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독이 퍼져"...이태원 참사 악플과 직접 맞선 두 사람의 운명
[이태원 참사 악플 6만 개 분석①] 159번째 희생자 이재현군과 또다른 유가족 A씨의 상처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인 이재현군, 이씨가 세상을 떠난 날은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이 아니라 40여 일이 지난 2022년 12월 12일이다.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이군은 그러나,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을 하늘로 보내야 했다. 친구를 잃은 슬픔에 젖은 이군을 더욱 괴롭게 만든 것은 '악성댓글'이었다.
159번째 희생자 이재현.... '그알' 유튜브 영상에 그가 단 댓글
'마약을 했다', '연예인 보러 갔다' 등 온갖 허위정보로 희생자를 모욕하는 악성댓글, 보다 못한 이재현군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영상(https://zrr.kr/T0ZVIH)에 '참사 생존자'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그는 이 댓글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두 명의 사람과 함께 추억을 쌓으려고 이태원을 갔지만 결과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 두 명을 잃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군의 진심 어린 댓글 역시 '악성댓글'의 표적이 됐다. 이군이 쓴 댓글에 "친구 관리 잘 하세요", "피해자 ㄴㄴ 그냥 놀다가 다친 사람", "유명인 본다고 멍청하게 비집고 들어갔고", "경찰서장탓 정부탓 하기 전에 개념부터 심는 게 시급할 듯" 등의 악성댓글이 붙었다. 이군은 악성댓글 게시자를 향해 다시 댓글을 달았다. 슬픔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글이었다.
"진짜 이태원 참사 피해자 탓하는 니 개념부터 다시 심는 게 우선인 것 같은데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많이 돌아가셨는데 저따위로 말을 하냐 진짜..."
이군의 모친인 송해진씨는 재현군을 떠나보낸 뒤 해당 댓글들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했다. 송씨는 재현군이 악성댓글과 관련해 했던 말들을 똑똑하게 기억한다.
"저녁에 식탁에 같이 앉게 됐는데, (이재현군이)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온라인상에서) 친구들 욕을 한다고 그러면서 막 우는 거예요. 막 울면서 '친구들 보고 싶다, 죽고 싶다', 그 얘기를 했었어요.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애가 우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이군의 휴대전화에는 SBS 유튜브 영상 외에도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들을 찾아본 기록들이 남아있다. '45명의 증언, 300여 개의 제보 영상이 말하는 그날의 진실'을 비롯해, '"사람 무게 이기지 못해 사망"...'복부 팽창' 이유는?'(YTN)(https://zrr.kr/ffC0Cq), '이태원 참사, 사망자 1명 늘어 총 158명…10명 입원 중'(SBS)(https://zrr.kr/llEGXa), '사고 위험 직감했나…이태원 참사 인파 속 벽 기어오른 외국인'(SBS)(https://zrr.kr/gJan1G) 등이다. 해당 영상들에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악성댓글'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는 이군이 확인했던 영상을 이태원 참사 악성댓글을 골라내는 딥러닝 모델을 통해 분석해본 결과(자세한 내용 아래 상자 기사 참고) '45명의 증언'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19.9%(5448개 중 1089개)였다. '"사람 무게 이기지 못해 사망"...'복부 팽창' 이유는?'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41.2%(515개 중 212개), '이태원 참사, 사망자 1명 늘어 총 158명…10명 입원 중'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40.7%(423개 중 172개), '사고 위험 직감했나…이태원 참사 인파 속 벽 기어오른 외국인'도 40.7%(423개 중 172개)로 나타났다.
해당 영상을 본 이재현군 역시, 이런 악성댓글들을 마주하면서 심리적으로 변화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군의 모친 송씨는 온라인에 익숙했던 아들이 '악성댓글'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기성세대보다 충격이 더했을 거란 얘기였다.
"아들이 이전과는 달라졌거든요. 스스럼없이 저랑 대화하던 재현이가 말을 안 하는 거예요. 참사를 바라보는 분위기. 그 분위기를 파악하는 제일 첫 번째는 온라인상의 글들이니까, 얘한테는 (온라인) 사회라는 게 하나의 큰 사회잖아요. 중요했을 거라고 봐요, 재현이한테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네이버 등 포털에 직접 악성 댓글 삭제 요청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족인 A씨 참사 직후부터 쏟아진 악성 댓글을 막고자 노력했던 인물이다. 나의 가족, 그리고 다른 유가족들이 악성댓글로 힘들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댓글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악성댓글이 많은 기사들을 캡쳐했고, 네이버 등 포털에 직접 댓글창 삭제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기사를 쓴 담당 기자에게 개별적으로 댓글창을 닫아달라 요청하는 메일도 보냈다. 참사가 난 뒤 3개월 동안 그는 직접 '악성댓글'과 마주하며 지냈다.
"가짜 뉴스 같은 거 있잖아요. 간첩이네 북한에서 왔네 등등의 내용도 일일이 신고를 누르거나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런 것들 보면은 일일이 댓글을 보고 닫아달라고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이게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기사 댓글창을 닫아달라고 해도 이걸 수용하지 않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때는 그냥 하루 종일 멍하니 있거나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유가족 당사자인 그가 댓글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받는 정신적 충격은 상당했다. 온갖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들, 유가족과 희생자에 대한 인신모욕성, 성희롱성 글들을 직접 본 기억은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는 사람이 두려워졌다.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혹시나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가짜 뉴스도 많다 보니까 (사람들이) 저희를 어떻게 볼지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무서워졌어요. 사무실 같은 공간에 가면 숨이 잘 안 쉬어졌어요. 화장실이나 복도에 나가서 숨을 쉬고 다시 돌아오곤 했어요. 익명의 악성 댓글이 정말 무서웠어요. 애써서 잊으려고 하는데 그동안 봐온 게 너무 많으니까 여전히, 지금도 생각이 나요."
악성댓글에 맞서다가 악성댓글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 된 A씨는 "온몸에 독이 퍼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2차 가해를 예방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그는 당시 악성댓글과 맞섰던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더 많은 악성댓글이 활개를 쳤을 것이고, 그만큼 많은 유족들이 다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가 좀 유난히 댓글들을 많이 접했어요. 악성댓글을 보면서 독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들었요. 다른 참사 유가족 분들도 똑같았을 거예요. 2차 가해를 예방하는게 그래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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