하는 기간 동안이라도 북한이 동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추가행동을 중단할 수 있는 명분을 북한 스스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회담이 그냥 지리하게 연장된다면, 국민 지지나 국제사회 지지를 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에, 이산상봉이나 여러 가지 형태의 교류 등은 그 회담의 성과물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6자회담 복귀문제나 북미관계 정상화 등 높은 차원의 문제까지 모든 의제를 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하고싶은 말을 하는 특사회담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 조성렬 : 특사파견보다는 특사교환이라는 표현이 일방적이지 않아 더 느낌이 좋다. 특사교환은 남북관계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 통일뉴스 : 일각에서 농담조로 차라리 사건이 터져서 2015년 ‘8.25 합의’처럼 전격적인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상황이다.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해 당연히 제재는 이야기하겠지만, 역발상으로 “이거 심각한 문제다. 만나자”라고 던질 정도는 돼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그렇지 못할 것 같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 정도도 ‘꼬리 자르기’를 했지 않나.
■ 조성렬 : 발상의 전환 보다는 홍익표 의원이 제안한 ‘대담한 접근’이 되면 좋겠다.
7월 4일 북한이 ICBM을 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설사 북한이 안 쐈더라도 우리가 몰랐을 뿐이지 북한은 그런 기술을 지금 개발해 놓은 거 아닌가.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걸 쐈기 때문에 남북한이 특사교환을 통해서 이 부분을 유예시킬 수가 있다는 말이다.
특사교환을 하는 동안에는 북한이 우리식 표현으로 ‘도발’이고 ‘추가적 시험’을 하지 않는다면 그게 모라토리엄 아닌가. 오히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특사교환을 제안하고 정말로 전권을 위임한 특사단을 교환해야 한다.
핵심은 북한이 원하는 이야기를 한 번 다 듣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는, 그래서 북한 측의 정리된 입장을 서울이나 평양에서 논의하고, 타결을 모색하는 것은 판문점에서 하든가 하면 될 것 같다.
당장 판문점 연락사무소, 서해.동해 군통신선이 단절돼 있는데, 복원조치부터 실질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대담한 접근을 제안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자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위원인 홍익표 의원.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홍익표 : 북한도 우리도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거다. 지금 북한의 상황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상황을 바꾸기 힘들 거라고 본다.
낮은 단계의 스포츠 교류나 인도적 교류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동결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은 아니다.
예전 같이 ‘선이후난(先易後難)’으로 쉬운 걸 앞세우고 어려운 것은 뒤에 놓는다는, 이런 개념은 아니다. 어려운 것, 쉬운 것 가릴 것 없이 한 바스켓에 넣고 해봐야한다. 우리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실제로 이미 2007년에 경험해 보니까, 철도 연결할 때부터 정치군사회담이 선행되지 않으면 경제교류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수준의 합의가 여타 분야의 합의를 이끄는 구조로 전환된 게 2005년, 2006년부터인 것 같다.
이미 과거 전통적 방식, 햇볕정책이 했던 기능주의적 접근은 일정정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개성공단 폐쇄로 사실상 갈 때까지 가지 않았나 싶다.
□ 통일뉴스 : 가장 현실적으로 우리도 한미합동군사연습 잠정 중단 등 정치군사적 카드가 있어야 협상이 가능하지 않나.
■ 홍익표 : 오해가 있는데, ‘우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도 이야기할 게 많다. 왜냐하면 핵.미사일 문제가 미국과 북한 간에 중심적으로 최종적으로 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잖나.
그 문제에 대해서 그동안 미국이 좀더 개입해서 하는 게 우리가 하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해서 우리가 한발 물러섰던 것이지, 우리가 관심이 없거나 의제를 주도할 능력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가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조성렬 : 이명박 정부 때 북미 비핵화 회담에 앞서서 남북 비핵화 회담을 요구했고, 실제 발리에서 두 차례에 걸쳐서 남북 비핵화회담을 했다.
별도의 비핵화회담을 하자는 제안은 아니고, 포괄적 의제를 갖고 대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사의 권한이 좀 세야 한다고 본다.
정창현 “북한에게 논의의 근거 마련해줘야 한다”
박창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북 전문가 없다”

  
▲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베를린시청에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대북정책 구상을 밝혔다. [사진출처 - 청와대]
□ 통일뉴스 : 문제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다. 정창현 전 대표가 볼 때 북한이 이런 특사교환 제안을 받을 상황인가?
