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정권교체 넘어...' 외신이 한국선거에 특히 주목한 지점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극우 정치 확산 시대에 시민이 평화적 민주주의 복원

25.06.05 16:18최종 업데이트 25.06.05 16:18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중학교 1층 체육관에 마련된 월영동 제4·5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연합뉴스

6월 3일 치러진 21대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제도와 시민이 함께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경험은 민주주의가 단지 보존해야 할 가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을 갖춘 체제임을 보여준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른 지금, 한국은 그 위기를 돌파하고 다른 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아니라 작동 가능성과 확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국의 사례는 위기의 시대에 제도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적 상상력의 지평을 넓혔다. 이번 대선은 국제 정치사적 전환점이라 불릴 만큼 중대한 사건으로 특히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민주주의를 구현해 내는 방법론이라는 두 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민주주의 복원 가능성 보여준 한국

전 세계는 지금 극우 정치의 확산이라는 거센 조류에 직면해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반발이나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제도 내부로 스며들어 민주주의의 기반을 서서히 잠식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정학적 불안정, 경제적 양극화, 그리고 사회적 정체성의 균열이 맞물려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가 스스로의 원칙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난제가 형성되어 있는 듯 보였다.

서구 세계에서는 극우 정당이 점점 더 제도권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조르자 멜로니 내각 출범 이후 극우 담론이 국가 운영의 기본 노선이 되었고, 미국은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소환될 정도로 기존 정치가 붕괴했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연합(RN)이 사실상 양당 구도를 형성하며 차기 집권 가능성을 높이고 있고, 독일의 독일대안당(AfD)은 여론조사에서 안정적인 2위를 기록하며 주정부 의회에 진출해 연립 정부 참여 논의까지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이처럼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극우 정치가 점차 체계화되어 제도권을 장악해 가는 흐름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세계 정치의 새로운 상수처럼 자리 잡았고, 한국 또한 그 격류에서 자유롭지 않은 듯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는 그 흐름의 정점을 찍었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이 사건은 극우 권위주의가 어디까지 민주주의를 유린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하지만 한국은 그 절망의 정점에서 6개월 만에 기적의 반전을 만들어냈다.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시대에, 한국 유권자들은 전 세계를 휩쓸던 극우의 흐름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

6월 3일 대선에서 시민들은 투표라는 가장 평화적이고 제도적인 방식으로 극우 권위주의의 퇴장을 명령했다. 이 선택은 단지 국내 정치의 전환점에 그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는 위기 속에서 스스로 복원력을 가진 체제라는 것을 입증해 준 사건이었다.

영국의 권위 있는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6월 4일 자 보도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승리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극우적 통치 시도에 대한 국민의 명확한 거부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4일 자 보도에서 "정치적 반대파를 공산주의자로 모는 극우주의 전략은 실패했다. 그 실패는 폭력이 아닌 헌법과 선거라는 민주적 도구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보도하며, 이 선거가 극우 전략의 한계를 보여줬음을 강조했다.

한국의 이번 선택은 전 세계 민주주의가 직면한 퇴행의 흐름을 거슬러,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낸 분기점이었다. 시민의 힘으로 극우 권위주의를 제압한 이 사건은, 민주주의가 위기 속에서도 작동하고 복원될 수 있음을 세계에 증명한 결정적 사례가 되었다.

평화적, 법적, 민주적 복원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방송 시청 무대에서 이재명 후보의 제21대 대통령 당선당선확실 소식이 전해지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희훈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은 한국 사회를 헌정질서 붕괴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위기는 극단으로 치닫지 않았다. 군과 시민이 마주한 긴박한 대치 상황에서도 무력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고 시민들은 분노를 질서로 전환시켰다. 이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공동체를 해치지 않겠다는 상호 절제와 존중의 결과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법과 제도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법을 무력화하려 할 때 시민은 법을 저항의 수단으로 삼았고,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며 헌정질서를 제 궤도로 돌려놓았다.

친위 쿠데타 시도부터 시작해 조기 대선까지의 전 과정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헌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악몽 같은 시간들을 견디며 평화적 절차를 고집한 한국 유권자들은 결국 민주주의가 제도적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실증해 보였다.

이 과정에서 시민은 단지 감시자가 아니라 정치의 중심 주체로 기능했다. 정부와 여당, 언론이 마비된 상태에서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고 대응에 나선 것은 시민사회였으며, 그 판단과 행동이 제도를 다시 작동하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정치적 복원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민이 권력을 회수하고 민주주의를 재구성한 실질적 분기점이었다. 단순히 정권이 교체된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에 대해 실천적 해답을 제시한 계기였다.

AP통신은 4일 보도에서 "지난 반년간 사회적 분열이 더욱 심화됐지만, 동시에 혼돈 속에서도 한국 민주주의가 지닌 근본적인 강인함이 드러났다"며 "화요일의 투표와 수요일의 취임식은 보다 정상적인 민주주의로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위기 자체가 한국의 헌정 질서가 지닌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대선 #민주주의 #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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