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초혁신 30대 프로젝트로 성장 이끈다
이태경 편집위원
이재명 정부가 기업주도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띄운다. 기업·공공 전 부문의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위한 과제 15개, 첨단소재부품·기후에너지·미래대응 중심의 초혁신경제 과제 15개씩이다. 이를 통해 성장을 강력하게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5년 내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재정·세제·금융·인력·규제·입지 패키지를 총동원한다. 기업이 앞장서고 주무 부처와 기획재정부가 전방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해 잠재성장률 3%의 ‘진짜 성장’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이다. 이재명 정부의 성장전략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합동브리핑을 열어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공약인 ‘AI 3대 강국·잠재성장률 3%·국력 세계 5강’ 비전 하에 ‘기술 선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 ‘지속 성장 기반 강화’ 등 4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세부적으로 15개 과제를 중심으로 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AI 대전환'을 추진한다.
기재부는 “AI 대전환은 인구충격에 따른 성장 하락을 반전시킬 돌파구”라며 “선도프로젝트를 즉시 추진해 조속한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기업에서는 ‘피지컬AI 1등 국가’를 목표로 ▲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3대 강국 진입 ▲ 원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 완전 자율운항선박 개발 ▲ 글로벌 AI가전 시장점유율 1위 ▲ 완전 자율비행드론 개발·활용 ▲ 주력업종 AI팩토리 전환 ▲ 온디바이스 AI반도체 생태계 구축 등 7개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공공 부문에서는 ▲ AI기반 맞춤형 복지·고용서비스 ▲ 납세시스템 전면 자동화 ▲ AI신약심사 등을 추진한다. 기반인프라와 관련해선 ▲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시장규모를 대폭 늘리고 ▲ 데이터 활용역량 10위권에 진입하고 ▲ 세계 최고수준의 버티컬AI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국내·외 AI인재 확보를 목표로 ▲ AI전문가 순유입국 전환 ▲ 인재유치 매력도 20위권 진입 등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초·중·고 학생부터 대학생, 청년·군인, 일반 국민, 전문가까지 대상층을 세분화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모든 국민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AI 한글화’를 이루겠다는 개념이다.
초혁신경제 15개 과제에도 곧바로 시동을 건다. 기재부의 현 ‘신성장전략추진단’을 ‘초혁신경제추진단’으로 개편해 범정부 지원을 총괄 조율할 방침이다.
소재부품 부문에서 ▲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기술자립률 20% ▲ LNG 화물창 소재·부품 국산화 ▲ 초전도체 표준화·양산화 및 응용기술 확보 ▲ 고방열 그래핀 상용화 기술개발▲ 특수탄소강 기술강화 등을 추진한다. 기후에너지·미래대응을 위해서는 ▲ 차세대 태양전지 선도 및 분산형 전력망 전국 확산 ▲ 해상풍력·고압직류송전(HVDC) 경쟁력 확보 ▲ 그린수소 초격차 기술확보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글로벌시장 선점 ▲ 스마트 농업 선도지구 조성 ▲ 스마트 수산업 선도지구 조성 ▲ 초고해상도 위성 개발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밖에 ▲ 바이오·의약품 ▲ 콘텐츠(게임·웹툰 등) ▲ 뷰티(화장품) 통합클러스터 ▲ 식품 등 이른바 'K 붐업' 4개 과제도 내걸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인공지능(AI) 대전환은 인구충격에 따른 성장 하락을 반전시킬 유일한 돌파구”라며 “총력으로 힘을 모아 단기간 내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합동브리핑을 했는데 합동브리핑에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차관이 참석했다.
구 부총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경쟁력은 세계 1등 제품과 서비스를 몇 개나 만들어 내고 있는지에 달려있다”며 “재정, 세제, 금융, 인력, 입지, 규제완화 등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세계 1등의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특히 “제조업과 AI를 결합한 피지컬 AI 1등 국가를 목표로 AI로봇·AI자동차 등을 비롯한 7대 선도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공공부문에서도 3대 선도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모든 업무에 AI를 도입해 나가겠다”며 “AI 인재양성은 물론 모든 국민이 AI를 한자가 아니라 한글처럼 쉽게 배우고 활용하는 ‘AI 한글화’를 이루겠다”고 설명했다.
