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론’에 발목 잡힌 검찰개혁...지금은 ‘속도’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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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기자
 - 승인 2025.08.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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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장관, 한동훈 사단에 휘둘리나?
신중론 내세우다 실패한 경험 복기 해야
증인신문만 100명, 틈새 노리는 검찰

검찰개혁을 반대해 온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신중론’이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까지 이 프레임에 말려들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실패를 반복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틈을 타 검찰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이제 ‘신중’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법무부를 통해 알려진 정 장관의 방안은 ‘검찰을 쪼개서 수사전담(중수청)과 기소전담(검찰청)으로 나누자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정 장관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중론을 강조하며 ▲중대범죄수사청 행안부 설치 반대 ▲국가수사위 설치 반대 ▲보안수사권 폐지 반대를 주장했다.
민주당도 혼선을 겪는 모양이다. 민형배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정부와 예정됐던 비공개 당정 협의에 대해서도 “본회의가 겹쳐서 특위 위원들이 참석할 수 없었다”며 “일부 차관도 다른 일이 겹쳐, 불가피하게 회의를 서면으로 대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 측과 지금까지 이견은 없다”면서도 “아직 정부 측이 우리 안을 확인하지 않으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런 정부·여당의 모습에 과거 문재인 정권에서 보였던 실패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법무부 장악력이 약했던 박상기 장관이 검찰개혁에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이후 조국 수사로 여론이 두 갈래로 나뉘면서 개혁에 실패했다.
정 장관도 같은 모습을 답습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재명 정부의 법무부, 검찰 간부 중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영전했던 인물들이 많은 것도 우려를 증폭시킨다.
윤석열 정부 내내 중용됐다가 파면 이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던 구자현 위원이 서울고등검찰청장으로 돌아왔고, 마찬가지로 윤 정권의 핵심 참모라 비판받은 이진수 전 서울북부지검장도 법무부 차관으로 돌아왔다.
이 밖에 노만석 대검차장, 정진우 서울지검장 역시 윤 정권 실각 후 좌천됐다가 돌아온 인물들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영전한 한동훈 사단들이다. 이들이 검찰개혁에 반대하면서 정 장관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여당이 간극을 보이는 사이, 검찰이 다시 자신들의 존재감을 내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논란 검증 보도를 명예훼손이라며 기소한 사건의 첫 재판이 1년 만에 열렸다.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송평수 전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그 피고인이다.
이 역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한 수사를 복기하게 만든다. 검찰개혁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때마다, 정치 전면에 나섰던 검찰이 또다시 등장했다. 이번 재판은 수사 개시부터 위법 논란이 있었던 사건이다. 명예훼손은 검찰의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100여 명의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대대적인 소환을 예고했다. 우선 증인신문 대상자 29명 중에는 JTBC 관계자 14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 또한, 제도 개혁 대신 검찰의 정치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신중론을 내세우다 실패했다. 조국 사태 이후에는 완전히 양분된 여론으로 개혁의 동력을 상실했다.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미진하더라도 우선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은 “지금 부작용 없는 완벽한 제도 설비는 있을 수 없다”며 “결단을 하고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은 보완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 기자 jkim103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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