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2025.8.23 ⓒ 연합뉴스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오후 정상회담 후 발표한 합의내용을 간략히 풀이한 결과다.
양 정상은 이날 약 2시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 수소·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 ▲ 저출산·고령화·재난안전 등 공통과제 공동대응 협의체 구성 ▲ 워킹홀리데이 확충 ▲ 대북대응 공조 및 한미일 협력 강화 등을 합의했다. 또한 이를 문서화 된 합의문으로 발표했다. 한일 정상이 회담 결과 및 합의를 이처럼 문서로 발표한 것은 17년 만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한일 정부의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한 강제동원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부분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이 함께 요청했던,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심으로 하는" 사과도 없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담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앞서 이시바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과거보다 진일보한 과거사 관련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과는 다른, 다소 아쉬운 결과다.
참고로 이 대통령은 이날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은 충분히 시간을 두고 숙고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협력해 가는 것이 (한일) 양국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일본과 한국의 정치권이 할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과 일본, 서로 유익한 방향으로 협력할 최적의 파트너"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일본을 "평화·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동반자",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유익한 방향으로 협력할 최적의 파트너"라 표현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존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여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실천하고 양국이 미래지향적 상생협력의 길을 함께 열어 나가고자 하는 신념 위에 오늘 일본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서 저와 이시바 총리는 한일 관계 발전 방향과 주요 실질 협력 방안,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주요 글로벌 현안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면서 구체적인 합의 사안들을 설명했다.
먼저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수소,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협력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사회 분야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 재난안전 등 양국이 직면한 공통 과제에 공동대응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양국의 정책경험을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당국 간 협의체 출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청년층의 인적교류를 더 늘리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참여 회수를 지금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8.23 ⓒ 연합뉴스
중국-대만 문제 거론한 이시바, 이 대통령은 공개 언급 안해
앞서 이시바 총리는 안보 분야와 관련해 "저는 힘 또한 위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도 밝혔다"며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 문제'도 거론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추후 배포된 공동언론발표문에도 이 문제는 직접 거론되진 않았다. 다만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역내 전략 환경 변화와 최근 새로운 경제·통상 질서 하에서 양국 간에 전략적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진정한 신뢰를 쌓아가는 새로운 여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저와 이시바 총리는 오는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일본이 의장국인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오늘 정상회담을 통해 (저와) 이시바 총리 간 유대와 신뢰가 강하게 형선된 것처럼 양국 간, 양국 국민 간 진정한 신뢰를 쌓아가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정상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8.23 ⓒ 연합뉴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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