민생경제도 언급하면서 “소상공인 업종별 제품·서비스와 특화상권 개발을 통해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금융부담 등 당면 애로도 완화하겠다”며 “서민·중산층을 위해 기초생보, 퇴직연금, 서민금융 등 사회안전 매트를 확충하고 교통·통신·식비 등 각종 생활비 부담도 덜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이런 노력을 통해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을 이루고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고 덧붙였다.
10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만들고 민생도 챙기고
그간 정부가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에서 민생 지원과 성장 동력을 같이 강조해 왔는데 이번에는 기술선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제정책방향’이라는 명칭을 ‘경제성장전략’으로 바꾼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현실 인식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했다. 작년(2.0%)보다 1.1%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두차례 추가경정예산 투입에도 성장세가 1%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우리 경제를 떠받칠 산업을 찾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이라며 “AI 대전환 시대는 선도국가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이자, 향후 5년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추격경제에서 설계된 모든 국가시스템을 초혁신 선도경제로 대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각종 혁신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100조원 이상 규모로 가칭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 자금을 각 50조원 이상씩 활용한다
국민성장펀드로 AI 미래전략산업 및 에너지인프라, 관련 기술·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특히 AI산업에 대해서는 지원규모를 별도로 할당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 기본적으로 주로 중장기 성장동력 확충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자영업자·소상공인 민생을 보강하는 대책들도 함께 내놨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3종세트(대환대출·상환연장·전환보증)를 강화하고, 키오스크·테이블오더 등 무인주문기기의 중도해지위약금 부담을 완화하고 결제대행 수수료를 경감하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음식점·제조업 등의 부가가치세 부담을 완화하는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혜택은 당초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오는 2027년 말까지 2년 연장한다. 신용·체크카드의 국세 납부대행 수수료도 인하한다.
자영업자의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공제’ 공제부금 납입한도를 분기별 300만원에서 연간 1천8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잠재성장률을 반등 시키는 데 사력을 다하겠다는 이재명 정부
정부가 22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의 핵심 키워드는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반등이다.
잠재 GDP는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이다.
2010년 3%대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대 후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투자위축, 생산성 정체 등이 주된 원인이다.
정부는 “AI 대전환은 인구충격 등에 따른 성장 하락을 반전시킬 유일한 돌파구”라며 잠재성장률 반등 핵심 동력으로 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를 지목했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생산성이 최대 3.2%, GDP는 12% 넘게 늘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근거다.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는 “이번 경제성장전략은 기존 경제정책 방향과 달리 구체적인 초혁신 핵심 아이템을 목표로 설정했다”라며 “잠재성장률은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만큼 죽을힘을 다해서 올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을 텐데
이재명 정부가 매우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아이템을 내놓고 성장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경제정책 방향이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사회적 양극화 혁파 등에 관해선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 인구·고용 위기, 생산성 격차 등 잠재성장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AI도입 외에 다른 해법이 부재하다는 지적, AI에 대한 버블 논란, 일자리 구축 효과 등 AI 기술을 둘러싼 우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 지원을 토대로 혁신 기술에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 글로벌 공급망 분절, 미국 관세 정책 등 최근 커진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다소 이상적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밸류체인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AI를 통한 생산성 혁신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AI를 거시정책의 틀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AI는 산업정책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거시정책의 틀로 활용하는 것인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며 “AI 성장 전략은 진흥과 규제 정책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7일 경기도 국립과천과학관 미래상상SF관에 전시된 리벨리온사의 AI 반도체 ''아톰'(ATOM)이 탑재된 가상 보드. '아톰'(ATOM)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 관리하기 위해 설치된 데이터센터를 위한 AI반도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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