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노정교섭, 가야할 길이지만 과제 많다
[노정교섭과 국회 사회적 대화 2] 전문가들 ”예단 어렵지만 좋은 사인” “틀·의제·주체 명확히 제시돼야“
- 남소연 기자 nsy@vop.co.kr
 - 발행 2025-08-22 17:50:04
 - 수정 2025-08-22 17:56:38
 

오랜 기간 노동문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의 노정교섭 제안에 대한 기대와 예상되는 과제를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노정교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노정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할 노동 현안들과 민주노총이 유념해야 할 과제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정교섭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했다. 특히 공공부문의 경우 사용자로서 정부가 교섭에 응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전제했다.
민주노총이 추진하려는 보다 폭넓은 차원의 노정교섭에 대해서도 “총연맹은 전체 노동자에 대한 노동 조건과 임금, 복리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 노조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정부와 논의하고 싶은 욕구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며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없었던 일은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노측과 사측이 국가 수준에서 교섭을 하기도 한다”며 “아직은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를 배려하며 교섭에 임하는 것은 좋은 사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노정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의제로 ‘격차 해소’를 꼽기도 했다. 그는 “정부 역시 산업재해 예방을 많이 얘기하고 있는데, 산재 역시 우리나라의 왜곡된 원·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많기에 결과적으로는 격차 축소의 문제로 여겨진다”며 “또한 노동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들이 다 나올 수 있어 굉장히 큰 과제이긴 하다. 한순간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논의해 간다면 접점이 많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한 발짝씩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사회적 대화는 노동조합의 양보를 얻어내려 무리하게 추진한 적이 많다. 그것이 민주노총으로서는 반감을 사게 되는 요인이었다”며 “이번 정부가 면밀하게 검토해서 지금까지 부족했던 점, 특히 우리나라에서 노정교섭이 잘 안 이뤄지지 못한 지점을 찾아내 이번에는 성공적인 노정교섭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경험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노정교섭이 진행되고,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여 정부가 노동조합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더 큰 의제들에 대한 사회적 대화 논의로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정교섭이야 언제든 필요하다”며 “정부의 공약이나 국정과제를 보면, 공공 부문 초기업 교섭이라든지 (교섭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민주당 정부가 민주노총과 대화를 하는 데에도 닫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민주노총이 생각하는 노정교섭의 상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아젠다(의제)와 틀, 주체가 제시돼야 한다”며, 노정교섭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보건복지부의 이른바 ‘9.2 노정 합의’를 하나의 예시로 제시했다. 이 합의는 코로나19 당시 공공의료 강화라는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산별노조가 체결한 합의였다.
박 연구위원은 “당시에는 틀과 주체, 아젠다가 명확하기 때문에 노정교섭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라며 “다른 영역, 다른 산업의 노동조합도 그런 조건을 형성해 접근하면 정부가 응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뭉뚱그려 대통령과 총연맹 위원장이 만나 담판을 짓자고 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조금 곤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들의 반발도 당연히 이어질 것”이라며 “노정교섭이 가능한 아젠다와 주체, 틀이 별도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이슈는 노사정 교섭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진전된 형태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박 연구위원은 국회 통과를 목적에 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노정교섭을 제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노란봉투법 이행 계획의 핵심 주체는 노동계다. 특히 노조법 2조가 입법화된 이후 노동계가 어떻게 원하청 간, 하청 간, 또 나아가 원청 간 3차원의 수평 조율을 이룰지 교섭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측의 줄파업-줄소송 엄살론도 결국 불확실성 때문이고, 그것을 먼저 메울 주체는 노동조합이다. 차라리 ‘노란봉투법 이후의 단체교섭의 포용적 변동을 위한 노정교섭’을 양대노총이 정부에 제안하고 반년 정도 그 방안을 틀을 만들어서 각 노조들 내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검토하며 함께 답을 찾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이 기대하는 노정교섭의 수준과 정부가 응하는 수준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정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는 보수 정부와 달리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노동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좋은 의견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의견 수렴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이나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같이하려는 마음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민주노총 입장에서) 노정교섭이라고 하면 어떤 의제를 같이 논의해 추진하는 것을 바랄 것 같은데 정부 관료들은 주로 (노동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협의하는 수준이 익숙하지, 함께 결정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노정교섭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전략적인 고민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진단했다. 그는 “정부도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아마도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을 많이 볼 것”이라며 “노정교섭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사회적 대화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 자체는 맞다고 보지만,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고 민주노총도 정부도 노력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볼 때 민주노총은 신뢰를 쌓기 위한 시간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간의 역사적인 배경 때문이겠지만, ‘내셔널 센터’라면 지도부가 지도력을 가지고 설득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그런 부분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취약하고, 소수가 아주 강하게 비판하면 그런 부분에 대해 상당히 괴로워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대중조직이라는 것은 위로부터의 정치도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노동조합의 지도력이 필요한 시기”라며 “그렇지 않으면 소수의 강한 목소리에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그러면 민주노총이 저변을 넓히고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민주노총도 깊은 고심 속에서 노정교섭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내 노정교섭TF를 담당하는 이양수 부위원장은 “우리로서는 (정부와) 새롭게 신뢰를 쌓는 것부터 시작해 (노정 관계를) 풀어나가는 첫 출발을 노정교섭이라고 보고 있다”며 “(그간의 노정교섭은) 정부가 사용자로서의 한 측면도 있고, 사회적으로 쟁점이 됐던 문제 해결에 나선 측면이 있는 것인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광범위한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는지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예를 들면, 노조법 2·3조 개정도 주로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졌지만, 정부와 노동계의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노동계와 정부가 직접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협의하는 게 필요한데, 이런 사례들을 앞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크게 보면 5인 미만 사업장 등 노동 전반의 문제도 있고, 특정한 노동 현안이 될 수도 있다. 그걸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논의에 들어가는지가 모두 숙제다.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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