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성천 영주댐, 1조1천억 들인 ‘녹조 배양소’ 전락
유역 가축밀도 대형다목적댐 평균 6배 확인
자연정화 약화된데 녹조 영양소 지속 공급
25일 측정 남조류수 낙동강 8개보보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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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내성천 영주댐에 담겨 있는 물이 지난 22일 녹조로 퍼렇게 뒤덮여 있다. 영주댐은 내성천 하류 낙동강에 수질개선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완공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
경북 영주 내성천의 깨끗한 물을 가뒀다 낙동강으로 방류해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이명박 정부가 1조1천억원을 들여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만든 영주댐이 오히려 ‘녹조 배양소’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한국수자원공사 영주댐 건설단이 측정한 영주댐 남조류 개체수를 <한겨레>가 확인해본 결과, 폭염이 지속된 지난 25일 물 1㎖에 18만5천개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24일 낙동강 8개 보 수질측정에서 가장 녹조가 심한 것으로 나타난 낙동강 중류 달성보(4만8945개)의 3.8배, 최상류 상주보(9820개)의 18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댐의 담수 초기에는 주변 농경지 등에서 오염물질이 용출되어 수질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지나면 수질도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주댐은 27일 현재 총 저수용량 1억8110만㎥ 가운데 2770만㎥가 채워져 담수율 15.3%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영주댐은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수질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주댐 건설단이 최근 수질관리 참고용으로 한 조사 결과, 상류의 댐 유역에 녹조의 영양물질을 공급하는 오염원이 다른 어느 댐 유역보다 밀집돼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영주댐 주변 지자체와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영주댐지역협의회에서 최근 수자원공사가 발표한 ‘다목적댐 상류 오염원’ 현황을 보면, 경북 영주와 봉화에 걸친 500㎢의 영주댐 유역 가축사육 밀도는 1㎢당 5000마리다. 유역면적이 800㎢가 넘는 소양강댐, 대청댐, 충주댐, 안동댐 등 8개 주요 다목적댐 평균(817마리)보다 6배 많다. 이들 가운데 가장 밀도가 높은 용담댐 유역(2007마리)보다도 2.5배 많다.
수질오염 기여도가 높은 대형가축인 소와 돼지의 밀도는 1㎢당 58마리와 60마리,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1㎢당 4878마리로 모두 8개 주요 다목적댐 유역보다 높다. 가축은 녹조의 영양물질인 질소와 인의 주 공급원이다. 생활 오폐수를 만들어내 수질에 부담을 주는 댐 유역 인구밀도도 1㎢당 53.26명으로 9개 댐 가운데 세번째다. 낙동강 상류 지천에 지어진 영주댐이 낙동강 수질을 개선해주기는커녕 낙동강 본류로 녹조의 씨앗을 공급하는 ‘녹조 배양소’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영주댐은 이미 완공 첫해인 지난해에 이어 이번 여름까지 2년 연속 심한 녹조가 발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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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에 수몰된 모래강 내성천의 옛 모습. 2010년 9월 녹색연합의 ‘사귀자’(4대강 귀하다 지키자) 캠페인에 참가한 이들이 영주댐 바로 위 금강마을 앞 내성천에서 댐 건설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박용훈 생태사진가 제공 |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오염원이 댐 안에 들어오면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 지자체, 환경청 등과 공동으로 상류지역 오염원을 줄일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안은 상류의 댐 유역 주민들을 상대로 규제를 강화하거나 지자체와 정부가 예산을 짜내 오염정화시설을 확충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영주댐만 없었으면 생각할 필요도 없었을 새로운 부담이다. 영주댐 본체 공사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내성천의 대부분 구간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 1급수를 유지해 수질 걱정을 모르던 곳이었다.
내성천이 상류 지역에서 유입되는 축산 폐수와 생활하수 등의 오염원에도 불구하고 1급수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데는 ‘모래강’이라는 내성천의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내성천 강바닥의 두터운 모래층이 흐르는 물속의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필터 구실을 한 것이다. 반면 영주댐에 물이 채워질수록 물 흐름과 모래에 의한 수질정화 기능은 작동하기 어렵게 된다.
상류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이 누적돼 수질이 계속 악화되면 영주댐이 강원도 평창 송천의 도암댐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용으로 1989년 지은 도암댐은 계획 당시 고려하지 못한 유역의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에서 유입된 오염물질로 수질이 악화돼 2001년부터 17년째 전기도 못 만들고 남한강 최상류의 오염만 가중시키는 애물단지가 됐다. 발전 터빈을 돌린 물이 흘러드는 강릉 남대천 유역 주민들이 오염수 방출에 극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낸 수질생태전문가 김범철 교수(강원대 환경융합학부)는 “4대강 상류에 저수지 같은 시설을 만들어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물의 양도 충분치 않고 수질도 썩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 이미 과거 보고서에서 결론을 내렸다”며 “영주댐의 수질이 악화돼 녹조가 번성하면 낙동강에 녹조 씨앗을 공급하는 녹조 배양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영주댐은 이미 녹조 배양소가 됐다”며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영주댐을 건설하며 제시한 편익의 90% 이상이 수질개선이었는데, 영주댐 유역에 낙동강보다 더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면서 수질개선용 댐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며 “영주댐을 철거하고 모래강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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