■ 정창현 : 특사 카드는 언제든 쓸 수 있는 방인이긴 한데, 중요한 것은 특사에게 어떤 내용,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주느냐이다. 현재 상황에서 특사교환을 하려면 우선 남북이 단절된 상황이니 공개 또는 비공개 실무접촉을 해야 한다.
실무접촉을 하든 다른 통로를 통해서 접촉하든, 먼저 특사교환과 의제 등을 타진해야 하고, 타진 과정에서 전반적인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북한에게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문재인 정부가 선의를 갖고 하겠다는 정도 가지고는 북쪽에서 받기 어렵지 않겠느냐 생각된다.
정치군사적 문제에서 북한이 관심 있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이나 NLL 문제에서 우리가 어느 선까지 논의가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주게 되면 북측은 그 시그널에 따라서 이산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이나 체육회담 등을 수용할 수 있다는 거다.
북한은 정치군사문제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러한 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 조건과 일정이 제시되면 분위기 조성차원에서라도 쉬운 문제부터 단계적 논의에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지금까지 모든 남북관계에서 남북대화는 그렇게 이뤄져온 것이다.
■ 박창일 : 북의 또 다른 입장이 제재와 대화는 병행할 수 없다고 한다. 정치군사적 회담이 중요하다고 하는 반면, 제재와 대화는 병행될 수 없다는데, 북의 입장이 대화하면 좋지만 제재를 풀라는 거다. 더구나 단순한 제재가 아니라 국제적 제재도 포함되지 않겠는가.
■ 정창현 : 미국이 풀어야 할 제재가 있고, 우리가 풀어야 할 제재가 있다고 본다. 5.24조치를 공식적으로 해제한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사회문화 교류, 인도지원 교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
□ 통일뉴스 :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도 큰 장벽으로 남아있다.
  
▲ 정창현 전 대표는 북측과의 사전접촉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정창현 : 회담을 받겠다고 한다면 회담을 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선행해서 해야 할 조치들이 있고, 우리가 대비해야 할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금강산관광 재개의 경우 북한이 ‘금강산 국제특구법’을 개정해야 하고, 개성공단의 경우에는 북한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과 업종 다변화 문제가 논의되어야 재개가 가능할 것이다.
다른 군사정치적 문제를 떠나서 임금 인상 문제는 당연한 것이고 어렵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업종 문제가 난제다. 북한은 첨단산업이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은 대북제재와 직접적인 연계가 돼 있는 상황이다. 북핵 대화의 진전상황과 연계해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문제는 아마도 여러 차례 협의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오히려 다른 사업을 진행하으로써 자연스럽게 재개논의를 앞당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철도연결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대승적 차원에서 하자든지, 신의주까지 가는 철도로 중국과 물류를 하려면 새로운 업종을 전진기지로 삼아야 한다든지, 이런 합리적인 구상을 가지고 북한의 요구를 일정하게 수용하고, 국내의 반대여론도 낮춰야 한다.
□ 통일뉴스 : 좋은 의견들이 많은데,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구상들을 세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박창일 : 통일외교안보 라인이 옛날 사고에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프레임을 바꿔서, ‘프레임 시프트’를 해서 새로운 담대한 제안을 할 수 있는 그런 구조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 금방 간다.
■ 정창현 : 통일외교안보 라인에 임명된 인사들을 볼 때, 대체로 노무현 정부 시절의 경험과 사고 수준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것 아닌가 우려가 된다. 우리가 경협 약속을 해주면 이산상봉이나 체육교류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섞인 생각인 것 같은데 냉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이고,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심각한 수준에서 북한이 가지고 나올 청구서에 대해 우리의 입장에서 의제를 재설정하고, 설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적 이견이 안 나오게 부처별 협의가 필요하고, 원활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잘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 통일뉴스 : 그렇다면 현재의 통일외교안보 라인을 바꾸든지 외곽에 또다른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보나?
■ 박창일 :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북 전문가가 없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이 무주에 가서 연설하는데 황당하게 평창 동계올림픽 단일팀 이야기하고, 공동입장 이야기하는 수준이다.
공무원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할 걸 알고 2007년 이전 것을 꺼내서 공부들 많이 했다고 한다. 코드를 맞춘 거다. 그런데 2007년 이전에 했던 것에 맞춰서 변화된 상황을 캐치업하지 못한 것 같다.
