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왕이 아니다” 미 열병식에 맞선 저항…갈라선 미국,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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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강산 기자
- 승인 2025.06.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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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에 615억원 태운 트럼프
미 전역 50개주서 최대규모 동시다발 시위
시위대 진압 위해 해병대 투입한 미 정부...진영 양극화 극심
“우리에겐 왕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하나인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79번째 생일을 맞아 워싱턴 DC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벌인 가운데,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노 킹스 데이(No Kings Day)’ 시위가 그에 맞서는 전국적 저항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
6·25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장비, 탱크와 폭격기, 낙하산 특공대까지 동원된 이날 열병식은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대통령 개인의 과시욕이자 권위주의적 성향의 집대성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열병식에 615억원 태운 트럼프
열병식에는 무려 6,700명의 군 병력과 150여 대의 군용 차량, 항공기 50대가 동원되었고, 행사 비용은 최대 4,500만 달러(약 615억 원)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과거 1기 행정부 때 추진했다가 무산된 열병식을 결국 생일과 겹쳐 강행하며 “적들은 미국 국민을 위협하면 철저히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군을 치켜세웠다.
대통령이 직접 장병 선서식을 주관하고 성조기를 전달받는 장면은 사실상 군을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는 시도로 비쳐지며 논란을 불렀다.

미 전역 50개주서 최대규모 동시다발 시위
이에 미국 내부의 반발도 엄청났다. 이날 미 전역 50개 주에서 열린 ‘노 킹스 데이’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동시다발 시위로, 2,000건이 넘는 시위가 도시와 마을 곳곳에서 벌어졌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반(反) 트럼프 시위는 불과 일주일 만에 뉴욕, 시카고, 시애틀, 미니애폴리스 등으로 확산되었으며, 트럼프의 강경 이민정책과 공공 복지 축소 정책에 분노한 시민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시위대는 “우리에게 왕은 없다”, “대통령은 국민의 봉사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미국 건국 정신의 핵심인 공화주의와 권력 분산 원칙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성조기를 거꾸로 든 채 행진하거나, “훔친 땅에 불법 이민자는 없다”는 피켓을 든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시위대 진압 위해 해병대 투입한 미 정부...진영 양극화 극심
그러나 이 거대한 반대의 물결 또한 미국의 ‘단결’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트럼프의 열병식과 그에 대한 대규모 저항은, 미국이 현재 어떤 정치적 균열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LA를 시작으로 확산된 반이민 정책 반대 시위는 뉴욕, 시카고, 시애틀,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를 가로질렀고, 그 과정에서 체포와 물리적 충돌도 이어졌다.
뉴욕에서는 최소 80명이 구금됐고, 미네소타에서는 시위에 참여하던 주의원이 피격돼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반발에 대해 국가방위군과 해병대 투입이라는 강경 조치로 대응했다.
이는 다시금 저항의 불씨를 키우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양 진영 모두가 물러설 수 없는 ‘정치적 진영전’ 양상을 굳히고 있다.
“우리에겐 왕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하나인가
‘노 킹스’라는 구호는 미국 독립정신의 상징이자 공화주의 원칙의 재확인처럼 들릴 수 있지만, 오늘날의 시위는 단순한 가치 회복을 넘어서 극단화된 진영 논리의 전선으로 기능하고 있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이들은 그를 민주주의 파괴자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은 그를 ‘진짜 미국을 되찾는 리더’로 보는 관점 차는 점점 더 타협 불가능한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
심지어 반트럼프 시위 현장에서도 일부 지지자들이 나타나 대통령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시위자들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도 연출됐다.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서로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듯한 미국인의 정치 인식은 갈수록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실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과연 하나의 공동체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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