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분쟁’과 ‘강제징용노동자 문제 사죄 및 배상’의 전망


김이경의 민족이야기 한일관계, 독도이야기 세 번째
  • 김이경 우리역사연구가
  • 승인 2017.07.1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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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경상북도 사이버독도 홈페이지
1. 우리의 반일투쟁을 가라앉히는 명약 ‘일본의 독도문제 국제분쟁화 협박’
한동안 잠잠하던 독도문제가 첨예하게 제기된 것은 1965년 한일수교협정 때였다. 우리정부가 ‘식민침탈에 대한 반성이 한일협정문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일본은 반성은커녕 ‘경제협력기금도 줄 수 없다’며 들고 나온 카드가 독도문제였다. 1962년 3월 일본의 고사키 젠타로 외상은 최덕신 당시 외무장관을 만나 “현안이 해결되더라도 영토문제(독도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교정상화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알려졌다. 1962년 9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예비 절충 4차 회담에서 일본측 인사가 “사실상 독도는 무가치한 섬이다. 크기는 도쿄에 있는 히비야 공원 정도인데 폭파라도 해서 없애버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망언을 했다. 그런데 어이가 없는 것은 우리측 인사의 “중요하지도 않은 섬이니 한일회담의 의제도 아니므로 국교 정상화 후에 토의하는 식으로 별개 취급함이 어떠냐”는 대응이었다. 이때부터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과의 모든 교섭에서 독도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우리가 독도문제를 실질 지배하고 있는데, 굳이 ‘국제 분쟁화’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하였다. 결국 일본의 독도 분쟁화 주장은 식민침탈에 대한 반성 없는 한일기본조약을 탄생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이때부터였다, 독도 문제만 나오면 우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것도 그냥 침묵이 아니다. 한일관계의 쟁점만 불거지면 일본은 ‘독도문제 국제분쟁화’를 들고 나오고, 우리는 그들이 더 시끄럽게 굴기 전에 알아서 쟁점을 조용히 잠재우는 기현상…. 최근에도 올해 초 경기도 의회가 독도에 소녀상을 세우겠다고 결의하자, 외무부가 일본이 독도는 자기의 땅이라며 발끈했고, 연이어 파랗게 질린 외무부 담당자가 경기도 의회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독도소녀상 설치를 반기던 경상북도 도지사까지 신중 모드로 돌아서는 해프닝을 벌이고, 급기야 경기도 의회의 모처럼의 결심은 온데간데없이 사그라졌다. 이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독도문제를 ‘국제 분쟁화’시키겠다는 일본의 협박은 전가의 보도처럼 우리의 반일 소동을 가라앉게 하는 특효약이 되어왔다.
2. 한일협정 체결 5개월 전(1965년 1월) 박정희가 일본과 맺은 독도밀약이 있다는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1962년 한일수교 논의가 제기되면서 식민지 침탈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측 주장에 대해 일본이 ‘독도 국제분쟁화’로 맞서자, 다급해진 박정희는 이 문제에 대한 일본과의 절충을 시도하기 위하여 독도밀약을 맺는다. 일본 정부의 특명을 받은 우노 소스케 의원과 정일권 국무총리간의 독도에 관한 비밀 합의사항인데, 박정희의 재가를 받았고 일본의 사토수상에게도 전달되었다고 하며 그 내용은 이러하다.
▲사진 : YTN 뉴스 캡처
① 두 나라가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며, 동시에 그것에 반론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② 장래에 어업구역을 설정할 경우 두 나라가 독도를 자국 영토로 하는 선을 긋고, 두 선이 중복되는 부분은 공동수역으로 한다.
③ 한국이 점거한 현상을 유지한다. 그러나 경비원을 늘리거나 새로운 시설을 증축하지 않는다.