또 예전 일은 ‘내가 다 안다’는 식의 분위기도 있다고 들었다. 지난 9년 동안 남북관계의 진행 과정과 여론 동향, 북한의 핵무장 수준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
□ 통일뉴스 : 북한 내부의 변화와 북중관계도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정창현 : 북중관계는 특별히 더 나빠지고 좋아지고 하는 징후는 없는 것 같다. 중국의 경우 ICBM 발사까지는 ‘쌍잠정, 쌍궤병행’의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하리라고 본다. 북한도 아마 그런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핵실험은 다른 차원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 번 더 실험을 해서 실천배치 가능성을 실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북중관계는 핵실험을 하기 전까지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고, 중국도 북한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에는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 같다.
최근 북한의 문헌을 분석해 보면 경제 건설과 핵무력 병진노선을 표방하며 각 기관별로 속도전을 하고 있는 양상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군부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속도전으로 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핵과 미사일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는 느낌이다.
당과 내각에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관료주의, 부정부패 등과 같은 ‘적폐’를 청산하는데 주력하자고 강조한다. 일반 주민들이 그동안에 불만을 가져온 적폐청산이다. 우리가 이른바 ‘공포정치’라고 하는 대대적 사정과 물갈이 작업을 하고 있고,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부분은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이 진행되는 것 같다. 전문가들은 ‘시장’과 ‘돈주’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데, 북쪽의 경제변화를 자본주의 시장화 개념으로 봐서 그렇지 북쪽 내부도 자연스럽게 경쟁과 효율성이 확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북도 전략적 노선에 기초해서 그 밑에서 푸는 것은 유연성을 주고 있다. 그래서 경제 부분에서 이른바 자강력주의에 대한 일정한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 광복거리 슈퍼나 상점에 중국제품이 거의 깔려 있었는데, 지금은 북한의 경공업제품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방북기도 있다.
특히 경공업이나 생필품 분야에서, 예를 들면 과자나 사탕이 10년 전에는 형편없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디자인부터 맛까지 중국이나 우리와 거의 똑같아졌다. 커피믹스도 등장하고.
간식부터 치약, 칫솔, 양말 이런 기본 생활용품은 국영상점이나 마켓에서 북한이 자체생산과 유통, 소비하는 그런 단계로 도시부터 가고 있다. 북한에 대한 평가는 다르겠지만 북한 내부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정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지금 기조를 보면 기본적으로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핵무력 강화 부문, 관료주의 부정부패 청산, 경제 발전 부문에 집중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1990년대, 2000년대 초반 김정일 시대보다는 좋다는 내부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이런 부분이 북한 스스로가 대외적으로 강경하게 나오는 내부적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북한 경제가 어렵다든지 어떤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을 준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 통일뉴스 : 단둥은행 제재는 특이하지 않나?
  
▲ 박창일 신부는 북측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박창일 : 단둥은행은 실질적으로 북한과 거래하지 않았다. 그래서 단둥은행을 리스트에 올렸는지 모른다. 형식적으로 광은 내면서 중국도 내부적으로 피해가 없으니까.
농상은행 같은 큰 중국은행들은 북한과 거래를 안 한다. 미국과 거래가 끊어지면 안 되니까 아예 스스로가 안 하는 거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정말 복잡한 문제다. 전선의 확대를 가져오는 것이다. 사드가 들어와서 중국이 끌려들어와 복잡해졌듯이, 추가제재하면 대북제재가 아니라 국제적인 전쟁이 되는 거다.
□ 통일뉴스 : 아직까지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무대에 본격 데뷔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이나 해외 순방을 언제쯤 누구랑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 정창현 : 김정은 위원장이 대외무대에 나오는 것은 2013년부터 내부적으로 준비했고, 2015년에는 중국도 행사가 많고, 남북 간에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
결국 두 가지 요인이다. 내부적으로 논쟁해서 ‘지금 나갈 시점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던 거고, 대외적 조건들이 생각보다 받쳐주지 않아서 그런 거다.
