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추가배치, "문재인 필요없다. 물러나라"

성주.김천.원불교 상경 우중 기자회견, '이게 촛불정부냐' 격분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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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31  2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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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김천 주민들이 31일 청와대 앞 효자당 치안센터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발사대 잔여 4기에 대한 추가배치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반발, 울분을 토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성주.김천.원불교가 단단히 뿔이 났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1시간 남짓만에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 등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31일 성주, 김천에서 버스편으로 서울에 올라온 주민 60여명은 온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전과 오후 청와대와 국방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추가 배치 지시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울분을 토로했다.
후보시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 무색하게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밤 11시 41분 북한의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확인된 후 29일 새벽 1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전격적으로 경북 왜관 미군기지에 보관돼 있던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임시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내린 문 대통령이 30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여름휴가에 들어간 후 청와대는 그간 시민들에게 개방했던 청와대 앞길 분수대에서 진행하려던 성주, 김천 주민들의 기자회견을 극구 막아나서 반발을 자초했다.
당초 오전 11시 예정이었던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은 경찰의 삼엄한 통제아래 주민들은 물론 취재진들의 접근도 막혀 1시간이 지난 낮 12시께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가까스로 열렸다.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이 인과관계도 분명치 않은 이유로 사드배치를 전격적으로 지시한 후 도망치듯 여름휴가를 가고, 경찰이 분노한 주민들의 상경 기자회견을 훼방하는 행태가 겹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필요없다. 물러나라'는 격앙된 구호도 나왔다.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에서 성주, 김천 주민들과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사드발사대 추가배치는 북한 ICBM발사의 대응책이 아니고, △사드배치에 대해 강조했던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했으며, △사드배치와 관련한 범정부 합동TF 진상조사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사드 발사대 추가배치 계획 즉각 철회 △부지 쪼개기로 근거없이 진행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반려 △사드장비 가동 즉각 중단, 철거 및 재검토와 공론화 진행 △사드배치 과정 전반의 위헌,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조사 및 책임차 처벌을 요구했다.
  
▲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현재 들어와 있는 사드도 불법인데 추가 배치는 어불성설이라며, 끝까지 사드 철거를 위해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성주.김천 주민들은 촛불 민심을 받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를 배신당했다고 여긴 탓인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석주 성주 초전면 소성리 이장은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한 정부가 기왕의 불법을 정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드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하겠다고 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지금 소성리에 배치되어 있는 사드 자체가 불법이다. 앞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드가 철거될 때까지 저지행동을 하겠다. 동참해달라"고 밝혔다.
김천에서 올라온 곽은석 씨는 "김천시민들은 지난해 8월 30일부터 김천역 평화광장에서 매일 같이 촛불을 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년간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지만 늘 주민들을 속이고 신뢰를 주지 못했다"며 일상이 무너진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소성리 집회에서는 사드배치와 관련, 박근혜 정부에서 '뺨맞은 것'이라면 문 대통령의 사드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 지시는 믿었던 이에게 '뒷통수 맞은 것'으로 비유하는 등 민심 이반의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 성주, 김천 주민들은 이날 오후 국방부 앞으로 이동해 사드발사대 추가배치 규탄 기자회견을 가진 후 귀향했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오후 국방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박근혜 정부 적폐 중의 적폐인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한 것은 광장에 나온 1,700만 국민들의 명령이자 요구였다"며, "적어도 촛불의 힘으로 만들어진 정권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혹시나 했던 기대가 한미정상회담 이후 역시 아니구나라는 것으로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ICBM 발사를 빌미로 철회해야 할 사드를 오히려 추가배치하겠다고 하는 것은 성주, 김천 주민들 뿐만 아니라 사드철회와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우리 국민 모두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드배치는 북핵과 미사일을 방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미국와 일본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게 이제 상식"이라며, "한반도에 백해무익한 불법 사드를 하루빨리 철거시키고 추가 배치 계획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주.김천.원불교와 사드배치저지전국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문 대통령의 사드 4개 발사대 설치 지시로 인해 사드배치 철회 투쟁의 국면이 달라졌다고 판단하고 긴 호흡으로 장기 항전에 대한 대비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재인 필요없다. 물러나라' 분노의 민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마친 대표자들이 기자회견문 등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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