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불똥은 한국 경제 어디로 튈 것인가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경제학
2023년 가자지구 전쟁이 개시된 지 3년여,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돌연 멈췄다. 트럼프의 미국이 개입하여 이란 핵시설을 폭격(06.21)하며, 항복을 종용하다 휴전. 약속 대련이란 소문이 무성한데, 이란의 최고지도자 참수 작전 운운하다가 황당하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지하 수십 미터를 파괴한다는 고성능 폭탄 벙커버스터는 휴전용 퍼포먼스였나? 이쯤 되면 세계를 기만한 해프닝에 다름없다.
무슨 일인지 복기가 필요하다. 실제 전쟁은 장기냐 단기냐에 따라서 유불리가 갈린다. 오랜 중동전쟁사를 보면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 적은 없어, 아마도 그대로 진행되었으면 전력의 유불리에 상관없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 유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처럼 늪에 빠져 전력을 소모할 가능성이 크다. 핵폭탄급 위력이라는 벙커버스터의 실체는 뭘까. 군사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보면 벙커버스터 1발 무게는 13.6톤, 가격은 400만 달러쯤, 수십 미터 지하를 파괴한다는 어마무시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발사체 운반의 문제, 지형(특히 산악일 경우)에 따른 오차 발생, 중력 낙하 폭탄의 부정확성 등의 이유로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포르도(핵시설) 폭격의 피해 정도가 잘 확인되지 않는 이유다.
미국 이스라엘의 승산없는 전쟁, 누구 좋으라고 하는 건가
지상전으로 확대되지 않으면 공중전 능력만으로 이란을 항복시킬 수 없다. 지상전 가능성도 사실 높지 않다. 국경을 마주하지 않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거리는 1600km, 인구수는 10배, 영토 면적은 80배, 산악지형, 병력은 60만 명 대 15만 명 4배 차, GDP는 4800억 달러 대 4000억 달러로 엇비슷하며, 중동 주둔 미군 지상병력은 약 4만 명, 즉 정규 지상전은 미군의 참전과 무장력 우위까지 감안해도 단기 승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승산이 모호하다면 장기전, 승산은 현지 사정에 익숙한 이란 쪽으로 기운다. 군사비 부담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무리한 선제 폭격으로 국제 여론 흐름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도대체 이 전쟁은 누구 좋으라고, 뭐 때문에 하는가.
근 100여 년간 남북분단이 해결되지 않고 때만 되면 전쟁 위협 운운하는 한반도 입장에서 보면, 중동전은 남의 일 같지 않다. 이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뭔가. 미치광이 트럼프가 개입하였으니 엉뚱하게 불똥이 튀는 건 아닌가?
우려하던 그 불똥이 튀었다. NATO와 마찬가지로 국방비를 GDP 대비 2.8%(2025년 66조 원)에서 5%(△51조 원, 총 117조 원)로 증액, 미국 돈으로 350억 달러를 더 내놓으란다. 그래서 그걸 내면 한반도 전쟁 위협이 뚝 멈추기라도 하는가. 아니라면 군비를 강화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만에서 중국 혹은 한반도에서 북한을 건드려서 세 번째 전쟁, 즉 신냉전을 신열전으로 바꾸고 싶은가. 중미 갈등이 하루 이틀 거론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군사적 무력 충돌로 치달은 적은 없는데 동북아에서의 전쟁이란 설마 지나친 상상에 지나지 않겠지?
이란 공격으로 노리는 트럼프의 딴 주머니
동북아까지 3개의 전쟁은 없다고 하면, 결국 중동으로 제한된 지역전 확전이다. 그러나 확전은 세계 최대 국가채무 40조 달러를 짊어진 나라, 미국의 능력을 넘어선다. 언제부턴가 미국은 직접 참전을 삼가고 전쟁을 틈타 경제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번에도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고 상대방의 잠정 위협을 각인시킨 후 갹출(방위비 공동분담)하는 방식이다. 전쟁은 돈을 쓰든, 벌든 결국 실익이 누구한테로 들어가느냐의 문제다. 네타냐후는 전쟁 확대로 자기 정권의 수명 연장을 도모하는 전쟁광들의 국수주의를 재건하고, 미국은 핵위협 제거를 명분 삼지만,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은 이라크 침공 사례로 보면 이란 핵시설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위협의 확장, 큰 그림 만들기, 딴 주머니를 노리는 속셈이 보인다.
