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께 드리는 한 종교학자의 세 가지 제언
김근수 갈릴래아 편지
윤석열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 대통령은 G7회의에 참석해 한국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났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선거 결과를 보면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 40% 넘는 국민이 자신에게 총칼을 겨눈 내란 세력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그뿐 아니다. 예수를 믿고 따른다는 사람 중에 내란 세력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리스도교와 신약성서를 주로 연구하는 나는 이 충격적인 현실 앞에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물 맛 모르는 국자’처럼 예수 믿는 사람들
예수를 믿고 따른다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내란 세력을 지지한 사람들은 예수가 누구인지 정말 몰랐을까. 그들은 예수를 이용하고 팔아먹고 싶었을 뿐, 예수를 제대로 따르기 싫었던 것일까. 그들이 다니는 종교 단체에서 잘못된 교육을 받고 나쁜 설교를 들었기 때문일까. 내란 세력에게 투표하라고 선동한 종교인들이 무식해서 그랬을까, 사악해서 그랬을까.
예수 믿는다는 사람 중에 내란 세력에게 투표한 사람들을 무엇에 비유할까. 예수를 잘못 가르치고 잘못 믿는 사람들을 무엇에 비유할까. 불교 법구경 우암품에 나오는 말씀을 인용하고 싶다. ‘어리석은 사람은 일생 동안 지혜로운 이를 섬긴다 할지라도, 결코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국자가 국물 맛을 모르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이 극우파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말 좋은 사람이면 어떡하지? 이재명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알아왔던 내 신념이 무너지면 어떡하지?” 그 사람은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된 생각이 무너지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그런 개인적인 소회를 탄식만 할 수는 없다. 걱정은 또 있다.
나라 무너져도 잘못된 제 신념만 고집하려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기대에 걸맞게 올바른 정치를 했다고 치자. 그러면 이번에 내란 세력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마음을 고치고 생각을 바꾸어 5년 후 대통령선거, 아니 내년 지방선거에서, 3년 후 총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계승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할까? 그중 일부는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슬프게도 내 예상은 다르다.
잘못된 교육과 환경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서 그렇든, 사악한 신념과 이기주의를 고집해서 그렇든, 그들 대부분은 이유를 가리지 않고, 내란 세력을 계승하는 후보에게 또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치를 한다 해도, 이번 대선에서 내란 세력에게 투표한 예수 믿는 많은 사람들은 다음 대선에서도 내란 세력을 계승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개월 간의 내란 국면에서, 아니 지난 3년여 동안 우리가 그토록 처절하게 싸워왔어도,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내란 세력을 간신히 이겼다. 다음 대선에서도 승리하려면, 민주 시민들은 또다시 치열하게 싸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도, 승리는 낙관할 수 없다. 그렇게 분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불의한 세력에게 끈질기게 저항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결코 지킬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재명 정부가 제대로 개혁하고 올바른 길을 걷도록 격려하고 감시해야 한다. 무조건 지지만 해도 안 되고, 감시만 해도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 맘대로 해”라고 말하면 안 된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를 이재명 정부와 함께 하자고 선의의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이재명 정부 실패하면 윤석열 몇 배 더 사악한 자 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인 군자 소리 들으려 애쓰지 말아야 한다. 이미지 관리하다가 개혁을 놓치는 수가 있다. 내란 세력을 철저하게 청산하고 민생을 회복함으로써 정권 재창출에 성공해야 한다. 만일 이재명 정부가 실패한다면, 국민들은 엄청난 절망에 빠지고 말 것이고, 윤석열 정권보다 몇 배 더 사악한 정권이 날뛰는 시대를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종교는 어떻게든 정치를 이용하려 노린다는 사실을 이재명 대통령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종교에는 자체 정화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현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거의 유일한 치외법권 영역이 종교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종교가 국민 개인과 국민 전체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최대 세력이 극우파 종교 세력이라는 사실을 이재명 대통령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 관찰에, 예수를 제대로 아는 분이고, 예수를 충실히 따르려고 애써온 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바라는 억강부약 대동세상은 하느님 생각과 연결되고 하느님 나라와 이어진다. 성남시 주민교회 지하실에서 다짐했던 기도의 마음을 이재명 대통령은 언제나 지닐 것이다.
“백성 억압하는 자들 쳐부수고, 약한 자들 권리 세워주소서”
이 짧은 칼럼에서 복잡하고 민감한 종교 주제를 자세히 논할 수는 없다. 세 가지만 우선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은 개신교의 조찬 기도회에 가지 말라. 둘째, 전광훈 목사, 대형 교회 목사들, 극우파 종교인들의 비리와 범법 행위를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하라. 셋째, SNS에 돌아다니는 가짜 뉴스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크게 물리거나 사법 처리하고, 그들을 고발하는 사람들을 크게 포상하라.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만 척결해도, 이 나라 종교계는 훨씬 깨끗해질 것이다.
“백성을 억압하는 자들을 쳐부수고, 약한 자들의 권리를 세워주며, 빈민들을 구하게 하소서.” (시편 72,4)
“가난한 사람을 억누름은 그를 지으신 이를 모욕함이요, 없는 사람 동정함은 그를 지으신 이를 높임이다.” (잠언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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