박정희야 독도를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어차피 일본은 자기네 것이라고 떠들어대니, 이정도의 절충안은 한일수교를 위해서는 불가피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밀약은 두고두고 일본이 한일관계에 우리를 협박할 수 있는 시비 거리를 만든 원천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 역시 이 밀약대로 점거한 현상을 유지하려 할뿐, 일본이 독도를 들고 나오며 우리에게 시비를 걸 때 찍소리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넘어가기만을 바라게 된 원죄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물론 이 문서는 밀약이며 이리저리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아니다(여기서는 그 과정은 생략한다). 이 문서의 법적인 가치는 차치하고라도, 이렇게 해서 사실상 독도문제는 가장 심각한 한일관계의 핵심쟁점으로 부각되게 된다. 혹자는 한일수교가 급한데 이렇게 해서라도 독도에 대한 우리의 실효 지배를 인정받으며 넘어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지 않느냐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1905년 독도부터 점령함으로써 한반도 강제병합의 신호탄이 되었던 우리의 영토 주권을 이런 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이후 두고두고 굴절된 한일관계를 만들어낸 원인이 되었다.
3. 독도는 우리가 실효 지배하는 이상 조용히 있으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진짜 다케시마(독도)가 자기네 영토라고 믿고 있으며 틈만 있으면 이 문제를 거론하며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자고 한다. 물론 양 국가가 다 동의하지 않는 이상 국제사법재판소는 현실화 전망이 없다. 그러나 일본이 이 문제를 가지고 군사화한다면?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된다면? 국제정치학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없다.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논하지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겠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며 군사적인 시위라도 할 경우 국제사법재판소에서의 해결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금 일본이 틈만 나면 독도문제를 거론하는데, 그들은 당장 독도를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왜 그럴까? 그들의 계산을 대략 짐작해보자. 첫째, 한번에 K.O승을 거둘 수는 없지만 어퍼컷을 연속해서 날리고 우리가 계속 무방비로 당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한민국의 무력함과 대한민국 독도 실효 지배 주장이 얼마나 내용 없는 것인가를 국제사회에 널리 각인시키자는 것이다. 둘째, 일본 자국 내 국민들에게 혐한 감정을 부추기려는 것이다. 일본 자신이 근대화시켜주었고 경제협력자금으로 돈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징징대는 대한민국을 용서할 수 없다는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일본 군국주의화의 불쏘시개 감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사진 : 일본 해상자위대 홈페이지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의 독도 방문처럼 이런저런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전 국민이 독도문제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저들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군국주의화를 위한 저들의 강력한 ‘패’이자 상징이다. 다음으로 역대 우리 정부가 그 문제를 쉬쉬하고 은폐한 채 때로 일본 시위용으로 압박 이벤트를 꺼내든 것은 한일관계의 본질을 은폐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진실이 많다. 우선 현재 일본 군국주의화의 본령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미일동맹의 하위동맹으로 위치 지워진 한일관계 밑에서 미국의 의도를 벗어나지 못한 채 국민적 반일감정의 눈치를 보고 있는 이 위태로운 정황은 알지 못한다. 박근혜가 국민들의 반일정서 눈치를 보느라 일본과의 군사정보협정을 맺지 않으려고 이런저런 애도 썼지만, 결국 10억 엔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배신하고 군사정보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알지 못한다. 결국 문재인 정권이 위안부 문제는 재협상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을 빌미로 맺어진 군사보호협정을 어떻게 할지는 한마디 말이 없다.
또 우리 국민들은 일본이 독도영유권 문제, 강제징용노동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등 모든 한일관계의 주요 쟁점들을 어떻게 치밀하게 일본 국내와 국제사회에 미리 포석을 깔고 대비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볼 일이다. 가장 현명한 정치인은 민중이라고 했던가? 국민들에게 알리고 판단을 물어야 한다. 가장 올바른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늘 해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기본을 강화하면서 독도에 대한 저들의 논리의 허구성을 논파하고 한일 역사 왜곡의 실체에 과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강제징용노동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 지금 한일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중 동력 중 하나이다.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운동이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여론 마련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면 앞으로 정치적 해결의 방향을 찾아서 노력해야 한다. 이미 대법원은 2012년 강제징용노동자의 임금 청구 재판이 적법한 것임을 판결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외면하는 일본 기업과 정부, 또 마치 남의 일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 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 강제징용노동자 선배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각성과 대책을 요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시금 생각해본다. 독도 강치 멸종사를 잊지 말자고….
김이경 우리역사연구가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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