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란 핵무기 개발'이 전쟁 원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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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석 기자
- 승인 2025.06.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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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개발과 핵무기 보유는 다르다
정권 제거, 체제 붕괴가 진짜 목적
이란이 무너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핵무기 개발 저지’라는 익숙한 명분을 앞세웠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이는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말은 언뜻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주장의 진위를 따져보면, 핵무기는 허울일 뿐이고 실제 목표는 이란 체제의 전복, 곧 레짐체인지(regime change)에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핵 개발과 핵무기 보유는 다르다
이란은 우라늄을 농축하고 고속 원심분리기를 개발해 왔지만, 이는 ‘핵에너지 자립’을 위한 것이지, ‘핵무기 보유’와는 명백히 다르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역시 “이란은 현재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은 핵 확산 금지를 종교적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2015년 체결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따라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며 군사적 정당성을 쌓아 왔다.
결국 이들은 핵무기 개발이라는 ‘가상의 위협’을 현실처럼 둔갑시켜, 국제사회와 자국민을 설득하고자 한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말처럼 “핵무기 위협”이 실재한다면, 왜 미국 정보기관은 그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가?
'정권 제거', ‘체제 붕괴’가 진짜 목적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핵개발 저지가 아니다. 이란이라는 국가 자체를, 그것도 현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이 점은 이란의 정치 분석가 마란디가 지적한 바와 같다. 그는 “서방은 언제나 이란의 독립적 체제를 제거하고 싶어했다”며, “핵무기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이란을 반미정권의 핵심, 팔레스타인 저항의 후원자, 중러와 연계된 다극체제의 축으로 간주해 왔다.
시리아 분석가 탈레브 이브라힘은 더 노골적이다. 그는 “이란이 무너지면 러시아는 남진 경로를 잃고, 중국은 중동 접근 통로를 잃는다”고 분석한다. 이란 체제가 서방의 통제 하에 들어가면,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장악하고, 세계 에너지 흐름을 다시 미국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세계 질서의 재편 시도다.
'핵의혹' 뒤에 숨은 미국의 세계질서 재편시도
미국은 대리전(proxy war) 중심의 전략을 강화해 왔다. 특히 자국 병력 투입을 최소화하고,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일본 등 동맹국들을 통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겉으로는 “전쟁은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번 군사작전을 미국과 조율하지 않았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미 수백 기의 미국산 미사일과 무인항공기를 이란 전역에 퍼부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란 핵시설이 아닌 군사 지휘부, 민간 통신기지, 주요 도시 인근 전략지점을 공격했다. 이는 ‘핵시설 제거’가 아니라 ‘전면 마비와 체제 붕괴’를 노린 폭격임을 보여준다.
‘핵무기’라는 낡은 명분 뒤에 숨은 진실을 보지 못하면, 미국 유일 패권에 의한 침략 전쟁과 파괴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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