2024년 미국 국방전략위원회의 미 국방전략검토보고서(NDS), 거기에는 그간 거론되지 않았던 ‘이란’이란 나라 이름이 드디어 등장한다. 즉 중국 러시아 북한과 이란이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단기적 대규모 전쟁 가능성을 지적하며 총력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비책으로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비하는 다중 전역 군사 구조(Multiple Theater Force Construct)를 달성하기 위한 가령 미일 합동사령부를 제안한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시절 한반도 역사상 단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한일 군사협력 또는 한미일 동맹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던 것은 아마도 이런 보고서의 영향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어디서 본 듯한 오래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독일과 일본 군비를 GDP 대비 5%, 각각 2천억 달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올린다는 시나리오. 이건 마치 다중이라는 이름으로 2차대전 동맹국, 전범 독일과 일본의 재무장을 허용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GDP 4800억 달러, 미국의 1/80에 못 미치는 경제 약국, 이란을 끼워서 전범들의 재무장이라니 너무 막 나가는 것 아닌가. 세상은 별일 다 있으니 이 보고서가 이런 시나리오를 한 번쯤 상상한다고 해서 그네들 입장을 뭐라고 하지는 못한다.
그 뒤에 역시 석유자본의 이익이 숨어있는 것 아닌가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작전을 전격 감행할 다른 직접적인 이유가 또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중동 하면 알기 쉽게 떠오르는 경제적 실익을 상징하는 단어는 석유 또는 에너지 아닌가. 석유 값, 그와 연관된 석유자본의 문제라면 앞뒤가 꿰인다. 다음은 양대 전쟁이 발생했던 2022년 이후 최근 6월까지 3년간 석유값 변동 추이다.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양대 전쟁 발발기인 2022년 배럴당 100달러 대로 고공행진하던 석유 값은 2023년-2024년 87달러 전후, 트럼프 집권과 더불어 종전 회담이 거론되는 2025년 들어서는 급락하여 손익분기점 선인 3년 내 최저치 60달러, 이란전쟁으로 확전 후 급반등해서 75달러 선, 전쟁이 장기화되면 다시 100달러 선을 넘는 것은 잠깐이다. 중동전 확전의 배후에 석유 에너지가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또 있을까? 이란의 주요 석유항이 폐쇄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가 급등한다는 것을 이해관계자들이 모를 리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으로 러시아산 가스 수송이 봉쇄되자, 미국산 셰일가스의 대유럽 수출이 사상 최고를 이루었던 것처럼 전쟁은 세계의 시민들을 궁핍하게 하지만 에너지 산업과 그 이해관계자들의 배를 불린다. 석유값이 오르면 2025년 0%대 성장이 예측되는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전 세계 유류의 34%가 운행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당연히 옆 통로 수에즈운하 봉쇄 기간이 연장될 것이고, 해운이 남아프리카로 우회하기 때문에 물류 기간이 더 길어지고 유럽행 해상수송비가 폭등하면, 수출입 물동량이 큰 산업이 포진한 한국은 또다시 어려움을 겪는다. 벌써부터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가 150% 인상이니 하는 판에 유일한 해운동맹 국적선사인 HMM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반대 급부의 소식도 들리지만, 선사를 마냥 증선할 수 없는 것은 이번처럼 불확실성 발생시 과잉선박 유휴화 부담이 걱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휴전과 석유값 하강이 연계된다. 어찌 된 일인가.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석유값 최저선을 넘겨 아쉬운 대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선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해석해야 하지 싶다. 이 정도면 급휴전은 막대한 전쟁 비용 회피용으로 사전 기획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국방비는 연 465억 달러(2024년), GDP의 10% 수준으로 상승하였으며, 방어돔 유지비 하루 5억 달러(7천억 원)~10억 달러(1조 8천억 원), 요격용 미사일 1발 당 350만 달러로 보도된 바, 대 이란 확전시 GDP 대비 15~20% 전비 상승을 버틸 만큼 이스라엘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3년 전쟁만에 탄약이 바닥이라는 소문처럼 궁지에 몰렸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방비는 연 9055억 달러, 코앞의 1조 달러를 넘어서면 사상 최대치 GDP대비 4% 선, 연 이자만 500억 달러,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편 이란의 유명한 자폭 드론은 탄도미사일의 1/1000, 대략 1발당 2천∼3천 달러, 비교할 필요조차 없이 저렴하다. 이 정도 차이라면 장기전시 어느 쪽에 승산있을 지는 겪지 않아도 계산이 선다. 물론 이란이라고 지구전, 확전이 좋을 리 없다. 그래서 배꼽을 맞춘 휴전이고 종전을 위한 약속 대련이다. 대신에 휴전과 함께 증권 수치는 오르고 이 모든 사전 금융정보를 좌우하는 정책 결정은 마이다스의 손 트럼프에 달려있다.
