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논의가 구체화될수록 복잡한 쟁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미러정상회담 당시 영토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으나 트럼프와 유럽 정상들간 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방안이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른 양상이다.
안전 보장 구상과 유럽 내부의 분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위한 구상은 출발선에서부터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나토(NATO) 전체가 아닌 일부 국가가 평화유지군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소극적 태도와 러시아의 강경한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유럽 주요국의 입장도 엇갈리며 한계를 드러냈다. 프랑스는 파병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독일과 영국은 조건부 참여 의사를 보였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유럽연합(EU)은 ‘제재’나 ‘재정지원’은 가능하나 독자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한계 속에 ‘연대와 단결’ 구호와 달리 국가별 이해관계가 우선시되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레드라인과 ‘이스탄불 초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나토 병력 배치를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규정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 없이는 유럽 안보도 없다”고 강조하며, 2022년 이스탄불 협정 초안을 협상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스탄불 초안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불가입과 중립국 지위 수용, 러시아와 미국·중국·영국·프랑스를 안전보장 보증국 지정, 외국 군사기지 설치 시 러시아 동의 의무, 크림반도·돈바스 지위의 장기적 외교 협의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안전 보장 방안' 참여 여부는 평화협정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영토 문제와 우크라이나 정치 불확실성
영토 문제는 여전히 협상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크림반도와 돈바스 양보, 남부전선 동결’을 거론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헌법 위배’라며 거부한 바 있다. 당장은 수면아래에 있지만, 종전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서 물밑 조율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내부 정치 상황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임기 만료에도 계엄령을 연장해 정당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 선거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영토 양보를 포함한 합의는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정치사회 불안이 겹칠 경우 평화협정 이행이 어려워 질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전환
미국은 여전히 협상 열쇠를 쥐고 있으나, 전쟁 부담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을 ‘바이든의 전쟁’으로 규정했다. 미국이 더 이상 ‘주도국’으로 불리지 않으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대신 미국은 무기 공급과 제한적 공중 지원을 유지하면서, 실질적 책임은 유럽에 맡기려는 기조다. 트럼프는 유럽 정상들에게 “유럽과 NATO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면적 보증국이 아니라 제한적 개입과 중재 역할로 위치하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중심축이 이미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했으며, 대중국 견제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한반도로 이어지는 동북아는 ‘핵심적 이익’이 걸려있다. 따라서 유럽에서 소모전보다는 동북아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전히 미래는 불확실하다
격렬한 외교 협상이 이어지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단순한 군사적 휴전을 넘어 유럽 안보 질서 전반의 재편과 직결된 사안이다. 러시아, 서방(미국과 유럽) 그리고 우크라이나 모두 책임을 떠안기 어려운 만큼 평화협정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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