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절하고 빈손?…권성동-한학자, 잡아떼기 입 맞췄나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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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8.31 20:00

  • 수정 2025.08.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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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일요일 오전에 '금품 수수 없었다' 발표

권성동 "한학자에 큰절은 했지만 정치인의 예의"

한학자, 특검 수사 조여오자 첫 공개 입장 밝혀

"어떤 불법 청탁, 금전 거래 없어…허위사실 유포"

그러나 통일교 재정국장 문자엔 "선물과 금일봉"

윤영호 전 본부장 "현금 든 쇼핑백 두 번 받아가"

접선 당일 찍은 현금 다발 사진까지 특검 확보

체포동의안 9~10일 표결…"통일교 게이트 규명"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과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가 서로 짠 듯이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불법 청탁 및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한 총재도 특검 소환이 머지않은 상황에서 혐의 일체를 끝까지 부인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다진 모양새다. 그러나 특검이 관련 진술은 물론 문자 메시지와 사진 등 명확한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가 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권 의원은 31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일부 언론과 특검, 그리고 민주당은 제가 대선 기간 중 통일교를 방문한 사실을 침소봉대하며 요란 떨고 있다"면서 "방문과 인사는 사실이지만 금품을 받은 일은 없다. 정치인으로서 예의를 갖춘 것이었을 뿐, 부정한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인사' '예의'는 한 총재에 대한 '큰절'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의원은 이어 "정치인은 선거에서 단 1표라도 얻기 위해 불법이 아닌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성당에 가면 미사에 참여하고, 절에 가면 불공을 드리며, 교회에 가면 찬송을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종교 시설에 방문하면 그 예를 따르는 것은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통일교 신자는 아니지만 정치인으로서 어디까지나 선거 운동 차원에서 한학자 총재를 방문해 관례에 따라 절을 올렸을 뿐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없다는 얘기다. 권 의원은 "그런데도 특검은 증거 대신 낙인 효과를 통해 여론을 선동하고, 민주당은 이를 확산시키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특검과 민주당을 동시에 비난했다.

또 "더 나아가 민주당이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을 제 체포동의안 표결로 덮으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를 정치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면서 "저는 2018년 문재인 정권 탄압 때 불체포특권을 포기했고, 2023년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체포 국면에서는 특권 포기를 촉구했으며, 2024년 총선에서는 국민께 서약서로 약조한 바 있다"고 열거했다.

그러면서 "특권 포기는 저의 일관된 소신"이라며 "거듭 우원식 의장께 정중히 요청한다. 제 불체포특권 포기를 정략적으로 악용하지 말라. 민주당과의 정치적 일정 거래에 이용하지 말라"고 전했다.

통일교 교주인 한학자 총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영상 갈무리

한학자 총재도 이날 오전 통일교 예배를 통해 금전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교 전 세계 지도자와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참어머님 특별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 총재는 "나의 지시로 우리 교회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씀드린다.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건희 특검팀의 통일교 관련 수사가 시작된 이래 한 총재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총재는 이처럼 권성동 의원과 얽힌 의혹 전부를 포괄적으로 부인한 뒤 교인들에게 "여러분의 동참과 헌신, 그리고 기도와 정성에 깊이 감사한 마음"이라며 "선민과 세계평화 주역의 사명을 다하는 감사의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특별 메시지는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특검 수사 내용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동요하는 신도들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서 한 총재는 직접 인사말을 했지만 이후엔 건강상의 문제로 한 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통일교 방송 'PeaceTV' 아나운서가 메시지를 대독했다. 한 총재는 "나는 일생을 하늘부모님(하나님) 해방, 인류 구원, 항구적 평화 이상세계 실현을 위해 살아왔다"는 말로 결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인 정원주 씨가 8일 조사를 받기 위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로 출석하고 있다. 정 씨는 통일교 측이 2022년 4∼8월께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씨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백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2025.8.8 [공동취재] 연합뉴스

그러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부인이자 통일교 재정국장을 지낸 이모 씨가 지난해 12월 한학자 총재의 비서실장인 정원주 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대선 때 권 의원이 천정궁에서 두 차례 한학자 총재를 만났다" "한 총재가 여러 말씀과 함께 권 의원에게 선물과 금일봉도 줬다"고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천정궁은 통일교 본산인 경기도 가평에 있는 건물로 한 총재가 머무는 상징적 공간이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에서 "권 의원이 2022년 2~3월 천정궁을 두 차례 방문해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갔다"며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쇼핑백을 건네주는 걸 봤다. 권 의원이 한 총재에게 큰절을 하고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윤 전 본부장은 앞서 2022년 1월 5일 서울 여의도의 고급 중식당에서 권 의원을 만나 현금 1억 원을 전달하고 그 뒤 권 의원에게 "(윤석열) 후보님을 위해서 요긴하게 써달라"는 문자 메시지도 보낸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통일교 재정국장으로 세계본부의 자금 관리를 총괄하던 이 씨가 접선 2시간 전 해당 현금 다발 4~5개가 담긴 종이 상자를 촬영한 사진까지 존재한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흘려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또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2023년 3월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을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킨 정황도 파악하고 있다. 이에 더해 권 의원이 각종 선거에서 통일교 측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는 대가로 교단 현안은 물론 교계 인사의 공직 천거 등에 도움을 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권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데 오는 9월 9일 또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10일에는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권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을 제 체포동의안 표결로 덮으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7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권성동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통일교와 어떤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적 없다'고 부인하더니, 이제는 '통일교 총재에게 큰절은 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변명과 말 바꾸기로 사건의 본질을 덮을 수는 없다. 통일교 게이트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실체적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교 총재를 두 차례나 만나 큰절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는 국민 앞에 큰절하고 석고대죄해야 할 때"라면서 "윤석열-김건희 정권의 국정 농단을 방조하고 대선 후보 교체를 시도한 정치 쿠데타의 공범으로서 정치적 책임도 명확히 져야 할 것이다. 특검은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한 통일교 게이트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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