트럼프도 돈 벌고 미국 무기 생산업자들도 끼어들고
트럼프는 공공연하게 자신의 금융투자 소식을 전하는 바, 최근 몇 개월간 21억 달러(2조7천 억원 가량)를 벌어들였단다. 4월 급등락은 관세 도발과 유예 번복, 6월 이란공습 도발과 돌연 휴전, 그 급등락의 금융정보가 한 사람에게 쏠려있다면 이걸 투자라고 해야 하나, 투기의혹이라고 해야 하나. 세계가 한 사람의 장사꾼에 의해 농락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좋은 소리 못하고 나쁜 소식만 열거하니 답답하다. 남의 나라 전쟁이니 탈출구가 잘 눈에 띌 리가 없다. 그나마 몇 수십년 전의 베트남 또는 이라크 참전, 얼마 전의 윤석열 정부 때 말 많던 우크라이나 군수지원 같은 소리가 또 나올까 걱정이다. 그 베트남과 지금은 동남아시아 최고 수준의 교역 관계여서 까맣게 잊혀진 듯 하지만, 참전의 아픔은 아직도 50년째 양국 모두에게 부담으로 남아 많은 사람을 숙연하게 한다.
트럼프의 전쟁 발빼기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불씨가 완전 사그라든 것으로 볼 수 없다. 돌연 공습재개 소식도 낯설지 않아 당분간 유가가 최저선 이상에서 유지된다면 석유상들의 급한 불은 해소된 것으로 본다. 다만 약속 대련, 전쟁 소강 후, 진영의 분리는 더 분명해질 것이다. 미국-이란 관계는 당분간 소원할 것이며, 핵시설 폭격을 공식화한 사정상 미국은 으름장을 놓을지언정 공개적인 대 이란 추가 핵사찰을 공언하기 어렵고, 이란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핵개발을 고민할 것이다. 대대적 충돌의 위험은 수면 밑으로 잠시 내려갔을 뿐이다. 불씨가 살아있는 한 양대 전쟁이 질러놓은 불, NATO 일본 한국 등에 대한 GDP 대비 5% 방위비 상향 공언은 유효하다. 비용 분담의 수용 여부를 떠나서 얼마라도 인용된다면, 그 상당 부분은 전력 현대화의 핵심 공중전 병기, 전투기와 미사일 방어체계, 결국 동맹국 주요 공군전력의 공통점으로서 미국산으로 설계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선택은 불가하다.
NATO 수렁에서 발 뺀 새 정부 선택은 아주 잘한 것
1차 대전 당시 독일 무기상 헤링겐은 ‘유사시 필요 무기 생산 능력을 유지하려면 평화시에 무기상들에게 수출의 자유와 철저한 장사꾼이 되도록 두어야 하고 청렴윤리를 강요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진술한 일화로 유명하다. 록히드나 보잉은 좋겠다. 그들은 양심도 필요 없고 돈을 벌 수 있다면 로비와 향응은 물론 전쟁시 얼마가 죽든 개의치 않는다. 2025년 5월 현재 미국의 제1 수출품목은 항공기 및 부품, 464억 달러, 2024년 대비 6.5% 증가, 관세전쟁 속에서도 사상 최대치다. 소름이 돋는다.
이란의 운명을 걱정하기엔 확실한 전쟁 정보가 너무 적다. 그러나 전쟁 수습과정에서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 이외 국가, 가령 중국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등 직간접적으로 이란을 지지한 세칭 BRICs국가들과 교역 확대를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석유 에너지 및 자원 강국이고, 미국을 포함한 NATO, 혹은 G7국이 아니더라도 막대한 석유에너지를 교역할 다수의 우호세력을 확보한 거나 마찬가지여서 복구는 급속하고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한때 에너지와 자연자원, 공산품 등에서 밀접한 교역관계를 형성했고 축구로도 가까웠던 이란과 우리의 관계는 어쩔 것인가. 실용주의 칭호를 두른 새 정부는 향후 중동정세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갖출지 매우 궁금한데, NATO 회의 불참 소식이 들린다. 곤란한 시점에서 트럼프가 NATO에 오면 무슨 소리 할지 뻔한데, 회원국도 아닌 옵저버로서 이 수렁에 한발 담그면 물귀신을 걱정해야 한다. 발을 뺀 건 적절한 선택이다. 기죽지 말자,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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