북미 간 대화국면이 열리면, 당연히 김정은 위원장이 대외순방을 하고, 러시아나 중국을 먼저 가고 우리하고 정상회담하는 구도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열려있다고 이야기를 꺼낸 것은 북쪽 입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조성렬,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 공동의 집’ 제안
홍익표, 대통령 8.15 경축사에 ‘구체적 대북 제안’ 필요

  
▲ 6일 독일 G20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출처 - 청와대]
  
▲ 6일 독일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출처 - 청와대]
□ 통일뉴스 :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이름짓기, 즉 ‘네이밍’과 북핵문제를 포함한 ‘대북 독트린’을 제안해 보면 좋겠다.
■ 조성렬 : 신정부의 대북정책 명칭 가운데 제일 잘못된 게 '햇볕정책 2.0' 같은 것일 거다. 노무현 정부 때의 평화번영정책도 그다지 잘된 네이밍은 아니다. ‘평화번영을 위한 무슨 무슨 정책’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햇볕정책은 잘 만든 이름이다.
개인적으로 ‘남북 공동의 집’ 구상이라는 이름을 제안하고 싶다. ‘남북 공동의 집’은 우리가 민주당 공약에 나온 남북기본협정을 토대로 공동안보 개념으로 해서 문재인 정부 5년 내에 실현할 것을 최종목표로 해보자는 것이다.
남북기본협정에는 군사문제에서의 잠정협정이 들어가고, 보건협정이나 사회문화협정, 경제협정 등 포괄적인 내용이 들어간다.
남북 잠정협정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현재 핵과 미래 핵은 어느 정도 해결하고 과거 핵은 북한이 최후 수단으로 과도기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에, 북한이 철수를 주장해 온 주한미군도 용인되는 것으로 한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대북정책의 독트린은 ‘핵.미사일 문제와 별도로 민족의 문제는 북한과 협의해서 해결한다’는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핵.미사일과 분리된 남북관계 발전’이 되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약간 역풍도 걱정되지만 결국 7.4공동성명 때 북한을 실체, 대화상대로 인정해 패러다임을 확 바꿨던 것처럼, 현재 북한이 ICBM까지 성공한 상태에서 할 수있는 것은 ‘핵.미사일 가진 북한과도 민족문제는 이야기한다’는 차원에서 분리해서 발전시킨다는 거다.
□ 통일뉴스 : 원래 평창 동계올림픽을 명분으로 내년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잠정 중단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한다는 구상이 있었다고 들었다. 문정인 특보의 우드로윌슨센터 발언도 그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고.
  
▲ 조성렬 책임연구위원은 ‘남북공동의집’ 구상을 제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조성렬 : 원래 구상은 대통령 취임 후 9개월만에 열리는 평창올림픽을 타이밍으로 해서 기존 남북합의를 존중하고 변화된 현실에 맞게 내용을 재조정한 새로운 포괄합의서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간이 필요하면 폐막식에 북한 총리급 인사가 와서 남북이 서명해서 일단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킨다는 것인데, 군통신선, 판문점 연락관 등 문제를 정상화하는 것도 포함된다.
한미합동군사연습 축소 내지 연기에 대해 평화로운 평창 동계올림픽을 내세워 미국을 설득할 수 있고, 그러려면 북한도 일단 핵·미사일 활동의 모라토리엄까지는 해줘야 한다.
그 뒤 본격적으로 6자회담을 재개하여 내년 봄부터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비핵화까지는 지난한 일이겠지만 현재핵인 핵물질과 미래핵인 물질을 계속 만드는 핵관련 시설을 없애는 거다. 이미 가진 과거핵의 부분은 장기적 과제로 삼아 최종적인 비핵화는 미뤄놓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교류협력이 강화되면, 대통령이 말한 ‘하나의 시장’을 위한 남북경제협정이나 보건협정, 사회문화협정을 맺으면서 마지막 4년차 말, 5년차 되기 전에 포괄해서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하면서 낮은 단계의 남북연합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 공동의 집’의 수립을 선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홍익표 : 지금 우리가 문재인 정부 독트린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정권 내부에서, 키신저 처럼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누군가가 구상해서 발표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독트린이 뭐라고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
독트린이라는 네이밍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 정도 하면 좋겠다’는 원칙 정도를 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국무위원 임명이 대충 다 끝나가고, 중요한 정상회담을 마치고 8.15 광복절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관례적으로 8.15 광복절에는 민족문제, 남북관계 메시지가 나왔고, 국내적으로나 북한도 그렇고 미국도 관련국도 다 관심있게 볼 거다.
