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절하고 빈손?…권성동-한학자, 잡아떼기 입 맞췄나
김호경 에디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가 서로 짠 듯이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불법 청탁 및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한 총재도 특검 소환이 머지않은 상황에서 혐의 일체를 끝까지 부인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다진 모양새다. 그러나 특검이 관련 진술은 물론 문자 메시지와 사진 등 명확한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가 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권 의원은 31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일부 언론과 특검, 그리고 민주당은 제가 대선 기간 중 통일교를 방문한 사실을 침소봉대하며 요란 떨고 있다"면서 "방문과 인사는 사실이지만 금품을 받은 일은 없다. 정치인으로서 예의를 갖춘 것이었을 뿐, 부정한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인사' '예의'는 한 총재에 대한 '큰절'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의원은 이어 "정치인은 선거에서 단 1표라도 얻기 위해 불법이 아닌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성당에 가면 미사에 참여하고, 절에 가면 불공을 드리며, 교회에 가면 찬송을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종교 시설에 방문하면 그 예를 따르는 것은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통일교 신자는 아니지만 정치인으로서 어디까지나 선거 운동 차원에서 한학자 총재를 방문해 관례에 따라 절을 올렸을 뿐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없다는 얘기다. 권 의원은 "그런데도 특검은 증거 대신 낙인 효과를 통해 여론을 선동하고, 민주당은 이를 확산시키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특검과 민주당을 동시에 비난했다.
또 "더 나아가 민주당이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을 제 체포동의안 표결로 덮으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를 정치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면서 "저는 2018년 문재인 정권 탄압 때 불체포특권을 포기했고, 2023년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체포 국면에서는 특권 포기를 촉구했으며, 2024년 총선에서는 국민께 서약서로 약조한 바 있다"고 열거했다.
그러면서 "특권 포기는 저의 일관된 소신"이라며 "거듭 우원식 의장께 정중히 요청한다. 제 불체포특권 포기를 정략적으로 악용하지 말라. 민주당과의 정치적 일정 거래에 이용하지 말라"고 전했다.
한학자 총재도 이날 오전 통일교 예배를 통해 금전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교 전 세계 지도자와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참어머님 특별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 총재는 "나의 지시로 우리 교회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씀드린다.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건희 특검팀의 통일교 관련 수사가 시작된 이래 한 총재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총재는 이처럼 권성동 의원과 얽힌 의혹 전부를 포괄적으로 부인한 뒤 교인들에게 "여러분의 동참과 헌신, 그리고 기도와 정성에 깊이 감사한 마음"이라며 "선민과 세계평화 주역의 사명을 다하는 감사의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특별 메시지는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특검 수사 내용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동요하는 신도들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서 한 총재는 직접 인사말을 했지만 이후엔 건강상의 문제로 한 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통일교 방송 'PeaceTV' 아나운서가 메시지를 대독했다. 한 총재는 "나는 일생을 하늘부모님(하나님) 해방, 인류 구원, 항구적 평화 이상세계 실현을 위해 살아왔다"는 말로 결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부인이자 통일교 재정국장을 지낸 이모 씨가 지난해 12월 한학자 총재의 비서실장인 정원주 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대선 때 권 의원이 천정궁에서 두 차례 한학자 총재를 만났다" "한 총재가 여러 말씀과 함께 권 의원에게 선물과 금일봉도 줬다"고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천정궁은 통일교 본산인 경기도 가평에 있는 건물로 한 총재가 머무는 상징적 공간이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에서 "권 의원이 2022년 2~3월 천정궁을 두 차례 방문해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갔다"며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쇼핑백을 건네주는 걸 봤다. 권 의원이 한 총재에게 큰절을 하고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윤 전 본부장은 앞서 2022년 1월 5일 서울 여의도의 고급 중식당에서 권 의원을 만나 현금 1억 원을 전달하고 그 뒤 권 의원에게 "(윤석열) 후보님을 위해서 요긴하게 써달라"는 문자 메시지도 보낸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통일교 재정국장으로 세계본부의 자금 관리를 총괄하던 이 씨가 접선 2시간 전 해당 현금 다발 4~5개가 담긴 종이 상자를 촬영한 사진까지 존재한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흘려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또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2023년 3월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을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킨 정황도 파악하고 있다. 이에 더해 권 의원이 각종 선거에서 통일교 측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는 대가로 교단 현안은 물론 교계 인사의 공직 천거 등에 도움을 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권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데 오는 9월 9일 또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10일에는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권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을 제 체포동의안 표결로 덮으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권성동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통일교와 어떤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적 없다'고 부인하더니, 이제는 '통일교 총재에게 큰절은 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변명과 말 바꾸기로 사건의 본질을 덮을 수는 없다. 통일교 게이트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실체적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교 총재를 두 차례나 만나 큰절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는 국민 앞에 큰절하고 석고대죄해야 할 때"라면서 "윤석열-김건희 정권의 국정 농단을 방조하고 대선 후보 교체를 시도한 정치 쿠데타의 공범으로서 정치적 책임도 명확히 져야 할 것이다. 특검은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한 통일교 게이트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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