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트럼프가 들이밀 6대 청구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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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준 기자
 - 승인 2025.08.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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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지, 아니면 자주적 목소리를 낼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윤석열 정부가 보여온 ‘추종 외교’와는 다른 길을 이재명 정부가 보여줄 수 있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 ‘5대 청구서’에 대해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① 동맹 현대화, 주한미군 역할 재편
첫 번째 청구서는 ‘동맹 현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주한미군의 규모와 성격을 재검토하고, 한국군을 대중국 전쟁에 더 깊숙이 참여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역외 진출뿐 아니라 한국의 역할과 부담 확대까지 포함한다. 사실상 대중국 전쟁에서 주한미군의 참전과 한국의 개입을 염두에 둔 구상이다.
지난 8일 제너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동맹을 현대화하면 미국군이 다른 역할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 예시로 지난 4월 주한미군 패트리 미사일이 중동으로 전개된 것을 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이 한국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한국군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분쟁에 간접적으로라도 개입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익중심' 외교는커녕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굴종외교를 의미한다. 더군다나 주한미군의 참전은 평택, 군산 등 주한미군 기지가 중국의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② 국방예산, 증액 요구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두 번째 청구서는 국방예산 증액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미 합의 초안을 입수해 미국이 한국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피트 헤그셋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국방비를 늘릴 것을 요구했다. 한국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8%로 62조 원이다. 국방비가 두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 14일 “모든 아시아 동맹국은 집단방어의 부담을 질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국방 지출 면에서 계속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국방비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국방비 증액 요구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 전략을 미국의 요구에 맞추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국방비를 맞추는 순간, 한국은 안보 전략을 스스로 설계하기보다 미국이 그려놓은 틀에 맞춰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이는 곧 한국의 안보가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한국이 미국을 위한 '전시 국가'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③ 방위비 분담금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때도 “한국은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앞세워 사상 최대 규모의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이번에도 그 연장선에서, 한국을 겨냥한 일방적 ‘청구서’가 예고되고 있다.
이번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와 연계해 분담금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8일, 트럼프는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대한민국은 충분히 부유하고 역량 있는 국가로서, 자신들의 군사 안보를 위한 비용을 더 책임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후보 시절에도 “우리가 다시 집권하면 한국은 우리에게 연간 100억 달러까지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④ 한일 관계, 삼각동맹 압박
트럼프 대통령이 내밀 네 번째 청구서는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삼각동맹 가속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동북아 안보의 핵심은 한미일 협력‘이라는 기조를 강조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곧바로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배경에도 이런 압력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미 관계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전진 기지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한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면 미국의 군사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의 전환이라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미일 동맹의 본질은 미국의 군사 전략에 한국을 종속시키는 구조다. 이는 곧 한반도를 미·중, 미·러 갈등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이 자주적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한반도 평화는 뒷전으로 밀리고 전쟁이 가속화될 수 있다.
⑤ 관세 협상, 도장 찍을까?
이번 정상회담의 민감한 의제 중 하나는 단연 관세 협상이다. 기본 합의안을 도출하며 일단은 진전을 본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 내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초 합의안'일 뿐, 세부 조항은 여전히 협상 테이블 위에 남아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라는 압박 카드를 여전히 쥐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지정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추지 않은 외국산 반도체에 대해서 10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을 정조준한 조치다. 한국의 철강·자동차·반도체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관세 인상은 곧 수출 물량 축소와 기업 매출 타격, 나아가 일자리 위축으로 직결된다.
또한 3,500억 달러라는 대규모 투자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의미다. 미국 현지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한국 내 생산기지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불가피하다.
⑥ 알래스카, 에너지·자원 투자 강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할 여섯 번째 청구서는 알래스카 투자다. 에너지 안보를 핵심 과제로 내세워 한국이 알래스카의 가스와 광물 개발에 대규모로 참여할 것을 압박할 예정이다.
알래스카 투자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한 기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규모 탐사·인프라 건설에는 수십조 원이 필요하며, 운송·가공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제성이 불투명하다. 이미 엑손모빌과 콘코필립스 철수한 바 있다. 미국이 ‘투자 파트너’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한국이 리스크와 비용을 떠안는 구조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자주 없는 동맹은 ‘굴종’
이재명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동맹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할 때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국의 일방적인 청구서에 굴복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한국은 종속을 벗어날 수 없다.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자주적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결단이 요구된다.
한경준 기자 han99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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