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06.23.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윤석열 정부 때 임명돼 현재까지 남아있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농민단체와 진보정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송 장관이 윤석열 정부 당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인물인 만큼 비판이 거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해 11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중 유일하게 유임된 장관은 송 장관이다.
충남 논산 출신의 송 장관은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위원, 농업관측센터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하고, 윤석열 정부 때인 20223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돼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이날 처음으로 부처 장관 인사가 발표됐는데, 송 장관은 이례적으로 교체되지 않고 유임된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송 장관은 유임이 결정됐다"며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대통령실이 최근 실시한 국민추천제를 통해 추천된 인사들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장관직 유임 발표에 대한 소감을 묻자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라면서도 "분골쇄신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송 장관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에 부합하느냐를 두고는 논란이 일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해 5월 당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인물이다. 모두 농민들의 숙원이었던 개혁 법안들이다. 그럼에도 송 장관은 두 법안을 모두 반대하면서, 특히 농안법에 대해 "농업 미래를 망치는 법, 농망법"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실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에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한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소집한 국무회의 참석자이기도 하다. 이른바 '내란 국무회의' 참석자인 것이다. 송 장관은 이 일로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에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5.06.23. ⓒ뉴시스
그런 송 장관이 유임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전봉준투쟁단을 꾸리고 이른바 '남태령 트랙터 시위'를 벌였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즉각 논평을 내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하면서 유임 철회를 촉구했다.
전농은 "송 장관은 윤석열의 농업파괴·농민말살 정책을 주도한 '농망장관'이자, 12.3 내란사태를 방조한 '내란장관'"이라며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시대 농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농업민생 4법의 거부권을 건의한 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과 함께 탄핵됐어야 마땅한 자가 오히려 유임된 것"이라며 "이는 곧 내란농정의 연장"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당 정혜경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송미령은 윤석열 정부시절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에 대해 ‘농망 4법'이라며 거부권 을 요청한 장본인이자, 12·3 불법계엄 당시 국무회의에도 참석하여 정족수를 채워주고, 내란을 방조한 내란동조범"이라며 "윤석열 정부 임기 끝까지 위헌적 농지규제 완화로 농업파괴를 선도한 '농업파괴부 장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송미령은 내란내각의 구성원으로 내란특검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제 아무리 ‘실용주의 인사’라 하더라도 내란세력과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가 식량주권 실현, 농민생존권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 싶다면, 송미령 장관 유임 결정부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가지회견을 열고 "'남태령' 농민들과 '응원봉' 국민이 내란세력을 몰아낸 나라에서 다시 내란세력을 심는 격"이라며 "'농망장관' 송미령 유임, 절대 용납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송 장관 유임에 항의하며 이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퇴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송 장관이 새 정부의 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에 동의한 걸로 안다"며 "과거에 어떤 활동과 결정을 했든 간에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저희가 중점적으로 두고 있었던 지점은 윤석열 정부에서 일했다고 하더라도 계엄이나 내란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적이 없고, 본인의 소신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이재명 정부의 가치와 지향에 동의해서 열심히 활동할 분이라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쓰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송 장관의 유임은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한편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1억원 불법 증여'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후보자가) '아이들에게 용돈 차원에서 준 것이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불법증여했으면 '죄송합니다' 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고 반성하면 될 일이지, 어떻게 1억원을 용돈으로 줬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고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정부 청문회를 거쳐서 온 후보자에 대해서 더 강화해서 별도로 보는 절차를 가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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