8.15선언 때 담겨야할 내용은 원론적인 것보다 좀더 ‘키’라고 할까, 문제를 풀 수 있는 구체적인 뭔가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디테일한 제안이 필요하다.
정말 우리가 운전대를 잡았다면 어디로 갈 건지 이런 이야기는 필요하다. 현재 교착국면을 타개하는 구체적인 제안을 해서 그걸 실제 북한이 받을 수 있을만 해야 한다.
잘못하면 10.4선언 10주년 기념일도 물탄 듯 넘어가고 나면 북한은 연말 결산 들어가서 회담에 안 나온다. 내년 2월말 3월초 키리졸브 훈련까지 감안하면 내년 5,6월까지 그냥 갈 수 있다.
우리가 북한 탓만 하면 안 된다. 미국 탓도 마찬가지다. 내가 반성하는 것은 ‘미국이 이래서, 북한이 이래서’라고 하는데 그것도 결국 우리의 능력이다.
북한이 그런 거 모르는 것도 아니고 미국을 모르는 것도 아니라면 문재인 정부는 그런 현실적 조건에서 그럼 우린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이 사람들을 움직여서 할 것인가라는 실질적인 능력과 역량을 국민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현재 국면에 아쉬운 것은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햇볕정책, 평화번영정책을 이어가는 수준의 문제의식에 머물러있다면, 변화된 환경을 돌파하기도 어렵고,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성공적인 대북정책이나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기 어렵다고 본다.
거꾸로 나는 대통령보다 주변 사람이 훨씬 더 대통령보다 소극적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의지를 한발 더 나가서 밑에 있는 사람들이 펼쳐주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생각을 옥죄는 듯한 인상을 준다.
대선과정에서도 그랬다. 실제로 문재인 당시 후보랑 이야기해보면 매우 적극적이고 대담한 구상도 가졌는데, 밑으로 가면 그게 잘 안 된다. 남북관계에 대해서 잘못하면 ‘박근혜 정부 시즌 2’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 통일뉴스 : 정리해 보면, 문 대통령이 8.15선언을 계기로 현실성있는 대북제안을 내놔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문 대통령 주변은 그런 인적 구조가 안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적 구조 재편이든 또다른 참모조직이 필요한가?
■ 홍익표 : 그렇게 까지는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구성된 통일외교안보 라인업을 보면 안정적이고 실무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관 임명한지 얼마나 됐다고 능력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일 아니냐.
그렇다면 현재 교착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결국 관료들에게 맡기기 보다 대통령 스스로 결단하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 커진 것이다.
새로운 전략단위를 구성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 누가 대신 총대를 맬 수도 없다. 대통령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해야 한다.
남북 합의를 토대로 미.중.일 설득해야
홍익표 “북 최고지도자 직접 겨냥한 메시지 필요”

  
▲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간부들이 고 김일성 주석 23주기를 맞은 8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ICBM 시험발사 성공을 보고했다. [사진출처 - 로동신문]
□ 통일뉴스 : 사드 배치 문제와 한중관계가 현안으로 남아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배치 자체를 기정사실화 해 문제가 더 어려워진 것 아닌가.
■ 홍익표 : 사드 문제는 대통령이 밝힌 워딩 대로 갈 수밖에 없다. 한.미 간 기존합의는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는 한 바꾸기 어렵다. 정책이 옳냐 그르냐를 떠나 현실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환경영향평가는 어느 동맹국이라도 우리 국내법 절차를 따라야 하고 우리 대통령도 확고하고 미국에 전달했고, 미국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영양평가 결과는 사드배치 철회가 아니라 성주의 다른 곳, 제3의 장소를 찾는다는 거다. 그러면 자연스레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을 벌면서 상황 변화를 위해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사드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근원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북미관계 대화 진전, 6자회담이든 다자간 틀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다양한 대화틀이 재가동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드 배치를 막을 명분과 수단이 없다.
□ 통일뉴스 : 사드 배치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중국과의 관계에서 걸림돌이 될 것 아닌가.
■ 조성렬 : 얼마전 일본 니카이 특사가 방한했는데, 혼자 온 게 아니라 3백여 명을 데려왔는데 관광업자들이라고 하더라.
일차적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미치는 영향이 관광객 감소와 같은 관광산업이니까, 일본이 일본 관광객을 유치해서 중국으로부터 받는 압박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주겠다는 식으로 온 것 같았다.
