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할까?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로 고용쇼크가 덮치자 미 연준(Fed)이 9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6·27대책 이후 줄어들었던 가계대출이 다시 폭증세로 돌아섰고, 줄어든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다시 커지는 등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8월 말에 열릴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인하할지 이창용 한은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고용쇼크에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부쩍 높아져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말미암아 고용쇼크의 파도가 미국을 강타하다보니 연준이 9월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부쩍 올라갔다. 앞서 미 노동부는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7만 3000명 증가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는데,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0만 명)를 충격적으로 밑도는 수치다.
더 심각한 건 5월부터 고용쇼크가 밀려왔다는 사실이다. 미 노동부는 일자리 속보치를 대거 조정해 지난 5∼6월 2개월간 총 25만 8000명에 달하는 일자리 증가분을 소멸시켰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5월부터 미국의 비농업신규일자리 순증은 없다시피 한다. 특히 5월부터 3개월간 월평균 고용 증가 폭이 고작 3만 5000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고용 증가 폭이 16만 80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거의 5분의 1 토막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월가에서는 고용지표 악화로 연준이 9월 16~17일 열릴 FOMC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이 연방기금 금리(FF) 선물 투자자들의 통화정책 전망을 확률로 표시한 페드워치를 보면, 9월 금리인하 확률은 6일(현지시간) 기준 85.4%로 집계됐다. 고용지표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30일(46.7%)과 비교해 무려 40%포인트(p) 가까이 올랐다.
6·27대책 이후 잠잠하다 다시 치솟는 가계대출
고용쇼크로 인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한은도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당장 6·27대책 이후 수그러드는 듯했던 가계대출이 다시 폭증세로 돌아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0조 8845억 원으로, 7월 말(758조 9734억 원)보다 무려 1조 9111억 원 폭증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2730억 원꼴인데 '6·27 가계대출 관리 방안' 발표와 함께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7월(1335억 원)의 두 배를 넘을 뿐 아니라 6월(2251억 원)보다도 479억원 많은 수치다. 만약 이런 추세가 월말까지 유지될 경우, 이달 전체 증가액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8월(+9조 6259억 원) 이후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이 604조 5498억 원으로, 6월 말(603조 9702억 원)과 비교해 한 주 사이 5796억 원 늘었다. 7월(1466억 원)의 절반 수준인 일평균 약 725억 원씩 증가했다. 주목할 대목은 신용대출이 103조 9687억 원에서 105조 380억 원으로 1조 693억 원이나 불어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선 8월 초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6·7월보다 빠른 원인으로 공모주 등 주식 투자, 6·27 이전 주택 계약 관련 대출의 실행, 정부의 추가 가계대출 규제를 예상한 대출 선(先)수요 등이 거론된다. 한편 여러 이유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자, 각 은행은 약 50% 삭감된 하반기 총량 목표 안에서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6·27대책 이후 상승 폭 줄다 다시 커진 서울 아파트 가격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장도 예사롭지 않다. 6·27대책 이후 상승폭이 줄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정부 공인 시세 조사기관인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4% 올라 상승 폭이 직전주(0.12%) 대비 0.02%포인트(P) 확대됐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한도로 제한하는 6·27 대책이 발표되고 서울아파트값 상승세는 5주 연속 둔화하다가 6주 만에 반등한 것이다.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구(0.11→0.15%)를 비롯해 성동구(0.22→0.33%), 광진구(0.17→0.24%), 용산구(0.17→0.22%), 마포구(0.11→0.14%), 강동구(0.07→0.14%) 등 ‘마·용·성’을 중심으로 하는 '한강 벨트'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할까? 인하할까?
7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은을 방문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 으로서는 협상이 잘 돼 8월 통화정책방향회의의 부담을 크게 덜었다”라고 말했다. '한미 관세 협상이 잘 되었으니 경기부양의 필요가 줄었고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약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다.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미지수라는 점,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 여전히 서울 아파트 시장은 불안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창용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선뜻 결정하는 게 쉬워 보이진 않는다.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인하할지 여부를 결정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이달 28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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