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잘 돼 6월 경상수지 흑자 역대 최대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와 배당수지 흑자 등에 힘입어 지난 6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가장 많은 약 143억 달러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장 중요한 상품수지 흑자 규모도 역대 3위에 오를만큼 선방했다. 배당소득수지는 흑자를 보인 반면 여행 등 서비스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배당수지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하며 하반기 경상수지가 양호할 것으로 예측했다.
6월 경상수지 사상 최대인 142억 7000만 달러 흑자 기록
한은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142억 7000만 달러(약 19조 77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직전 5월(101억 4000만 달러)이나 지난해 6월(131억 달러)보다 많은 역대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긴 26개월 연속 흑자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493억 7000만 달러 흑자를 시현했다. 이는 한은이 5월에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을 크게 넘는 수치다. 당시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820억 달러로 제시하면서 상·하반기 각각 378억 달러와 441억 달러를 예상했다. 또한 올해 들어 6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493억 7000만 달러)도 지난해 같은 기간(401억 6000만 달러)보다 약 92억 달러가 더 많다. 상반기 기준으로 치면 올 상반기 누적 흑자액은 역대 3위 흑자 기록이다.
상품수지 흑자도 역대 세 번째로 많아
항목별로는 6월 상품수지 흑자(131억 6000만 달러)가 지난달(106억 6000만 달러)과 비교해 25억 달러 불었다. 이는 2017년 9월(145억 2000만 달러), 2016년 3월(133억 2000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상품 수지는 제조업으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게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수출(603억 7000만 달러)은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품목의 호조가 이어진 데다, 의약품 등 비(非)IT 품목의 수출도 늘면서 전년 동월보다 2.3% 증가했다. 특히 통관 기준으로 컴퓨터 주변기기(13.6%)·반도체(11.3%)·의약품(51.8%) 등의 증가율이 높았다. 반대로 승용차(-0.3%)·석유제품(-0.9%)·철강제품(-2.8%) 등은 줄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반도체 수출 호조의 배경과 관련해 "미국 관세 부과에 앞서 선(先)수요 효과도 있었고, DDR5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사양 반도체의 수요도 견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EU(14.7%)·동남아(6.0%)에서 호조를 보인 반면 미국(-0.5%)·중국(-2.7%)에서 고전했다.
수입(472억 1000만 달러)도 3개월 만에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반도체제조장비(38.8%)·반도체(22.7%) 등 자본재가 14.8%, 직접소비재(10.9%)·승용차(7.3%) 등 소비재가 7.6% 각각 불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석유제품(-33.1%)·석탄(-25.9%)·원유(-15.2%) 등 원자재 수입은 6.4% 줄었다.
배당소득수지 34억 4000만 달러 흑자, 서비스수지는 25억 3000만달러 적자
한편 서비스수지는 25억 3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가 지난달(-22억 8000만 달러)이나 지난해 같은 달(-16억 4000만 달러)과 비교해 더 커졌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여행수지(-10억 1000만 달러)는 입국자 수가 줄면서 적자가 5월(-9억 5000만 달러)보다 늘었다.
반면 본원소득수지(41억 6000만 달러)는 5월(21억 5000만 달러)의 약 2배로 불었다. 배당수입 증가로 배당소득수지가 15억 9000만 달러에서 34억 4000만 달러로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6월 중 172억 9000만 달러 불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9억 2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7억 4000만 달러 각각 늘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98억 4000만 달러 증가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 역시 채권 위주로 54억 1000만 달러 늘었다.
한은, 하반기 경상수지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
반기 경상수지 전망도 양호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세 지속과 배당소득 증가가 한은 예측의 주된 근거다. 신 국장은 경상수지 전망 관련 질문에 "7월 통관 무역수지가 7월 기준으로 최대 흑자였기 때문에 7월 경상수지도 6월보다는 줄더라도 계속 상당 폭 흑자를 이어갈 것 같다"며 "하반기 미국 관세 정책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반도체 수출과 배당소득 호조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도 경상수지는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앞으로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미국의 품목관세가 결정되더라도, 일단 한·미 무역합의를 통해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를 받는만큼 우리나라만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관련 제품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반도체 경기 확장기도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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