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지시에 ‘예산 내역’ 공개한다... ‘깜깜이 예산’ 불신 해소될까

 

전문가들 “예산 옴부즈만 도입.. 궁극적인 ‘탑다운 예산제도’ 형태 만들 것”

  • 윤정헌 기자 y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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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25-08-18 17:00:20
       
    • 수정 2025-08-18 17:03:45 

  •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뉴시스

    앞으로 확정된 예산 지출 구조조정 내역이 모두 공개된다. 그동안 보도자료 중심으로 일부 사례와 총액만 제시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예산 지출 구조조정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검증조차 할 수 없었던 기재부의 ‘깜깜이 예산 지출 구조조정’ 내역이 공개되면 정부 예산의 투명성이 확보돼 ‘총액만 공개’하던 기존 방식보다 불필요한 의혹이나 불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 “예산 지출 구조조정 내역 모두 공개하라”
    전문가들 “‘깜깜이 예산’ 바로잡는 출발점 될 것”


    지난 13일 기획재정부(기재부)와 관계부처 예산 담당자, 민간 전문가가 참석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을 주재한 이재명 대통령은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에게 “확정된 예산 지출 구조조정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예산 지출 구조조정 내역은 정부가 기존에 편성·집행하던 예산을 재검토하면서,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지출을 줄이고 새로운 우선순위 사업에 재배분한 과정과 그 결과를 기록한 자료를 말한다. 

    기재부는 이 자리에서 2026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 절감(재량지출 25조원·의무지출 2조원)을 보고했다. 구조조정 대상 1만7천개 사업 중 4,400개를 감액했고, 폐지 사업은 올해 200여개에서 내년 1,300여개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행사·홍보비 등 경상경비 절감과 ODA(공적개발원조) 1조원 이상 감축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매년 지출 구조조정 보도자료를 내지만 전체 리스트를 공개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역을 사전에 공개하고 의견수렴을 거치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국가예산 집행 자체가 비밀은 아니다”라며 “공개에 문제가 없으면 다 공개하자”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지시한 예산 지출 구조조정 내역 공개의 핵심은 ‘숫자’가 아닌 ‘리스트’에 있다. 그간 기재부가 보도자료로 일부 사례와 총액만 제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감액·폐지·전환 대상 사업의 구체 목록과 판단 근거까지 공개하라는 것이다.

    공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이 대통령이 “확정된 것은 다 공개하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지만, 법은 국가안보·외교, 계약·입찰, 기업 영업비밀, 개인 정보 등을 비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수준까지 항목과 근거를 공개할지, 특히 국방·외교·민감 계약사업에서의 ‘가림’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지가 관건이다. 공개 범위를 넓히되 비공개 사유를 명확히 적시하는 ‘부분공개+사유 고지’ 식이 유력해 보인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반복되던 ‘총액 발표-세부 비공개’ 관행을 끊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고 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재부는 지난 정부 국감 때도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자랑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10여차례에 걸쳐 구조조정 리스트를 요구했지만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예산 지출 구조조정은 사실상 ‘깜깜이 행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연구위원은 “지출 구조조정의 ‘규모’만 발표해선 검증이 불가능하다. 사업별 리스트와 판단 근거를 전면 공개해 재정운용의 투명성부터 높여야 한다”면서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그간의 문제를 바로잡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부처·사업별 세부표와 평가근거가 빠지면 다시 ‘깜깜이’가 될 수 있다”면서 “공개가 일회성 발표로 끝나지 않으려면 법·제도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정부 추경안 설명하는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 ⓒ뉴시스

    예산 옴부즈만 도입 지시도... “궁극적인 ‘탑다운 예산제도’ 만들어질 것” 


    이 대통령은 민간이 상시 감시·자문하는 외부 점검기구(옴부즈만)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예산 검토 과정에 민간의 참여를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옳은 일, 필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잘 못 바꾼다. 결국 외부에서 해줘야 한다”면서 “민간단체 지원을 해줘서 (예산안) 검토를 일상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연구해 봐야 한다. 지원되는 예산보다 훨씬 더 많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옴부즈만이 도입되면, 연중 상시 모니터링과 사전 의견수렴이 정례화된다. 국회·감사원·예산정책처의 기존 통제 장치에 ‘민간 창구’가 추가되는 셈이다. 해외 유사 사례처럼 온라인 제보·데이터 리뷰·낭비 사례 경보 시스템이 결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예산 옴부즈만 도입이 궁극적으로 기재부의 ‘탑다운(Top-Down) 예산제’를 최적화하는 방안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탑다운 예산’은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총액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세부 배분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는 기재부가 예산 총액은 물론 세부 사업 예산까지 편성하고 있다. 사실상 시험 문제를 내고 그 문제를 풀고 시험 감독까지 하는 게 현재의 기재부인 셈이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미래의 탑다운 예산제는 예산 총액을 국민의 합의를 통해 정하고, 세부 배분은 전문 관료들이 정해야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면서 “그리고 기재부는 전체 예산 제도를 총괄하는 관리의 기재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 대통령의 말처럼 예산 외부 점검기구가 제도화되면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상시로 듣는 장이 마련된다”면서 “결과적으로 궁극적인 ‘탑다운 예산제도’의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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