우리가 중국에 무역의존도가 26%인데, 그걸 낮춰서 사드 보복 효과를 상쇄시키는 구상인 것 같다. 그걸 통해 중국의 사드 보복을 완화시켜, 한국을 중국의 영향권에서 점차 떼어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 홍익표 의원은 대담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남북 특사회담을 제안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홍익표 : 원론으로 돌아가면, 사드 문제를 포함해서 앞으로 4년 반 남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성패는 앞으로 6개월여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과거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려고 하면 안 된다.
첫째, 기능주의적 접근, 햇볕정책이나 평화번영정책이 했던 쉬운 것부터, 단순교류부터, 이런 방식을 재탕삼탕 고려한다면 그다지 좋은 결과를 거두기 어렵다.
둘째, 북한 최고지도자를 직접 겨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그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와 채널을 갖지 않으면 대북정책을 가동조차 하기 어렵다.
셋째, 대담하고 높은 수준의 접근법과 함께 최고지도자를 움직여서 그 성과를 우리가 갖고 미국과 중국에게 아주 구체적인 요구를 우리가 제안해야 한다.
공동의 목표가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안정이라고 한다면 그 부분에서 표면상으로는 중국, 일본, 미국이 공동의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목표와 비전을 공유한 속에서 북한 최고지도자, 북한과 소통한 결과를 가지고 거꾸로 우리가 중국, 미국, 일본에게 구체적 상황에 대한 요구를 적극 제시해야 하는 거다.
대통령이 직접하든 문정인 특보처럼 제3의 인물을 통해 여론화하든, ‘당신들이 원하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당신들도 그 정도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이런 전략적 고려가 없다면 쉽지 않다고 본다. 그렇기에 그런 디자인을 누군가 해야 한다.
■ 조성렬 : 우리가 제한된 조건에서나마 대담하게 북한을 설득하고, 이걸 가지고 공동의 목표 하에서 미국, 중국, 일본을 설득한다는 그림에 공감대가 이뤄지는 것 같다.
미국이 용인하는 제한적 접근이 아니고, 남북 간의 협의를 확실하게 해서 이걸 갖고 거꾸로 미.중.일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 홍익표 : 중국의 관심은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이다. 그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공동의 목표다. 미국과 일본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비핵화이다.
북한 변화라는 건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이건 ‘레짐 체인지’가 아니다. 북한의 변화라는 것은 일정하게 경성국가에서 연성국가 정도로 변화는 정도다. 그런 측면에서 시장경제도 확산되고 북한이 국제사회 규범과 룰을 존중하는 정도의 변화를 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도 미국과 다를 바 없다.
동북아 평화와 협력,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비핵화에서 우리가 미.중.일과 생각이 갖다는 걸 자꾸 설명하고 ‘너희도 그런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통령이나 우리 정치인들,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어법을 많이 구사해야한다고 본다.
□ 통일뉴스 : 여러 노력으로 공을 들이다가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다든지 핵실험하면 모든 노력들이 유야무야되고, 국내 분위기가 얼어붙곤 했다. 이와 관련한 우리사회 내부의 정리정돈이 필요할 것 같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또 상황이 달라질 것이 우려된다.
■ 홍익표 : 핵실험이나 ICBM 등에 일희일비하면 박근혜 정부랑 똑 같다.
물론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잔매에 장사 없다고, 이런 게 반복되면 수습이 안 된다. 그러면 우리 여당과 지지층 내에서부터 강경한 발언이 쏟아지고 박근혜 정부 때처럼 된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이 잘못해서’라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그건 우리 잘못이다.
북한이 잘해서가 아니라 북한은 원래 그럴 뿐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걸 알면서도 막지 못하고 방치하는 하면 대북정책의 무능인 것이다.
조금 있으면 북한이 핵실험 할 거고, 내년에 키리졸브훈련 하면 북한은 장거리로켓 발사할 것이고, 미국은 거기에 격분해 더 강력한 제재를 할 거고. 이런 게 눈에 보이는데 인도적 지원, 스포츠 교류만 매달리면 그건 너무 한가한 거다.
중국은 이번 ICBM 발사를 짐작했던 것 같다. 직전에 ‘한반도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경고도 했다. 사실은 한.미 양국에 경고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피해가 클 건데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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